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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군의관 세계서 최초 여군의관‧여군 병원장
김미랑 중령(국군춘천병원장)
[ 2013년 12월 29일 20시 00분 ]

우리나라 의사의 20%는 여자다. 의료계에서 여의사가 갖는 역할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개척’이라고 답한 이가 있다. 바로 김미랑 국군춘천병원장[사진]. 눈앞의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걸어가는 것이 개척자의 숙명이다. 김미랑 병원장 역시 “우리나라를 위해 일 하겠다”는 일념으로 2001년 동기인 김은진 중령(수도병원‧재활의학과 전문의)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군의관이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군의관 중 여의사는 없었다. 남자들도 꺼리는 군의관으로 임관한 후 그가 발을 내딛은 모든 길은 불모지였다. 묵묵히 척박한 땅에 길을 만들던 그가 2013년 또 하나의 문턱을 넘었다. 군 병원 최초 여군 병원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취임 일주일이 지난 시점,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병들과 함께 발전하며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

 

Q. 여의사 삶을 버리고 여군의관으로 임관한 계기

 

A. 의사국가고시 준비 중이던 본과 4학년 때 의대 현관 게시판에서 여자 군의, 치의 모집 포스터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학생 시절, 의사들이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말씀을 교수님, 선배들에게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특히 여의사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Q. 개척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중 군의관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왜 군 복무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이 묻는다. ‘최초’라는 수식이 가진 무게가 아닐까 싶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 생각해 봤다. 그때마다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군인으로서 당연하지만 군 생활을 하며 겪는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 속에서 이 결론이 나의 결정을 도왔다. 더욱 높은 가치에 군 생활의 목표를 두지 않으면 스스로 삶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Q. 군의관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세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군의관으로 임관할 당시에는 군 생활이나 군 의료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당시에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군 생활을 하며 현실을 알게 되면서 다짐했다. 의사로서는 몸이 아픈 환자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진심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군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보건정책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개선점을 하나씩 고쳐 조금 더 나은 군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의료진들이 조금 더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군 의료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Q. 군의관 복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어렸을 때부터 심한 사시를 갖고 있던 병사들이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자신감을 갖기 어려운 상태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 병사들에게 사시수술을 해준 후 기뻐하는 모습을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병사들이 보다 자신감 있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기를 항상 기원한다.

 

Q. 최초 여군의관이다 보니 남성중심의 군 문화와 제도 속에서 부침이 있을 것 같은데

 

A.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여군의관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여군의관은 다양한 혜택에서 벗어나 있었다. 군장학금제도 역시 그렇다. 저나 제 동기인 김은진 중령도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재학 당시 군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육군본부 근무 당시 다른 부서와 협조해 의대생(의전원), 치대생(치전원)의 경우 여학생도 군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한 적이 있다. 언젠가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은 여학생이 지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이 규정의 개선이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 참고로 현재 일반적인 군장학생은 여전히 남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Q. 최초 여군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여군 병원장만의 특수성이 있는지

 

A. 의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진료적인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 군병원장 등 지휘관의 임무 수행 측면에서도 남성과 다른 것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 여성이 진출하면 발생하는 긍정적인 영향, 즉 권위적인 분위기 개선, 관행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나길 바란다.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병원장으로서 세운 국군춘천병원 마스터플랜이 있다면

 

A. 우리 구성원들이 행복해져서 그 행복이 환자들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의 강요된 희생으로 조직만 행복해지는 결과는 결단코 바라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병원을 위해 많은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같은 맥락에서, 군 복무 기간이 구성원들에게 정체된 시기가 아니길 바란다. 발전할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 주고 싶다. 장병, 군무원 모두 한 단계씩 발전한다면 이는 우리 병원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같이 길을 모색하고,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Q. 병원장으로서 각오 한 마디

 

A.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구성원과 공유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진료부의 일을 간호부가 모르고, 간호부의 일을 진료지원부가 모르면 서로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질 수 없다. 가능한 서로의 업무와 애로사항을 이해해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장병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더불어 복무기간 동안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性) 군기 문제나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스스로와 구성원들에게 적용하려고 다짐하고 있다.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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