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은 훼손되면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은 절대 그럴 수 없다. 의료정책에 대한 철학이 전혀 없다. 일단은 시작하고 보완하자는 주장은 보완할 의지가 없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괄수가제’다.”
대한외과의사회 이동윤 회장[사진]이 잘못된 의료정책 설계가 모든 악순환의 원인이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23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외과의사회 2014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지적하며 최근에는 환경이 녹록치 않아 전임의로 병원을 이동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외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면 전임의 과정을 거치는데 예전에는 1~2년 정도였으나 개원을 하기에도, 봉직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전임의 기간이 점점 더 늘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대학에 남고자하는 사람들만 전임의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미 서울 지역만 보더라도 외과의사들이 새로 개원을 하는 경우는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봉직의로 근무하려고 해도 요양병원 등에 상당 수가 근무하고 있어 이미 포화 상태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회장은 “병원들도 수익이 생겨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외과 의사들은 맹장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며 “재투자가 가능해야 외과 개원의들이 살아갈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왜곡된 수가체계 너무 많은데 정부는 선(先) 시행 후 보완 되풀이"
현행 수가 체계에 대한 맹점도 왜곡된 주소와 맥을 같이 한다.
이 회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수가 책정 분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 “더욱 화가나는 것은 이 모두 ‘시행 후 보완’하자는 정부의 발상이다. 시행 후 보완은 정말 공무원들이 빠져 나가기 위해서다. 보완할 의지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전체 의사 폐업률이 9.8%로 10%가 넘지 않는데 외과의 경우 2배를 훨씬 뛰어 넘는다”며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과연 어디서부터 개선을 해야할 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면서 “외과라는 명칭, 즉 ‘간판’을 사실상 포기했다. 현실적으로 경영적인 면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개원의사 수는 1990년 초반 만해도 봉직보다 많았으나 점차 줄어 지난해 처음으로 더 적어졌다.
그러면서 지난 10일 의사들이 총파업을 결의한 것도 자존심이 짓밟혔다는 자괴감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동윤 회장은 “특히 외과의사들은 오래 전부터 자신감을 잃었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 파업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원격의료와 같이 중차대한 제도를 시행하려고 하면서 전문가 집단과 전혀 상의없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에 대해 너무도 자존심이 상한 의사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