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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약가인하 타개 제약사 '新 생존법'
음료·화장품·의료기기시장 등 진출
[ 2013년 10월 16일 12시 18분 ]

지난해 4월 단행된 ‘일괄 약가인하’는 국내 제약업계에 큰 타격을 가했다. 전문의약품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 정책은 제약사들로 하여금 일반의약품 시장 확대, 개량신약 개발, 사업 다각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게 했다. 특히 기존 고유 영역을 넘어서 음료, 화장품, 의료기기 등 타 영역으로 제약사들이 발을 내딛고 있는 현상은 정부의 약가 규제의 여파를 실감케 한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일괄 약가인하 후 제약사들의 사업 다각화 현상과 그 원인 등을 분석해봤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7월 발간한 ‘약가규제가 가져온 변화와 제약사들의 대응전략’ 리포트에 따르면 정부 규제가 엄격한 의약품 시장을 벗어나 성장성과 안전성이 높은 타 산업으로 다각화를 도모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약가인하 시행 전인 지난 2011년 3분기까지 10% 내외였던 12개 주요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4분기 2.9%로 떨어졌고, 지난해 2분기 이후 신제품 출시, 원가절감, 마케팅 강화 및 의약품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수익성은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예년과 같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그렇다면 약가인하 후 과연 제약산업에 나타난 변화와 제약사들 대응은 어떠했을까.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제약사 7곳의 매출 자료를 합산해 분석한 결과, ‘전문의약품 외 매출액’은 2008년 이후 연평균 8.7%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문의약품 매출액’은 2009년 이후 매년 감소하는 실정이다.


이에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영향에서 자유로운 일반의약품에 다시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의약품 광고가 늘어나고 있는 사실을 통해서도 파악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약가규제로 인한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신약개발보다 성공 확률이 높으면서 비용은 신약보다 저렴한 개량신약 열풍도 불었다.

 

‘사업 다각화’ 눈 돌리는 제약사들


약가인하가 불러온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외 타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및 의료기기, 화장품, 음료 등의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코스메슈디컬(Cosmeceutical)’이라는 용어가 탄생할 만큼, 최근 제약사들이 화장품 산업에 관심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국신용평가 고현수 애널리스트는 “제약사들이 화장품 제조에 나서는 경우,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타 산업으로의 다각화에 비해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제약사를 살펴보면 아모레퍼시픽과 공동연구를 통해 피부질환 및 민감성 피부를 위한 병·의원 전문 화장품을 판매해온 태평양제약, 아토피치료제 개발기술을 이용해 아토피용 보습제 ‘아토홍겔’을 출시한 한올바이오파마, 일본 남성화장품 브랜드 ‘우르오스’를 도입한 한국오츠카제약,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틸라’를 인수한 국제약품 등이 있다.


화장품과 함께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산업은 의료기기와 음료 시장이다. 의료기기 시장은 최근 8년간 연평균 9%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약가인하로 타격을 받은 의약품보다는 수익성이 높아 제약사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약사들의 의료기기 현황을 살펴보면, 한독은 올 초 미국 뉴로메트릭스와 당뇨병성 신경병증 조기 진단기기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JW중외제약은 최근 필러 ‘엘란쎄’를 출시해 매출 상승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꾸준한 현금 창출이 가능한 음료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 중인 제약사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출 1위 제약사로 도약한 유한양행은 지난 3월 숙취 해소 음료 ‘내일엔’을 출시하며 동아제약 ‘모닝케어’와 CJ ‘컨디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양약품 ‘쏠플러스’, 광동제약 ‘광동100세D’ 등 역시 신제품을 통한 매출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매출 타격 만회 위한 돌파구 절실”


이렇듯 제약사들이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의약외품 시장에까지 안간힘을 쓰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일괄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1조7000억원 가까이 약가가 인하됐다. 자연적으로 이익이 줄어든 현상에 따라 제약사들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다른 살길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약품은 화장품에 비해 임상 등 투자와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 동안 치료제 개발 노하우 등을 접목시키기에는 다른 업종에서 뛰어드는 것 보다는 제약사들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피부과 약물 개발에 주력 중인 제약사는 화장품 시장에 훨씬 진입하기 쉬울 것이며 내과 질환 약물을 주로 개발하는 제약사는 유착방지제 등 의료기기 개발이 수월할 것이다. 현재 제약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약물과 유사한 쪽으로 진출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국내 상위권 제약사 임원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전문의약품 사업성이 상당히 악화됐다. 이들 치료제만으로는 도저히 매출을 끌어올릴 수 없어 제약사들이 해외 진출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약 매출이 감소하는 만큼, 이를 메울 또 하나의 아이템으로써 화장품, 음료 등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비 의약품 산업이 전망이 좋거나 수익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 매출’을 창출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제약사라고 해서 화장품, 의료기기 등 사업 투자에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시장 역시 장점이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 없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산업이다. 태평양제약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타 산업 진출을 고려할 때 해당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약사의 화장품 판매가 타 산업군보다 장점을 갖고 있고,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화장품을 도입한 외국계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제약사의 경우에는 초기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 “화장품은 유통 채널이 의약품과는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유통 채널과 인지도를 확대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기자 ls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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