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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 "1977년부터 간호법 제정 추진 30년 넘어"
醫·韓·看 등 보건의료 직역별 독립투쟁 본격화
[ 2013년 10월 31일 12시 38분 ]

[기획 下]의료계 단독입법 마라토너는 단연 간호사다. 지난 1977년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

 

1998년 처음으로 연세대연구소에 법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고, 2003년 서명 운동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05년 법이 발의됐다. 17대 국회 때다.


2005년 4월 민주당 김선미 의원은 간호사만을 대상으로 한 ‘간호사’법을 발의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새누리당 박찬숙 의원이 간호보조인력인 간호조무사도 포함시킨 ‘간호법’을 발의했다. 간호 관련 직역을 모두 포함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당시 검토보고서에 대한 발 빠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 법들은 결국 임기만료 폐기됐다. 2006년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은 됐지만, 예민한 법안들이 늘 그렇듯 심의 순서가 뒤로 밀려 논의조차 안됐다.


추진 시기마다 간협에서 내건 간호법 제정 이유는 달라졌다. 최근 간협이 내걸고 있는 것은 간호 영역 확장에 따른 체계화 필요성이다. 그들은 현재 의료법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한정돼 있어 간호 영역을 제대로 품고 있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간호와 관련된 법안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학교보건법, 농어촌보건의료특별법, 지역보건법, 결핵관리법 등 10개가 넘는다. 간협에서는 흩어져 있는 간호 관련 법안을 한데 모아 체계화시키고,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의 업무 영역 역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협 관계자는 “현재 간호 영역은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다. 고령화되고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가 의료의 중심이 됨에 따라 이러한 흐름은 계속 될 것이다. 체계화가 필요하다. 간호인력의 미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때다. 보건교사나 농어촌보건의료특별법에서는 간호사가 일부 의사 역할을 대신 한다. 교정간호사의 경우 응급처치 등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최근 간협은 시대에 맞고 실현가능한 간호법 제정을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조항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는 간호법 제정을 위한 여론몰이가 한창이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전국 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홍보 동영상과 웹툰 등을 제작해 온라인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에서는 외부 여론보다 내부 여론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간협은 ‘간호진단’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간호요양원이나 가정간호센터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간호법 때문에 극심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간호조무사들의 업무를 ‘간호보조 업무’로 국한해 그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보통의 경우처럼 활동 영역이 겹쳐지는 다른 직능과의 갈등이 입법화의 쟁점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간호법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간호인력 개편안을 두고 갈라진 간호계가 간호법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간호사모임(이하 건수간)은 간호법 제정에는 찬성이지만, 간협이 이를 추진하기 전(前)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해 전면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간호법 제정은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물타기”라는 것이다. 건수간이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이유는 간협이 ‘간호인력 개편안’의 대안으로 간호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간협이 추진하는 간호법에는 간호인력과 간호보조인력 간 명확한 관계 정립 등 간호인력 개편안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간호인력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간호인력 3단계 체계(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에 대한 간협의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간협은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며 3단계 간호인력 체계 중 하나인 ‘1급 실무간호인력’ 양성을 두고 재검토를 통한 대안 마련에 주력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간협 김원일 정책위원은 “재검토는 반대를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로는 이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법적으로 2018년부터 가능하게 한 2년제 간호조무사 양성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0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국회 설득 작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라며 입법 의지를 다졌다.

 

의료기사 “다른 직역과 형평성 맞춰져야”


독립을 위해 최근 가장 가열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직능은 단연 의료기사다. 이들은 의료기사의 활동 영역 확대와 독립성 확보를 위해 치열한 입법전(戰)에 뛰어들었다.


발의된 법안은 ▲지난 6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의사 지도를 처방으로 개정하고 의료기관 외에서도 활동 가능하게 한 의료기사법 ▲지난 7월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의료기사를 수가 계약 공급자에 포함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이다. 또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의료기사 4년제 통합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재윤 의원은 3선, 이종걸 의원은 4선, 강기정 의원은 3선 의원으로 하나같이 중진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국방위원회, 나머지 의원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모두 민주당 의원이고, 복지위를 상임위로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법안의 발의 추진 선두에는 물리치료사협회가 자리해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기사협회 관계자는 “90년대 의료기사법 전면 개정 당시 물리치료사협회가 지도를 처방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이것의 실패가 이 같은 행보의 원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발의된 법안들이 장기적 차원에서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휘권에서 독립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의료기사의 위상을 높여주는 효과를 노린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의도를 잘 보여주는 법률이 바로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다. 의료계의 가장 큰 반발을 샀던 법이기도 하다. 이 법은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만으로 의료기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현실, 그리고 의료기사 관련 국제 표준과 가깝고 다른 민간 면허들과 형평성이 맞는다는 것이다.


물리치료사협회 관계자는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70년대 만들어진 ‘지도’라는 용어 하나 때문에 물리치료사들은 바우처 사업 등 정부 정책에 참여할 수 없다. 민간 자격증인 웃음치료사 등도 함께하는 이 같은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법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은 18대 국회 때 역시 이 같은 내용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당시 법안에는 지도를 처방·의뢰로 개정하고, 나아가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을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 의사가 보건의료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근간은 각 의료 관련 법안에 명시된 지시·감독 조항에 있다. 의료기사가 지휘권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의협 등 관련 직능단체가 달가울 리 없다.

 

예상대로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임기만료폐기됐다. 이번에도 전국의사총연합,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관련법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다. 의사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는 것은 물론, 의료법 체계를 허무는 법이란 것이 골자였다.


주목할 점은 18대 국회에서 단독개원을 법제화 하려던 물리치료사협회가 한 발짝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의료기사협회 관계자는 “18대 국회 때 배운 것이 있을 것이다. 지도를 처방으로 바꾸는 것이 1단계라면, 단독개원 등 그에 따른 효과는 2단계다. 일단 1단계부터 성사시키자는 마음일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물리치료사협회는 입법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리라고 본다. 실제 현행법에는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복지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 또 국회의원 뿐 아니라 국민을 먼저 설득할 것이다. 공청회 등도 필요하다면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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