|
어떤 지역의 흡연율이 가장 높고 어느 지방의 위암 발생률이 증가했는지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지역사회건강조사 체계’가 시행됨에 따라 지역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이 마련되기 까지는 국내에 최초로 해당 제도를 제안하고 운영한 인제대학교 박노례 석좌교수[사진]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있다.
이 같은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울인 박 교수의 노력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도 뻗어나갔다.
그는 콩고 말라리아 통제 프로젝트를 비롯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등 전 세계 곳곳의 건강관리 체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취약지역 보건발전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23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정기총회에서 ‘사사카와 보건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1994년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장관 이후 9년만에 탄생한 두 번째 수상자다.
사실 박 교수는 어릴 적 퀴리부인과 같은 과학도를 꿈꿨다. 그런 그가 이 같이 보건취약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60년대 우리나라 보건의료 환경의 비참함을 경험한 뒤부터다.
그는 당시 세계보건기구의 충청남도 모성영유아 사망을 줄이는 프로그램인 ‘K25프로젝트’에 통역 봉사자로 참여했었다.
박 교수는 “산모가 병원에 왔는데 죽은 아이의 파란 손이 밑으로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를 꺼내고 산모는 출혈위험이 높아 안정을 취하게 했지만, 병원비가 비쌀까봐 몰래 죽은 아이를 부둥켜안고 병원 문을 나서더라”고 회상했다.
우리나라 보건환경의 비참함과 참혹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이외에도 결핵 환자를 벽장에 가둬놓고 생활하는 가족을 본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결핵은 공기감염인데 벽장에 격리만 하면 전염이 안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결국 가족 모두가 결핵에 걸렸다”고 전했다.
박 교수가 보건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대목이다. 환자 혹은 보호자에게 보건의료에 대한 지식이 있었으면 막을 수 있는 질병과 차단할 수 있는 건강 위해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풍으로 쓰러진 환자를 여러 방향으로 몸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몰라 욕창을 방지하지 못한 환자와 보호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보건교육을 지역 보건소가 맡아 주민들에게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이다. 지역별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토대는 잎서 그가 구축한 지역사회건강조사 체계에 의해 마련됐다.
박 교수는 “이제는 보건소별로 흡연율이 얼마나 되는지, 고위험 음주, 비만 등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서울시에서 은평구민들이 이를 가장 안 닦는 다고 하면, 그 지역은 취약한 부분의 사업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콩고 등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보건프로젝트 역시 지역 실정에 맞춰 시행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에이즈, 말레리아 등 특정 질병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는 방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