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업체와 병원들의 대립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업체는 안전성을 이유로 현행법 유지를, 병원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개선을 요구하며 고루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현행 학교보건법 상에는 '학교로부터 200m 거리 안에 있는 병원은 의료폐기물을 자체 처리할 수 없고 외부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병원 등 도심 지역 내 대학병원 상당수가 자체적으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업체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의료폐기물 처리비용 역시 만만찮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지난 2004년 자체처리 시설을 운영했을 때보다 위탁처리 시 비용이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폐기물 처리단가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여 병원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kg당 최저 619원에서 최고 912원까지 67.8%의 가격폭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10년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자가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환경부와 교육부에 권고한 바 있다.
환경부도 의료기관 내 자가처리 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15억을 들여 멸균분쇄기술을 개발한 바 있지만 학교보건법 때문에 제대로 운영도 못해 보고 무산된 바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는 그 동안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지만 워낙 첨예한 사안인 만큼 속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실제 '감염성 폐기물의 병원 자체 처리'를 가능하게 하자는 법안은 16대 국회인 2002년부터 제출되기 시작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재오, 김무성 의원 등과 함께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2004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자체 처리를 가능하게도 했었다.
17대 국회 때는 무기한 허용하자는 법안이 나왔다. 2005년 정봉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무기한 허용' 법안은 폐기됐다.
이 법안은 2009년 18대 국회에 다시 등장했다. 現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총대를 멨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번 19대 국회에 들어서는 야당인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학교로부터 200m 떨어지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폐기물 업체와 병원들은 즉각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폐기물 업계는 학교 인근에서의 폐기물 처리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필승 방어’를 다짐하는 분위기다.
한 의료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그 동안 수 차례 논의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않은 것은 의료폐기물 처리의 안전성 때문”이라며 “병원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국회를 통해 대리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병원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학교보건법을 개정시켜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폐기물 업계에서 제기하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의료폐기물을 외부 처리시설로 운반과정에서의 2차 감염 위험성이 더 크다”며 “이제는 의료기관들의 자가처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의료폐기물의 발생량은 연간 11만5000톤(2010년 기준)으로 2004년 4만3000톤에 비해 2.7배나 증가했다.
의료폐기물 배출업소는 종합병원 이상 323개, 병원 2021개, 의원 4만8048개, 보건소 2510개, 동물병원 2365개 등으로, 발생량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