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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계동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08년 3월 17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에 셋방살이를 시작한 지 5년 9개 여월 만이다.
복지부는 지난 12월 13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세종특별시 단독청사로 부서별 이전을 단행했다.
올해 가을부턴 이삿짐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서류 정리작업을 진행했다.
복지부 직원은 비정규직을 포함해 900여 명 수준이다. 큰 조직이 옮겨가는 만큼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보건복지 정책의 중심이 계동에서 세종시로 옮겨가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시선도 이제 세종시로 향하게 됐다.
2008년 3월 17일 계동 시대 2008년 3월 2일.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새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복지부(당시 보건복지가족부)를 포함한 부처별 청사재배치 계획을 확정했다.
청사재배치는 통합부처를 동일 건물에 우선 배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는 사회부처가, 과천청사에는 경제부처가 배치됐다.
복지부는 옛 해양수산부가 입주했던 현대 계동사옥으로 이전했다. 정부 과천청사 생활을 정리하면서 계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계동 사옥은 보육시설 부족 등으로 여직원들 고충이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는 정든 과천을 떠났지만 계동 이전으로 한가족 세지붕 살림을 청산할 수 있었다. 과천청사 당시 사무공간 부족으로 인근 평촌과 과천시 등에 사무실을 분산 배치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다.
당시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부처는 3월 13일부터 일제히 이사준비에 들어갔다. 5톤 트럭 수백 대를 동원했다. 복지부가 사용한 과천청사 2동은 농림식품수산부가 입주했다. 이사로 복지부 업무는 일시 중단됐다.
복지부는 계동 입성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전에 쓰던 집기를 사옥 앞에 방치하면서 세금을 낭비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경험 탓에 복지부는 세종시 이전에 만전을 기했다.
복지부는 계동 시대를 열어 서울에 입성했지만 이사 준비가 수월하진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보건복지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성이 후보자가 야당의 반대로 임명이 지연돼 수장 없이 이사를 준비했다. 세종시로 이전한 현 복지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김성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미국 국적 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등의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지속해서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3명의 장관이 낙마한 점을 거론하며 맞섰다.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임명이 지연되는 문형표 장관도 논란 끝에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했다. 이런 그가 천신만고 끝에 장관에 임명돼 세종시 시대를 처음으로 이끌게 됐다.
복지부가 계동에서 내놓은 정책은 보건의료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1999년 의약분업 이후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동 사옥에서 나온 정책은 리베이트 쌍벌제를 비롯해 포괄수가제(DRG), 약가 및 영상장비 수가 인하, 초음파 급여화 등 한둘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 정책인 4대 중증질환 보장계획도 계동 정책이다. 다만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 개선안은 세종시에서 발표한다.
이중 의료계에 가장 큰 여파를 미친 정책은 단연 리베이트 쌍벌제다. 전재희 장관 시절에 나온 쌍벌제 법제화로 의료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리베이트는 저수가 보존책이며 기존 관행이라는 의료계 주장은 거센 비판만 받고 수용되지 않았다.
쌍벌제 도입으로 의사들의 약 처방 관행은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쌍벌제로 처벌되는 의약사와 제약업계가 현재까지 속출하고 있다.
DRG 역시 지난 2012년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한 정책이었다. 의료계는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명분으로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결론적으로 이 정책은 무리 없이 진행됐으나 정부와 의료계가 날카롭게 대립한 사례로 기록됐다.
약가와 영상장비 수가 인하는 제약업계와 병원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제약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병원계는 별도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계동 시대,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는 냉온탕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관계였다.
보건의약계 시선은 이제 세종시로 복지부는 지난 12월 13일 인구정책실과 연금정책국이 처음으로 세종시로 이전했다. 이후 14일 보건산업정책국, 15일 보건의료정책관, 16일 공공보건정책관과 한의약정책관, 건강보험정책국이 이전을 완료했다.
17일 건강정책국·복지정책관·복지행정지원관·사회서비스정책관이, 18일 장애인정채국, 19일에는 기획조정실과 비상안전기회관이 세종시로 옮겼다.
20일은 장관실과 차관실 직속부서, 정보화담당관, 대변인실이 마지막으로 세종시로 이전했다. 기자실과 브리핑룸은 지난 19일까지 운영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19일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기자실을 방문해 인사를 건넸다. 문 장관은 “기자들이 세종시로 많이 내려와 줄 것으로 기대한다. 계동에서는 경험이 짧았지만, 세종시에서는 여러분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이삿짐은 5톤 트럭으로 약 380대 분량이다. 8일 간 이뤄진 이전으로 현대사옥은 책상과 집기를 나르느라 복잡했다.
이제 보건의료 정책의 중심축은 계동에서 세종시로 옮겨간다. 대한민국 보건의료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정책이 세종시에서 논의되고 결정된다.
당장 세종시로 이전하는 복지부 공무원들의 생각은 복잡하다. 자녀가 어린 공무원은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자녀가 한창 학업 중인 가정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자녀가 장성한 공무원은 “혼자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거주지 선택은 다양했다. 현재 세종시는 거주에 필요한 기본 시설마저 부족하다. 그래서 기본 인프라가 좋은 대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 등을 고려해 오송을 택하거나 공주 등 인근 지역을 폭넓게 선택하고 있다.
복지부 세종시대는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당장 복지부 문턱을 수없이 넘었던 직능단체들이 세종시 지부 설립 등을 고민 중이다.
서울에서 세종시를 왕복하려면 자동차로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적지 않은 시간으로 대관업무를 수행하기엔 큰 부담이 따르게 된다.
당분간은 실무자들이 복지부를 오가는 수준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종시 지부에 속도를 내고 별도 사무실을 개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세종시에 관심을 쏟기는 병원계와 전문학회 측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적잖이 복지부를 방문해 다방면의 협의를 진행했다.
한 직능단체 관계자는 “복지부는 직능단체의 매우 중요한 대상”이라며 “결국 세종시에 행정력과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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