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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시대 역행" 불만…규제 강화 '진단시약’
식약처도 어려움 호소, "전담부서 설립·전문인력 양성 시급"
[ 2014년 01월 16일 06시 00분 ]

#1. 의료용 삼투압계, 자동혈액분석기 등을 판매하는 A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 판매를 위해서는 유럽 현지실사 마쳐야 하지만 식약처 감시원, 현지수행원 및 직원의 체류비용, 항공비, 통역비 등 많게는 5000만원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걱정이다.

 

#2. 다른 의료기기업체 B사는 수입 판매하는 진단시약의 제조국 스웨덴 현지실사를 오는 3월까지 마쳐야 하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식약처 감시원이 아직 배정되지 않은데다 직항노선이 없어 항공편 구하기마저 쉽지 않다. 국적사 항공편만 이용해야 하는 식약처 직원 규정상 일정 확정시 웃돈을 주고서라도 비행기 티켓을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체외진단시약을 취급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규제 완화를 공표했지만, 비현실적인 규정을 고수하는 관련 정책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에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혈액, 타액 등 인체의 유래물질을 통해 질병의 검진 및 진단을 하기 위한 장비와 시약을 뜻한다.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다. 의약품 또는 공산품 범주에서 관리돼 왔지만, 국제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의료기기에 포함됐다.

 

제품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돼야 하는 제약에 비해 체외진단의료기기는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기가 용이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 같은 체외진단시약을 포함한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및 유효성 판정 이후 GMP 인증을 득해야 한다. 지난 2011년부터 안전한 제품 수입을 목적으로 식약처 관계자가 해외 제조국을 직접 방문해 판정을 내리고 있다.

 

인증을 받으려면 식약처 인증 심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중 1곳을 택해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이후 식약처가 4개 기관의 신청서를 수렴해 일정 및 심사원을 배정한다.

 

“이중 규제, 업체 부담만 가중” 비판 고조

 

업계에서는 벌써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 정확한 행정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불필요한 시간적·비용적 낭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여종의 진단시약을 취급하는 A사 관계자는 “전국에 시약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는 매우 많다. 규제 법규만 만들어 놓고 소수 인원으로 관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증에 앞서 실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심사기관 전문인력 1명, 식약처 감시원 1명, 통역(업체 직원) 1명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식약처 감시원은 6명에 불과하다.

 

해외 인증 심사를 3년마다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 업체로서는 동행해야 인력 배정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현지 실사를 위해선 해당국 식약처나 대사관 허가 입국 심사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추가적인 준비 과정을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일정이 늦어질 경우, 모든 불이익이나 손해는 전적으로 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관련 규정상 당장 허가를 받지 못하면 수입,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된다.

 

A사 관계자는 “심사기관 신청서 접수까지는 비교적 과정이 용이하지만 식약처로 넘어가면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날짜 지정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며 “실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식약처 심사원이 배정될 경우 해당 제조사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식약처에서 판단하는 서류심사도 문제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허가 받은 서류와 GMP 현지에서의 서류를 대조하는 일만 하면 되지만 이를 위해서 업체는 수반되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

 

특히 필요 이상의 서류 준비에 국내 수입업체는 해외 판매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 제조방법 및 성분은 업체의 기밀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를 요구하는 국내 업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B사 관계자는 “체외진단시약 중 매출이 얼마 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큰 돈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3년마다 의무화돼 있는 해외 인증 실사가 과연 국민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외 규정 통과해도 한국서 재심사…"행정력 낭비"

 

미국 FDA와 유럽 CE 등에서 임상적 성능 시험을 거친 수입제품까지도 추가 임상 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하고 다시 GMP 인증 실사를 가야 한다는 사실은 업체로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보다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지리적, 민족적인 유병율이 진단 검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논문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호주, 싱가폴의 경우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을 수입할 경우 해외 제조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인정, 자국인 대상 임상 시험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의 국내 임상시험 대상을 고위험군 제품인 4등급 Screening 품목 또는 신개발 의료기기로 제한해야 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제품의 특성이나 해외 요구사항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임상시험 대신 검정자료 제출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허가심사 자료에 차등을 두지 않은 채 2, 3, 4등급 제품의 자료제출 범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부분도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의료기기는 저위험군에 속하는 2등급 의료기기와 3, 4등급 의료기기의 제출자료 면제 적용 범위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의료기기 허가 심사 절차의 국제 조화를 이루고 불필요한 행정 업무 및 업체 부담 경감을 위해 2등급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의 허가심사자료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업계·식약처 '해법' 고심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처는 GMP 현지 실사 신청을 수렴하는 즉시,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신청 건수의 한계를 극복하기엔 현 인원으로는 무리라는 점도 강조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관련 부서인원 6명으로 그 많은 신청 건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타 부서 인원까지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4곳의 신청서를 접수한 후 인력 배정하는데 일정 부분 지연되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국적기 이용하는 이유는 현행 공무원 여비 규정 때문”이라며 “할인가격으로 책정돼있으나, 다소 외국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부재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식약처 내 전담 부서가 아닌 임시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선진국의 법 규제만 따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FDA는 한명의 직원이 인증 심사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심사기관 전문인력, 식약처 감시원, 통역(업체직원) 등 최소 3명이 필요하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안전평가원 산하 첨단의료기기과의 임시 TF로 운영되고 있는 체외진단의료기기팀을 과로 승격시켜야 한다”며 “이를 통해 관련 산업 육성과 보건의료 향상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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