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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대학병원 소아외과 의사로 인정받기까지의 노력과 사랑을 담은 휴먼메디컬드라마 ‘굿 닥터’가 지난해 10월 방영을 마쳤다.
드라마 속 사회화가 안 된 늑대소녀를 진료하기 위해 기꺼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 의사, 병원 수익이 아닌 환자를 위한 곳으로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원장과 경영진의 모습 등은 ‘한 편의 동화 같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같은 의사·병원·의학의 따뜻함이 드라마에 녹아들기까지 그 뒤에는 박재범 작가가 있었다. 국내 최초로 ‘메디컬수사극’이란 장르를 OCN ‘신의 퀴즈’에서 선보이고, ‘굿 닥터’로 공중파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 그를 만나봤다.
Q. OCN ‘신의 퀴즈’에 이어, KBS ‘굿 닥터’까지 ‘의학드라마’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메디컬드라마는 극적인 요소가 많고 신비감을 갖는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순간들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다.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이른둥이를 가진 부모, 장(腸)이 없이 태어나 먹을 수 없는데도 성장하는 아이 등 메디컬드라마는 ‘인간’을 가장 잘 조명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Q. 어렵고 복잡한 의료용어, 의학지식 등을 대본으로 쓰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별도로 의학 공부를 한 적이 있나
영문학을 전공했다. 의학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나 다름 없었다. 2008년 ‘신의 퀴즈’로 첫 의학물을 준비하며 1년 반 정도 무식하게 공부했다. 희귀병 등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모르는 부분은 의사 선생님께 찾아가 물어보고 자료를 받았다. 실제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의사 선생님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이나 학회를 찾아가서 끊임없이 보고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공부했던 경험이 자산이 됐는지 ‘굿 닥터’ 때는 처음보다는 수월했다. 다만 의학용어가 대부분 영어다 보니 일일이 우리말로 고치는 것도 곤욕이었다. 시청자가 이해를 해야 하니까 쉽게 풀어쓰려고 했지만, 한글로 고친 용어가 너무 어색한 경우에는 원어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 어려운 용어들을 외워서 줄줄 말해야 하는 배우들이 더 힘들었다. 특히 교수로서 수술을 집도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던 배우 주상욱 씨가 고생이 많았다.
Q. 이번 드라마 배경으로 소아외과를 선택했는데 재난의학, 병리학, 유전학 등 하고 싶었던 분야가 많았다. 특히 국내에서 유전자와 관련된 복제분야는 황우석교수 사건 이후 허무맹랑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만약 황 교수가 그때 성공했다면, 복제분야에서 드라마, 영화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을 것이다. 소아외과는 개인적으로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컸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있다. 실제 아이가 3살 때 손가락 끝부분이 잘려서 병원에 달려간 적이 있다. 병원 진료가 끝나가는 5시 30분경이었는데 다행히 수지전문의가 있어 잘 치료가 됐다. 어린아이의 그 조그만 손가락을 치료하는 걸 보면서 소아외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Q. 소아외과 인력부족·적자, 간호사-의사 호출 등 드라마 곳곳에 의료계 이면의 이야기가 소개됐는데 소아외과 인력부족 문제는 다루고 싶었다. 의료수가가 쟁점인데 문제가 심각하다. 장 이식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수술을 제외하고는 적자운영이다. 수가 때문에 아이에게 적합한 주사용품을 못 쓰는 상황은 죽으라는 이야기와 같다. 국내 의료수가는 군대에서 후임에게 500원을 주면서 담배도 사오고, 콜라도 사오고 100원 남겨오라는 식이다. 더 웃긴 것은 의사들이 어떻게든 400원에 물건을 사오면, 정부는 ‘그래 할 수 있잖아’라며 다음부터는 400원을 주는 시스템이다. 드라마에서도 의료수가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슈를 넣으려고 했지만 예민한 사항이다 보니 편집에서 제외됐다.
Q. 드라마 속 사회화가 안된 늑대소녀를 치료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는 박시온(주원)과 같은 의사가 현실에도 있다고 보는지 가공인물인 박시온이니까 가능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준비하며 만난 의사 10명 중 9명은 박시온과 같은 의사다. 처음에는 운이 좋아서 좋은 의사 선생님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소아외과 선생님들 모두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따뜻하고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환자 중 죽은 아이를 생각할 때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한동안 말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Q. '굿 닥터‘란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나 마지막회에서 박시온이 좋은 의사에 대해 나레이션한 부분이 내 생각이다. “좋은 의사가 뭔지 고민하는 의사가 모두 좋은 의사다. 그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처가 많이 있어야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남의 아픔을 헤아리려면 자기부터 아픈 것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아파할거다. 그래도 괜찮을거 같다. 난 사람들 속에 있을 것이고, 그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을테니 말이다 - 굿 닥터 中"
Q.굿 닥터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의학드라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까닭은
의학드라마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본다. 위 제거 수술을 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중 수술은 5시간 남짓, 나머지 29일 이상은 환자와 의료진, 의사와 의사, 의사와 간호사 등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다. 외과적인 수술도 모두 문진에서 시작하지 않나. 병원에 오면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란 질문으로 시작해 ‘아픈 데는 어떠세요’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이 때문에 굿 닥터에서는 자극적인 수술신을 넣기보다는 사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Q. 실패 없다는 의학드라마가 최근에는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의학드라마의 매력은 긴장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긴박감 측면에서만 드라마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속 인물이 회복했을 때 어떤 행복이 있을지 고민하기보다는 공포영화나 액션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가려고 한다. 또한 최근 의학드라마에서는 이전 작품들을 복제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굿 닥터에도 어느 정도 가미가 됐지만 ‘하얀거탑’ 이후에는 의학드라마 마다 병원 내 권력다툼 등의 정치색이 들어간다. 뭔가 새롭고 특별한 느낌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같은 문제가 있음에도 앞으로 의학드라마는 불패할 것 같다. ‘생로병사’같은 프로그램 사람들이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학이란 분야는 결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없다.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의학드라마 쪽은 쳐다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특히 ‘병리학’을 다뤄보고 싶다. 병리학은 보이지도 않고 정해진 답도 없다. 수술로 완치가 되는 해법이 없다는 점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Q.도움 받았던 의료진이나 병원 관계자가 있나 너무 많다. 대한소아외과학회,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이명덕·장혜경·김신영·김수현 교수님, 삼성서울병원 이석구·서정민 교수님, 분당차병원 소아외과 정수민, 소아응급의학과 제상모 교수님, 간호자문: 정보경·오순자, 자폐증 자문: 상황언어치료센터 최수아·김상민, 의료코디네이터: 마원희, 리서쳐:진소현, 서울성모병원 홍보팀 임성규 팀장님·윤석주 선생님 등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