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성을 띄고, 국제무대에서 외국인들과 자웅을 겨루는 선수를 지칭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므로 국가대표는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발된 ‘초특급 우수인재’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운동경기는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으로 구분된다. 축구, 야구와 같은 인기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봅슬레이는 비인기 종목이다. 정확한 경기규칙을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고,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행사가 아닌 이상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선수의 삶과 철학은 어떨까.
봅슬레이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동현 선수[사진]다.
선천성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김동현 선수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1시간 30분이 넘는 인터뷰 시간 동안 쾌활함을 잃지 않으면서, 뚜렷하게 본인의 소신과 생각을 소개했다.
본인 정체성을 잘 파악하지 못해 방황하는 일부 20대와 달리 김동현 선수는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목표 의식은 분명했다.
김동현 선수는 “운동선수는 결과로 모든 것을 증명한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소치올림픽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그러나 4년 뒤 평창에서는 반드시 낭보를 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김동현 선수가 봅슬레이를 접하게 된 계기는 연세대학교 진학 후였다. 우연히 봅슬레이 선수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것이다.
김동현 선수는 “중학교 때 축구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 대회 우승을 이끌 정도로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며 “팀 화합을 중시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봅슬레이의 가장 큰 매력도 2인승, 4인승 가릴 것 없이 팀 화합”이라고 단언했다.
선천성 청각장애로 인해 보청기를 착용했던 김동현 선수는 2007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의 후원으로 첫 인공와우 수술을 받게 된다. 이후 2010년에는 KT가 후원에 나섰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7월 현재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코클리어코리아로부터 최신 제품 ‘뉴클리어스6’를 제공받았다.
누구보다 ‘씩씩했던’ 김동현 선수도 본격적인 인공와우 수술에 앞서 두려움이 엄습했다. 보청기만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굳이 수술까지 받아야 할까 걱정이 된 것이다.
김동현 선수는 “난청인이 갖고 있는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공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재 코클리어코리아에서 주최하는 강연회 등을 통해 심적으로 힘든 난청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청인 위한 사회공헌 활동 지속”
인터뷰 도중 김동현 선수는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 속에는 과거에 한 방청객으로부터 받은 한 장의 메모지가 담겨 있었다. 2012년 발목 부상으로 1년 가까이 병원에 있으면서 운동포기까지 고려했던 그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 메모지다.
김동현 선수는 “병실 생활이 장기화되자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함이 몰려왔다”며 “본래 슬럼프를 잘 겪지 않을 정도로 낙천적인 성격인데 정말 힘이 너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코클리어코리아 측에서 연자섭외가 들어와 강연을 하게 됐다”며 “나를 우상으로 삼으며, 청각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청객들의 모습에서 다시금 목표의식을 다지게 됐다. 방금 메모지도 그 때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지에는 김동현 선수를 응원하는 진심어린 문장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김동현 선수는 “타인을 돕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오히려 방청객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 분들을 떠올리며 훈련에 정진하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운동과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김동현 선수는 ▲우선 순위의 법칙 ▲최소 후회의 법칙을 지켜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가 2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폭넓은 대인관계도 유지하고 있었다.
김동현 선수는 “장애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세상에 뛰어들어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내가 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동현 선수는 “올림픽과 같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한 마이너 대회에서는 수상경험이 매우 풍부하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은 홈 경기의 이점을 살려 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