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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와 무관해 보이지만 소송 걸리면 대부분 책임 면키 어려워 주의 필요"
[특별기고]흔히 ‘의료사고’라 함은 의사의 진료행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즉,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의 진단, 처치, 경과 관찰 상 과실로 환자에게 생명·신체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를 의미한다고 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료행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도 적지 않다. 낙상사고도 그 중 하나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낙상사고의 경우, 법원이 의료기관에게 일종의 가중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경향이 짙어 의료기관이 손해배상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례 1. 국립병원 알코올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자 간호사는 지남력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고, 잠시 억제대를 풀어줬다. 그런데 환자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외상성 경막하출혈,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출혈성 뇌좌상, 두개골절로 진단됐다. 이후 환자와 가족들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례 2. 대장내시경검사 과정에서 미다졸람을 투여 받은 환자가 회복실 이동 후 30여분이 지나 환자가 인기척이 있자 간호사는 환자를 일으켜 앉힌 다음 수액을 제거했다. 그런데 혼자서 화장실에 들어간 환자가 화장실 내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심각한 외상성 뇌손상을 받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했다.
*사례 3. 소규모 의원에서 그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물리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어느 날 물리치료를 받던 도중 살짝 졸아 침대에서 떨어졌다.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즉시 환자를 일으켜 세우고 이상을 확인했으나 환자는 괜찮다고 말했고, X-ray 검사 권유도 극구 사양한 후, 별다른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채 치료를 받고 집까지 걸어 귀가했다.
직원은 환자 귀가 후 환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경우 빠르게 내원하라고 알리고자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환자는 집 주변에서 이상증세를 보여 응급실에 내원했고, 이후 보호자 등은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위 사례에서 모두 의료기관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례 1에서 법원은 ‘환자의 상태로 보아 주의깊게 관찰, 감독해야 함에도 간호사가 지남력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고 환자가 대답하자 막연히 억제대를 풀어주고 관찰·감독자를 동반시키지 않은 채 화장실에 보냈다고 봤다. 그리고 병원이 환자를 발견한 후 ‘CT, MRI 검사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고 1시간 가까이 단지 경과관찰만 한’ 것을 모두 과실로 인정했다.
사례 2에서는 ‘당시 환자가 회복실에서 막 나온 상태였고, 제대로 화장실을 찾아가지 못했던 상태였던 점, 환자의 연령이 적지 않고 용종 제거까지 한 점’에 비춰 병원이 ‘간호사나 직원 등으로 하여금 화장실에서 환자를 보조했어야 했다’라고 판단했다.
사례 3에서도 ‘고령이고 장애가 있는 환자는 다소 몸을 뒤척이더라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넓고 안전한 침대에서 물리치료를 받게 하거나, 물리치료 중 체위를 변경하거나 거동을 할 때는 반드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충분한 교육을 시행하며, 수시로 직원으로 하여금 환자를 확인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낙상 이후에도 환자에게 뇌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여 검사를 시행하거나, 귀가조치를 결정할 때에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즉시 내원하도록 교육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관의 과실을 인정했다.
이처럼 법원은 의료기관에서의 낙상사고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의료진이나 직원이 환자를 빈틈없이 관찰, 보조한 사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대체로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수가 체계에서 환자 1인 당 보조직원을 일일이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자나 보호자가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어디까지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인지도 난감하다.
더욱이 법원은 과실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소규모 의원인지 대형병원인지를 고려하지 않고 ‘최선의 조치’를 다했는지 만을 심사한다.
환자들이 대부분 낙상위험군으로 포섭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은 사실상 어느 정도는 손해배상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물론 일정부분 책임을 제한한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병원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충분한 교육을 하였고, 환자가 오히려 보조를 거부했음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점도 병원에 불리하다.
필자는 이러한 법원의 태도가 병원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환자에게 가혹한 결과가 된다는 인식에 기인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리를 생각한다면, 이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의료기관에게 가중된 주의의무, 혹은 사실상 무과실 책임을 부여한다면, 이는 정책적으로도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법원이 설시한 주의의무를 현실적으로 다하기 어렵다는 것에 있다. 법률적으로 빈틈없는 환자 안전관리가 요청된다면 그에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비용이 수가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채 2만원이 되지 않는 물리치료 비용을 받으면서 직원이 환자 곁에서 계속 관찰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책임 소재와 관련된 다툼의 결말보다는, 사전적 환자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보다 중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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