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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희망의 기운 전한 경희 의료진
국내 병원 첫 태풍 피해지역 봉사단 파견…닷새 간 2154명 돌봐
[ 2013년 12월 04일 20시 00분 ]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아직까지 어려운 단계다. 그러나 그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힘을 북돋아주게 하는 이들이 있기에 인간사회는 발전한다. 문명의 이기를 얻고 있는 현대사회도 마찬가지다.

 

여기 두 손, 두 발 다 놓고, 도움을 주러 떠난 이들이 있다. 한 가정의학과 여교수는 2살배기 아이가 공항까지 직접 배웅하고, 복귀할 때는 마중도 했다는 후문이다. 경희의료원의 의료봉사 일화다.

 

경희의료원은 의료계 단체를 제외한 국내 단일병원 최초로 필리핀 태풍지역 의료봉사활동을 수행했다. 지난11월 22일부터 5일 동안 단장을 맡아 전체 봉사활동 여정을 진두지휘한 조중생 교수(이비인후과)는 현지의 안타까운 사정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그는 “아직까지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조차 안 들어오는 열악한 상황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라며 “자연재해로 집을 잃고,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는 현지인들을 보니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운을 뗐다.

 

경희의료원이 봉사한 지역은 세부 지역 인근 반타얀 섬이다. 당초 타클로반, 오르목 도시가 대상지로 논의됐으나, 해당 지역에는 이미 국제구호단체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최종 목적지가 변경됐다.

 

 

필리핀 마닐라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형병원인 세인트룩병원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온 직후 1주일 간 준비과정을 거쳐 봉사활동에 착수했다.

 

조중생 교수는 “워낙 사안이 시급하다보니 의료원장실, 총장실 승인이 단 하루 만에 확정됐다”라며 “의약품을 비롯해 봉사단이 이용할 텐트, 전투식량 등 만반의 준비를 한 후 필리핀 현지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경희의료원과 세인트룩병원은 효율적인 의료봉사를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 경희의료원은 내과 진료를, 세인트룩병원은 외과 진료를 주로 담당하면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양 측은 각각 50만불 규모 의약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치, 60일치 처방을 내린 세인트룩병원과는 달리 경희의료원은 환자군과 비환자군을 철저하게 구분해 의약품이 동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그 결과 경희의료원 봉사단은 5일 간의 짧은 기간 동안 무려 2154명에 이르는 현지인을 진료했다. 높은 습도와 30℃에 육박하는 더위도 봉사단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조중생 교수는 “의사 6명, 간호사 3명, 행정지원 3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점심시간까지 줄여가며 봉사활동에 임했다”라며 “야간에는 헤드라이트를 착용하면서 1명의 환자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반타얀 섬은 전체가옥 90%가 파손되고, 사망자 33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수인성, 염증성 질환이 창궐하고 있으며, 심각한 자연재해를 겪은 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조중생 교수는 “못에 찔린 환자가 많아 파상풍 주사를 집중적으로 처방하는 등 추가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라며 “현지에서 장염을 앓아 링겔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진료에 참여한 봉사단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경희의료원 봉사단은 샌드위치 등을 마다하고, 오히려 소아환자에게 제공하는 등 말 그대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마지막 날 개최한 송별식 ‘코리안 나이트’에서 “천사”라는 구호가 외쳐질 정도로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조중생 교수는 “기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봉사와 이번 필리핀 봉사는 성격이 다르다”라며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고,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됐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봉사라고 본다”라며 “향후에도 현재 몸 담고 있는 경희의료원 국제진료센터를 기반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인트룩병원과의 협동 봉사는 전 세계에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조만간 세인트룩병원과 MOU를 체결해 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우호적 관계 형성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김민수기자 kms@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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