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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꽃과 배꽃은 말이 없지만 항상 사람들이 모이니, 그 밑에 자연스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 이정남 센터장은 외상센터 역할에 대해 이 같은 비유를 들었다.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진료 수준과 시설을 갖추고 묵묵히 역할을 다한다면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는 신념에서다.
365일 24시간 외상환자를 위해 정부와 의료기관이 손을 잡고 세운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작년 12월 23일 개소 이후 소생실, 관찰실, 소수술실, 중환자실 등 외상환자 전용 시설을 마련했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 전문의 10명과 전담 3개팀이 외상환자를 24시간 집중적으로 치료한다. 세부적으로는 외과 4명, 흉부외과 4명, 정형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마취과 1명 등 총 11명의 의료진과 간호사 포함 약 40여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
“외상센터, 단순히 또 하나의 응급실 아니다”
이정남 권역외상센터장은 “외상센터가 생긴다는 것은 단순히 외상환자를 보는 응급실이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상센터에서는 생명이 위중한 중증 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사망률이 높아지는 만큼, 외상 전용 수술실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증증 외상환자는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조차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외상 전용 집중 치료실이 필요한 이유다.
이정남 센터장[사진]은 “중증 외상환자는 기존 병원 시스템에서는 적절한 진료가 어렵다. 출혈이 심한 환자의 경우 적절한 시간 내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지만 수술 가능한 의사들이 응급실에 항시 대기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응급실 인력이나 장비 운영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그러나 국가와 병원이 인력, 시설이 항상 준비된 권역외상센터를 추진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다만, 중증 외상환자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를 처음 접하는 구급대원 수도 늘어야 하고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또 행정구역과는 별도로 권역외상센터와의 거리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 수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와 협력해서 시너지 효과"
길병원 인천서해권역 응급의료센터는 12년 연속 최우수 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될 만큼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2011년부터는 닥터헬기를 운영해 섬 지역 등 의료 취약지 응급환자를 진료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기존에 축적된 응급환자 진료 경험과 닥터헬기를 통한 환자 이송 노하우는 중증 외상환자의 빠른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정남 센터장은 “응급환자는 주로 다발성 외상인 경우가 많다. 이에 초기 처치 및 치료 결정에 있어 응급의학과와의 협력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응급의료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는 연간 9만5000명에서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2만5000~3만명이 외상환자, 400~500명이 중증 외상환자다.
결국 1일 1~2명의 중증 외상환자를 위해 권역외상센터가 존재하게 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센터 역할이 막중하다.
이정남 센터장은 “인력이 원활히 공급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상센터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병원과 의료진 모두 책임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여러 진료과로 세분화돼 전문성은 있지만 융합되지 못했던 그간의 단점을 보완, ‘권역외상센터’를 통해 예방가능 사망률을 10%대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