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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젊은의사들 외면 속 외과계 이끄는 女전사
[ 2014년 01월 19일 19시 02분 ]

[기획 3]“생명을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수술을 집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죠”라는 환자의 감사 인사가 도달한 곳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의 이삭 교수다.



신체를 다루는 의사들 모두 환자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받지만, 이 교수가 ‘생명을 구해준 은인’으로 기억되는 것은 심장을 수술하는 ‘써전(surgeon)’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심장판막교체, 대동맥 수술 등 심장수술을 집도하는 흉부외과의 흔치 않은 젊은 여의사다. 국내 흉부외과 전문의 중 심장수술을 집도하는 여의사는 11명에 불과하다.

 

여의사뿐만 아니라 흉부외과는 남자 전공의들에게도 고난이도 수술 및 생명을 다루는 응급수술 등 체력적으로 힘들기로 소문난 과다.


이 교수가 병원에 들어온 당시에도 흉부외과는 레지던트가 부족해 하루 종일 뛰어다녀도 할당된 업무를 채우기 힘든 상황이었다. 여자인 그가 잘 버틸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지만, 이 교수는 수련기간 내내 ‘나는 써전이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버텼다.


이 교수는 “흉부외과 의국 자체에 여자가 없다보니 여자 레지던트 방이 따로 있지도 않았다. 자리가 없어서 의자를 붙이고 자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련기간을 거쳐 소위 ‘칼잽이’로 탄생한 그는 연간 150여개의 심장판막 교체수술과 대동맥 수술 등을 집도한다. 하루에 1~2개 수술을 하는 셈이다. 난이도가 높고 자칫하면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사망할 수 있는 위험성 높은 수술이기 때문에 오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이 교수는 “나를 믿고 온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수술 전에는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 교수의 수술 실력은 병원 내에서도 칭찬 일색이다. 무엇보다 수술시간이 짧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이 교수는 “심장수술은 심장을 멈춰놓고 인공심폐기로 심장기능을 대신하는 상태로 진행된다”며 “심장이 멈춰있는 시간이 길수록 심장에 손상이 많이 가해지기 때문에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술을 최대한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수술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심장수술은 보통 4~5시간이 넘어가는 긴 수술에 속한다. 또한 돋보기안경, 헤드라이트 등 머리에 무거운 수술 장비를 쓰고 장시간을 서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수술을 하다보니 어깨가 항상 아프고, 뭉쳐있다”면서도 “수술하는 동안은 긴장과 집중의 연속이라 힘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수시로 발생하는 응급상황으로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도 힘든 점이다. 그는 “지금은 후배 두 명이 있어 응급상황들을 커버해 주지만, 자다가도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면 병원에 달려온다”며 “이식수술의 경우에도 공여자가 언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대기상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법도 하지만 이 교수는 “여자라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외과를 선택하지도 않았다”고 당당함을 피력했다.

 

그는 “내과는 장기 환자가 많고 약을 써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외과는 수술로 경과가 확연하게 빨리 좋아지는 점이 적성에 맞았다”며 “외과 중에서도 암수술과 같이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장기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은  본래 기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지만, 심장수술은 구멍이 생긴 것을 막아주는 등 기능을 좋게 고쳐주는 수술이란 점에 끌렸다”고 흉부외과 선택 취지를 밝혔따.


실제 죽을 것 같은 상태의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서 수술을 받고, 시간이 지나 멀쩡히 외래에 오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그는 “심장수술이란 것이 직접적으로 생명과 연관이 있다 보니 병원에 온 환자가 문제없이 퇴원하는 것을 보면 감사하다”며 “남매나 형제 등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의 수술을 맡는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나를 믿고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꾸 힘든 부분만 이야기하면 외과에 전공의들이 더 안 올까봐 걱정된다. 그러나 의사가 된 이상 어떤 과에 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다면 부딪히기도 전에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강애란기자 aer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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