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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上] 제 영역을 구축하려는 보건의료 직능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 전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의사, 의료기사, 전공의, 간호사. 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현 의료체계 밖으로의 독립을 시도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을 새로 구축하기도, 다른 직역의 범위 공유를 넘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금부터 이들이 펼치는 독립운동 활약상을 살펴보자.
대한전공의협의회 “우리는 수련자이자 근로자, 특별법 필요”
최근 의료계에서 단독입법을 추진하는 새내기 조직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추가됐다. 이들은 수련자이자 근로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어 하나의 법률 개정으로는 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전공의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협은 지난 4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이 참여한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평가단 TF’에서 합의한 8개 방안을 뼈대 삼아 법 조항을 만들어갈 방침이다.
여러 직역의 합의로 나온 내용이기 때문에 법안 발의나 실제 입법화 과정에서의 부침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수련병원을 심의하는 신임평가위원회가 대한병원협회에 위탁, 사실상 사용자 단체 자체적으로 심사하는 구조 개선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전협의 이 같은 노력을 ‘의미 있는’ 전조로 탈바꿈 시킨 인물은 새누리당 대표인 황우여 의원. 황 대표는 지난 7월 17일 국회인권포럼과 함께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해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는 대전협이 아닌 국회인권포럼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전공의특별법을 만들자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제안에 ‘전공의 수련기준법’으로 화답했다. 그는 “전공의 수련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을 인권포럼에서 만들어 보겠다. 꼭 강행해야 할 것은 강행하고, 보완해야 할 것은 유예, 선언적 성격인 철학도 넣어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역제안했다. 포럼 후 가진 면담에서 황 대표는 법제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 대전협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현재 법안 추진은 국회인권포럼 일원인 손인춘 의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진전이 불편한 것은 대한병원협회다. 병협이 전공의특별법을 반길 수 없는 이유는 법 제정 후 전공의들이 원하는 수련환경을 병원에서 실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병협에 따르면, 전공의 1인당 주당 평균 91.8시간에서 80시간으로 수련시간이 12.8% 감소할 경우 4883명의 대체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병원별 평균 15~18억원, 수련병원 전체로는 약 3300억~40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해 약 2.0~2.5%의 수가인상 요인이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협이 바라는 점은 전공의에 대한 국가의 지원. 정부가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해 수가를 통제하고 있는 만큼 전공의 양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공의들이 처한 각박한 환경에 대한 부채의식을 정부 역시 통감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전공의 교육비용을 메디케어를 통한 국가부담 70%와 나머지 30%를 메디케이드와 민간의료보험에서 부담하며, 일본도 2004년부터 100%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특별법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전공의지원법도 함께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인 대전협 신임 회장은 집행부 활동을 특별법 제정에 90% 이상 쏟아 부을 계획이다. 특별법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 시기는 내년 4월. 이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전 발의를 마칠 계획이다.
장 회장은 “이번 집행부의 가장 큰 목표가 특별법 제정이다. 현재 손인춘의원실과 실무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의사 “우리만의 길 걷고 싶다”
보건의료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법은 단연 ‘독립한의약법’이다. 독립한의약법 입법은 한의계 숙원 중에서도 숙원이었다.
그 첫 단추를 껴준 한의계 은인은 바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그는 지난 3월 20일 김성주(민)·김성태(새)·박성효(새)·배기운(민)·양승조(민)·유성엽(민)·이완영(새)·전정희(민)·최동익(민) 등 총 10명과 함께 이 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중 김성주·김정록·양승조·최동익 의원이 이 법안을 논의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고, 특히 김성주·최동익 의원은 법안을 실질적으로 심의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이다.
김 의원은 발의 목적에서 “획일적인 의료관리체계로 인해 한방과 양방 각각의 고유한 특성 발휘와 수준 높은 의료 제공에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현행법 체계가 양방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법 해석과 운용에 있어 의사와 한의사에 의한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업무영역이나 의료기기 사용 등과 관련해 양측 간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이 법안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김 의원의 주장대로 의료기기 사용권 때문이다. 한의약법 제9조 2항에는 “한의사는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 독립한의약법은 한의사들이 독자 노선을 개척하려는 입법이라는 인식 외에도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물꼬를 터 의사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자기 영역에 발을 들이는 이방인에게 쉬이 땅을 넘기는 주인은 없을 것이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반감을 가진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약 정의가 거슬렸던 대한약사회는 단독한의약법 입법 저지에 공조키로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해당 법안은 전문성에 위배되며, 근거 중심의 이론적 바탕을 통한 의료기기 사용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행위”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현재 한의협은 여야 균형을 맞춘 공동발의자를 중심으로 입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대(對)국회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경윤호 사무총장과 조신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을 영입했다. 독립법안을 준비 중인 다른 직역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물밑 작업과 함께 공식적인 활동을 진행 중인 한의협은 입법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길”이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만큼 입법화 될 때까지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계 숙원사업이다. 한 번에 진행되지 않는 일이 많다. 입법 필요성을 알려나가면서 올해가 아니면 내년이라도 될 수 있게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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