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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와 대화하는데 비상식적으로 화가 나거나,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데 손이 떨리면 의사 못 하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봐야 의사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환자였던 한 씨가 김 원장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사건이 발생한지 딱 일주일이 지난 7월25일. 사건 장소였던 김 원장의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을 오가며 몇 차례 고비를 맞았던 그가 원래 그의 자리인 원장실 책상에서 환자 진료 차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날은 그가 퇴원한 당일이었다.
한 씨와의 만남은 김 원장에게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로 기억된다. 한 씨는 한 달 전부터 병원을 찾아 흉터 자국 개선에 효과적인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잡부 일을 한다는 그의 사정을 고려해 회당 8만원 밖에 받지 않았고, 이 또한 목돈이 아닌 시술을 할 때마다 내게 했다. 그런데 그는 첫 시술을 받은 다음 날부터 시술 받을 때마다 병원을 찾아 불만을 토해냈다. 물론 시술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환불을 해주겠다고 제안하니 거부했다.”
4차 시술 날이었던 지난 17일, 한 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이 부어있다며, 좋은 효과를 위해 강하게 시술해 달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김 원장은 이를 만류하며 보통과 같이 시술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바로 다음 날인 18일 오전. 그는 얼굴이 붓고 붉은기가 돈다며 김 원장에게 그간 낸 시술 비용 20여 만원과 시술로 인해 일하지 못한 날들에 대한 수당,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중국으로 돌아갔을 때를 대비한 담보까지 요구했다.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지금까지의 치료 과정이 담긴 시술 후 사진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담보까지 요구했다. 1, 2차 상담에서 불만이 있으면 소비자보호원 등을 통하라고 말해줬다. 시술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의사의 진단을 들으면 불만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담 후 병원을 나갔던 한 씨가 다시 병원에 들어섰다. 이내 복도에 나와 있던 자신에게 다가와서는 “조용히 얘기하자”며 그를 진료실로 이끌었다.
▲사건이 발생한 원장실. 빨간 의자에는 한 씨가, 검정색 의자에는 김 원장이 앉아있었다. |
“나에게 다시 확인을 했다. 요구했던 3가지를 정말 줄 수 없냐고.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 후 병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다시 설명해주기 위해 몸을 컴퓨터 쪽으로 돌렸는데, 옆구리 쪽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그 고통은 복부 등 다른 곳에서 연속적으로 느껴졌다. 밀쳐내기 위해 그를 발로 찼는데 그가 내 허벅지를 찔렀다. 팔, 다리에서 피가 흘렀다. 속수무책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씨는 2차 상담을 마치고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뒤 과도를 구입, 바지에 숨긴 후 다시 김 원장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실이란 폐쇄적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다. 만약 당시 내가 겁을 먹고 원장실 한켠에 있는 더 패쇄적인 공간으로 들어갔다면 난 정말 죽었을 것이다. 다행히 원장실 문이 열려있었다.”
▲밖에서 본 원장실. 오른쪽 거울은 김 원장 아내가 한 씨를 향해 던진 것. |
부원장인 아내는 문 앞에 서 있다가 남편이 피를 흘리며 아파하자 깜짝 놀라 원장실 바로 옆에 있는 거울을 내던졌다. 거울은 한 씨를 비켜갔고, 이내 피가 흐르고 있는 칼끝은 김 원장의 아내를 쫒고 있었다.
“아내에게 피하라는 손짓을 여러 차례 했다. 항상 그렇듯 병원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두명의 간호사가 있었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 차라리 내가 감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내 아내가 손짓을 알아듣고 내가 그의 시선을 뺏은 사이 자리를 피했다. 그랬더니 그가 내 아내를 찾기 위해 병원을 누비고 다녔다.”
다행히 병원은 ‘ㅁ자’ 구조다. 그 덕에 김 원장의 아내는 한 씨의 시선을 피해 다른 진료실 깊은 곳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사실 김 원장의 아내는 최근 신장 이식 등 대수술을 받았다. 만약 칼에 찔렸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을 상황이었다.
▲원장실에서 본 병원 문. |
“나 역시 그를 찾아 병원을 오갔다. 그리고 다시 원장실 앞에 있는 그를 발견했다. 근처에 있는 의자를 들어 그를 방어하려 했지만 의자가 들리지 않았다. 그 때 간사호사들이 울며 119에 신고하고 있었다. 큰 울음소리가 들리자 그는 그제야 겁을 먹은 듯 병원 문을 박차고 나갔다. 간호사들이 겁먹고 진료실에 숨었으면 난 죽었을지 모른다. 간호사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는 간 등이 손상돼 3개월 입원 진단을 받았지만 입원 일주일째인 지난 25일 병원을 나왔다. 퇴원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환자 차트 정리다. 그는 폐업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우리 병원을 찾겠나. 사람들 인심이 그렇지 않다. 사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그럴만 하니까 그랬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의사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깊게 그인 상처가 그의 재기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른까 회한의 아픔이 묻어나는 그의 심정은 마지막 말문에서 확인됐다.
“의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말하면서 흥분하고 화가 난다. 갑작스러운 큰 일에 아직 안정이 안됐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계속 얘기를 하니 점점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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