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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삼성이 그리는 의료기기산업
자금력 바탕 야심찬 행보…시장 점유율 아직 미미
[ 2014년 04월 14일 21시 13분 ]

의료기기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투자돼야 하는 분야다. 제품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엄격한 심사기준 통과와 의료진의 긍정적 평가가 없다면 결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역사를 자랑하는 외국계 기업과 비교했을 때 기술, 자금, 마케팅 등 모든 부분에서 뒤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삼성’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모바일, IT, 가전제품 시장에서 이미 세계 최정상에 있는 만큼 충분히 외국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삼성 내부에서도 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 분야로 선정한 이후 잇달아 공격적인 M&A를 전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2011년 메디슨 인수 후 의료기기사업 강화


여느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삼성 또한 이 분야 역사는 길지 않다. 지난 1985년 벤처 회사로 설립된 후 지난 2011년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메디슨의 발자취를 비춰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메디슨은 ▲아시아 최초 디지털 초음파 장비 SA6000 개발(1996년) ▲세계 최초 Live 3D 초음파 진단기 개발(1998년) 등의 성과를 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메디슨의 자금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기술력과 해외 유통망은 갖췄지만, 2002년 부도 위기까지 내몰린 정황이 이를 반증한다.


삼성의 입장에서 메디슨이 보유한 기술 노하우 및 역량은 의료기기 산업 정착의 교두보로 삼기에 매우 적합했다.


마침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이건희 회장은 의료기기를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 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과 함께 5대 신수종 사업에 포함시키며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이건희 회장은 의료기기 산업에만 1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1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그룹 내부적으로 의료기기 사업부는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던 삼성은 메디슨을 전격 인수 합병하므로써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외국계 기업 인수로 제품 다양성 모색


메디슨(초음파) 외 현재까지 삼성이 인수합병한 국내 업체는 레이(디지털 엑스레이), 미국 업체는 넥서스(심장질환 검사 관련), 뉴로로지카(CT) 등이다. 인수합병 발표가 날 때마다 의료기기 업계는 삼성의 풍부한 자금력에 다시 한 번 주목했다.


특히 각 회사별 주요 취급 품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기기 제품군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R&D 투자 대신 보다 확실한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제품명:UGEO-WS80A
또한 지난해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 독일 국제 의료기기전시회(MEDICA), 북미영상의학회(RSNA) 등 주요 국제 학회에 대규모 부스를 꾸리면서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단순한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 뿐만 아니라 ‘낯선’ 로고가 박힌 제품에 대한 의료진의 시각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야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확실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며 “삼성만이 선보일 수 있는 최첨단 제품을 바탕으로 한 해외전시회 참여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상진단장비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GE, 도시바, 지멘스, 필립스(이상 가나다순) 등 기존 외국계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만 무려 80%에 달한다.


외국계 기업은 지속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각 기업별 회사 철학에 걸맞은 최첨단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요 제품들의 특징을 몇 가지 단어로 요약하자면 ‘방사선 피폭량 감소’, ‘진료 편의성 개선’, ‘세련된 디자인’, ‘선명한 화질’, ‘신속한 A/S’를 들 수 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고,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조금 더 빠르고, 선명하고, 안전한 제품 개발에 대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삼성도 이미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는 삼성의 강점으로 투자 여력, LED 사업을 기반으로 한 영상화질, 디자인 등을 꼽았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함에 따라 삼성의 현금 보유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타 분야의 성과가 워낙 우수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투자에 전혀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의 기술력과 디자인은 지난해 10월 프리미엄급 초음파 진단기기 ‘UGEO WS80A’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장비에는 태아의 상태를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는 ‘5D NT™’ 기술이 적용됐다.


해당 제품을 직접 체험한 산모는 “태아의 몸 속 기관, 정맥, 동맥 혈류 방향과 색깔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제품 디자인도 매우 깔끔한 점이 산모 입장에서 신뢰가 갔다”고 전했다.


약점으로는 짧은 의료기기 진출 역사, 낮은 시장 점유율 등이 지적된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전자제품, 자동차 등과 다르게 한순간에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분야”라며 “손에 익은 장비를 선호하는 의료진의 취향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저한 보안 속 혁신적 제품 개발 총력


삼성의 전략은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다. 극비리에 매년 내부 전시회를 열어 각 사업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엄격한 평가기준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내부 방침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의료기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며 거듭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및 제도, 관행을 떨쳐내고,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현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는 “세계 경제는 불확실한 요인이 여전히 산재해 있고, 이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의료기기 등 미래 성장 동력인 신규사업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올해 출시될 제품을 미리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그리고 의료진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는 혁신적 제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민수기자 kms@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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