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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제약이 68년 역사를 뒤로 한 채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한독에 흡수된다. 이번 인수합병은 품목 겹침 현상으로 상위 제약사간 M&A가 쉽지 않을 것이란 그간의 업계 정설을 무색케 했다. 그 만큼 업계가 받는 충격은 크다. 또 사업력이 약하면 가차 없이 정리해버리는 대기업의 생리현상도 여기서 확인됐다. 1945년부터 의약품을 생산해온 아모레퍼시픽그룹(구 태평양그룹)은 이제 관련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태평양제약의 설립초기부터 현재까지 지나온 발자취는 역사 속에 남게 됐다.[편집자주]
지난 13일 한독의 575억대 M&A 발표 직전 태평양제약과 관련한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됐다. 곧 제약계에 충격파를 안겨줄 것이란 업계 소문은 결국 회사의 ‘사업정리’로 귀결됐다.
올 초 태평양제약이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이 같은 관측이 제기돼왔지만, 당시만 해도 회사는 R&D 투자와 다른 기업들과의 공동 프로모션 등을 전개하며 이러한 시각을 희석시켰다.
하지만 회사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포착되면서 경영 상황이 투영됐고 작년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는 그대로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2010년 1600억원대의 매출은 작년 1400억원대로 줄었다. 이 중 제약사업 매출은 약 70%에 달한다.
그럼에도 매출 1000억대가 되지 않은 회사들이 줄을 잇는 업계에서 ‘생존’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태평양제약은 이번 그룹의 결정으로 의약품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그룹 성장동력원에 ‘제약’이 낄 자리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작년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이 3조4372억원이기 때문에 태평양제약의 매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케토톱 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은 1945년 설립된 태평양화학공업사가 그 전신이다. 지금의 회사 이름은 1983년 태평양 의약품사업부가 독립하면서 만들어졌다.
1988년 최초 주식 상장을 한 태평양제약은 하지만 올 초 그룹에 다시 편입되면서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약 25년 동안 유가증권 상장사였던 회사는 조금씩 사업철수 과정을 밟아온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미래 성장 투자에 대한 ‘의지’의 문제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앞서 지난 2006년에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이 55개 상장 제약사 연구개발비를 비교한 가운데 이 중 태평양제약의 경우 케토톱 등을 통한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가 가장 많은 회사로 지적됐다.
특히 비슷한 대기업 계열 제약사인 LG생명과학과 비교해서 태평양제약은 부실한 R&D 투자를 반영하듯 신약 개발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생활용품 등 총 10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태평양제약이 이 중 하나로 이번에 의약품사업부문만 한독에 넘어가게 됐다.
화장품 사업 이미지가 강한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선 이번 사업 정리로 확보된 자금 유동성을 토대로 해당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평양제약 관계자는 “의약품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도 잘 알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인수기업은 ‘한독’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회사 직원들도 매각 관련 내용을 거의 몰랐던 것으로 알려질 만큼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평양제약이 그룹으로 편입할 당시, 이미 제약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잖았다. 반면 일부 품목들의 선전과 다른 기업들과 코마케팅하고 있는 제품들도 있어서 기우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악화된 제약환경 속에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한독의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 인수는 주식매매계약으로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제약사업부 임직원은 전원 한독에 승계될 전망이다. 영업 양수양도에 관한 법적 절차는 오는 2014년 2월 중 완료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