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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년부터 국내 대형의료기관은 앞 다퉈 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을 건립, 확장하는 등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암 치료가 의료서비스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동시에 병원 수익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연세암병원이 문을 열면서 서울대암병원,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삼성서울병원 암병원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의료기관들은 암 치료를 테마로 본격적인 경쟁 태세를 갖췄다.
여기에 이화의료원은 여성암병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여성암 전문이라는 지위를 선점했다. 원광대병원은 양·한방 통합의료를 표방하는 암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형병원 중 서울아산만 ‘암병원’ 아닌 ‘암센터’ 고수
이 가운데 각 의료기관이 가진 명칭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유인 즉 서울아산병원만 암 치료 담당 기관을 ‘센터’로 명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에 이어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암병원’ 운영을 선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료계 한 인사는 “일반적으로 센터는 병원보다 격이 낮은 하위 개념으로 생각된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의 실적이나 시스템이 경쟁병원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더 클텐데 센터 명칭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국내 암 치료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 10대암 가운데 9대암 수술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완치율도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770병상을 갖춰 규모 면에서도 가장 크다.
하지만 명칭이 ‘센터’다 보니 이곳을 이끄는 수장 역시 직함은 ‘소장’으로 경쟁병원 암병원에서 ‘병원장’ 직함을 받는 부분과 비교된다. 물론 병원 내부적으로는 ‘부원장’급 직제지만 대외 활동시 구성원들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암센터 구성원들이 암병원으로 가자는 정식 요구가 없어 아직까지 명칭이 공식 논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호칭, 명칭 보다는 암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설명했다.
‘센터’, ‘병원’ 명칭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고민 중 하나였다. 암센터에서 암병원으로 명칭 변경 움직임이 일자 일부에선 “센터가 작고 병원이 크다는 개념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세계 유수병원도 암센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맞섰다.
결국 병원은 새로 태어나는 암병원은 국내가 아닌 세계에서 경쟁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에서 커진 규모만큼 센터보다는 ‘병원’을 사용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내부에서도 명칭 변경에 대한 얘기가 논의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환자치료를 위한 기능적 측면과 시스템을 고려, 센터가 맞다고 결론지었다. 미국의 유명한 암전문병원 역시 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서울아산병원 고위 관계자는 “다른 병원들이 바꾼다고 해서 우리까지 덩달아 바꿀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호칭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지만 환자에 대한 최적화된 시스템은 고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대안암, 내부 직제 센터인데 외부 표기 '암병원'
병실, 의료진 구성 등 규모면에서 일반적인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암병원’을 명명한 곳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특성화센터 중 하나로 ‘암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병원 정문에는 ‘암병원’이라고 적힌 간판을 사용 중이다.
정식 명칭이 ‘암 센터’이다 보니 간판을 두고 ‘안암병원’의 앞 글자인 ‘안’자가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병원 정문 간판에는 독립적인 암 전문병원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안암병원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안암병원 관계자는 “정식명칭은 ‘암 센터’가 맞지만 간판에 병원이라고 표기를 한 것은 독립된 병원 규모와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안암병원은 현재 신축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첨단의학센터에 암병원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12년 안암병원장을 지낸 박승하 원장은 당시 첨단의학센터 건립 계획을 밝히며 신축건물을 암 전문공간으로 특화시켜 암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언급했다.
실제 안암병원은 2003년부터 암과 관련된 각과의 전문 인력으로 이뤄진 통합 진료팀을 구성해 ‘암 센터’를 운영해오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방센터와 함께 2층으로 센터를 이전하며 진료실을 확장하고 병상 수를 늘린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암센터 공간을 확장해 유기적 진료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고대안암병원 고위 관계자는 “첨단의학센터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가변성이 있지만 이번 신축을 계기로 암센터 규모 확장을 기획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올해 암환자 전용 베드를 125개 확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첨단의학센터에 암센터를 이전하든 현재 본원 건물에 있는 과들이 첨단의학센터로 빠져나오게 되면 본원 건물에 암센터 규모를 키우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세브란스, 고대 구로병원 등이 암병원을 개원하면서 암병원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암병원이 독립된 암병원을 개원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