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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안전성·유효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 건강권 제고라는 목적 하에 업계 입장은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식약처는 국내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규제 완화 정책을 피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내비쳤다.
단적인 예로 지난 5월 ‘의료기기의 날’ 행사에서 정승 식약처장은 “의료기기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창조경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는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과 달리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 강화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인허가 과정을 오히려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진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입을 추진 중인 의료기기 국제표준화기술문서(STEP)의 경우 영세한 국내 제조사들은 규정을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민원설명회를 열면 뭐하나. 현실 가능성을 타진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민원설명회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 놓고, 통보하는 방식이나 다름없다는 전언이다. 이는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민원설명회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업계 불만은 이뿐만 아니다. 안전성·유효성 관련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임상증례 제출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 허가심사 관련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인종 간 차이 등을 엄격하게 적용해 국내 임상증례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외국 본사에서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라며 “이미 자국에서는 별다른 문제점 없이 사용되고 있는 장비를 한국 시장에서 팔기 위해서는 A~Z까지 모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의아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는데 다국적 기업을 제외한 국내 제조사 중 시험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문제는 허가심사 절차가 복잡하게 되면 결국 업체에서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장비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 안전’ 도모를 위한 반대급부로 의료비 증가가 이어지게 된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안전성·유효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인허가 절차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업계 발전은 크게 제한될 것”이라며 “외국의 인허가 절차를 참고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업계 발목을 잡기 위한 규제가 아닌 안전한 의료기기 유통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며 “향후 관계자들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