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의료계가 ‘광고 문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자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참신한 광고를 만들려고 해도 관련 규정에 의해 퇴짜를 맞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병원계,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 건강권 보장 및 환자유인 행위 금지를 명목으로 광고심의기준이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인증해 준 내용을 토대로 광고 문구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심의에서 탈락했다”며 “허위·과장 광고가 명백하게 아닌데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심의를 받기 위해 며칠을 고민해도 관련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에 나올만한 표현 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의료광고 시장은 이대로 가면 사장(死藏)될 우려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의료법, 의료기기법에 의해 각 협회별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의료는 대한의사협회가, 한방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치과는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담당을 맡고 있다. 의료기기의 경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위임을 받아 심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56조는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광고 심의기준에는 ‘소비자 현혹 및 치료효과 보장’ 항목에 최상급 표현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의료기기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광고심의 제외 대상이 확대되는 등 일부 규정은 완화됐으나, 최상급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도 동일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 아니냐 라는 견해가 새어나오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가정용 의료기기가 아닌 고가의 장비를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며 “의료인과 비의료인을 구분 짓는 등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B업체 관계자는 “최상급 표현도 문제지만, 해외 유명 교수가 추천한 내용도 기재할 수 없다”며 “특정 의료기기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의 견해는 어느 정도 참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상급 표현, 제한하는 것이 ‘이점’ 더욱 많다?
그러나 협회별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입장은 동일했다. 최상급 표현을 허용할 경우 일반 소비자 및 환자를 현혹시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최상급 표현과 더불어 환자치료 경험담은 아니나, 가상의 인물을 마치 실존 인물처럼 기술해 의료소비자에게 오인 및 현혹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안 된다”고 밝혔다.
한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확실한 근거가 있더라도 ‘최초’, ‘최고’, ‘최우선’ 등의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더 크다”며 “우리말 특성상 과장 범위를 명확히 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상급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협회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최상급 표현 허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상급 표현이 광고에는 제한되지만, 보도자료 활용은 무방하다”며 “물론 기사와 광고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보도자료와 마찬가지로 일정 부분 허용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