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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 당돌할지 몰라도 외부적으로는 당당함이 옳겠다. 자신만의 비방(祕方)을 고수하려다 비방(誹謗) 당하기 일쑤인 한의학계에 과학적 검증 노력에 몰두하는 한의사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피부질환에 특성화를 살린 우보한의원 이진혁 원장. 한의학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환자들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더 이상 비방(祕方)을 고집해서는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과학적 검증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아닌 개원가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진혁 원장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진료 후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Q. 한의학의 과학화란? A. 가장 중요한 것은 논문화 작업이다. 임상에서 쓰이는 한의학 처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의학이 수 천년 동안 사용했다고 하지만 요즘은 검증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의사들이 그런 요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환자들도 과학적 연구결과에 더 신뢰를 보낸다. 다수의 고객들이 원하면 의료인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고객 눈높이 서비스 아닌가?
Q. 고충이 적잖을 것 같은데… A. 피부환자들은 다른 질환에 비해 예민하다. 이미 많은 스테로이드와 항생제에 길들여져 있고, 민간요법을 따라하다 생긴 부작용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새로운 치료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던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와 통계수치였다.
Q. 그 동안 거둔 최대 수확은? A. 최근 발표한 ‘백반증 논문’이다. 수 년 전부터 백반증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개량된 한약을 개발했다. 바로 ‘우백환’이다. 하지만 환자들 반응은 대수롭지 않았다. 확인된 사실이 아니지 않느냐는 눈치였다. 결국 늘 해왔던대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입증을 하니 그제서야 신뢰를 보냈다.
Q. 백반증 논문 내용은? A. 백반증은 후천적 탈색소성 질환인데 아직까지 발생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딱히 치료제가 없는 현실이다. 유일한 대안은 멜라닌 색소를 늘려주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우백환은 그런 차원에서 개발된 약이다. 관련 내용은 대한본초학회지 최신호에 실렸고, 지난 달 경남 산청에서 열렸던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Q. 의료계에서 한의학 과학화의 허점을 지적한다. 그에 대한 견해는? A. 한의학에 딱 들어맞는 과학적 분석 툴을 찾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한약처방 실험에 신약 수준의 임상시험 잣대를 들이대면 당연히 허점이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가 진찰 후 처방하는 한약에 별도의 임상시험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의학계에서도 한의학의 검증과정에 허점을 찾아 비난만 하기보다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론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Q. 한약처방만을 고수하나? A. 그렇지는 않다. 피부는 내장질환과 달라 외용제나 보존적 치료법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아토피나 건선은 가려움증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 이때 미스트 등의 외용제를 병행해주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긁는 횟수를 줄여 2차 감염 우려도 줄일 수 있다.
Q. ‘한의학 위기’에 대한 소견은? A. 한의학의 위기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한의사의 위기’다. 한의학은 수 천년 내려온 위대한 유산이다. 지금의 한의사들이 위대한 학문을 제대로 갈고 닦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방치료의 과학적 검증작업으로 신뢰를 얻어야 하고, 기초 한의학 연구인력 양성으로 학문의 깊이를 보여줘 한의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