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기업 특혜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의료기기법을 무시한 관련 고시 개정안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식약처는 최근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운동 · 레저용 심(맥)박수계를 의료기기 범주에서 구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개정 사유에 대해 식약처는 “각계 전문가 의견과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의료용과 운동·레저용 제품은 구분해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5’ 제품의 의료기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성급한 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의료기기법 제2조에 따르면 의료기기 정의는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라고 명시됐다.
만약 갤럭시 S5에 심박센서가 탑재된다면 신체기능(심장 박동수)을 검사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엄연히 의료기기 범주에 포함된다.
관련 법령을 개정하려면 국회통과 등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식약처가 성급하게 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식약처는 올해 1월 모바일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의료기기로 분류했다. 당시 식약처는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됨에 따라 의료목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 차원에서 관리하게 됐다”고 전했다.
즉,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은 의료기기에 포함시켰지만 정작 스마트폰은 의료기기에서 제외시킨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소 의료기기 업계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고 일부는 허탈감에 빠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완화 방침은 찬성하지만, 대기업이 뛰어들자 과거와 달리 발 빠른 대처에 나선 이번 식약처의 행보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A사 관계자는 “엄연한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의료기기법에 맞지 않는 논리적 모순까지 범해가며 삼성전자를 밀어줘야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도 “누가 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며 “중소기업은 몇 달을 걸려 제도 개선을 요구해도 잘 들어주지 않던 식약처가 삼성전자에 관련된 사안은 ‘알아서’ 일사천리로 해결해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오해는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삼성전자와 엮어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운동·레저용을 의료기기와 별도로 구분해야 된다는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공교롭게 갤럭시 S5 출시 시기와 맞물렸을 뿐 삼성전자 특혜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물론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운동·레저용을 의료기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