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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파업 후 목소리 커진 젊은의사들
직역·지역 단위 모임 속속 발족…수련환경 넘어 의료정책 개선
[ 2014년 07월 09일 18시 49분 ]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이후 의료정책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쟁을 전후해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의료민영화를 막아야 한다며 의기투합하는 전공의들의 모습이 수 차례 포착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3월 10일 의사 총파업이 실시되기 직전부터 2차 총파업 유보를 선언하기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주 임시대의원 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근로자로서 소속돼 있는 병원과 지도교수 등의 눈치를 봐야하는 수련의라는 신분의 전공의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결집력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1차 파업에서 전공의 참여율은 40%를 넘었으며 유보된 2차 총파업에서도 빅 5병원을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 수련병원이 함께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며 투쟁 동력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전공의들의 투쟁에 대한 열의는 파업 당일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대전협은 파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공의들의 투쟁방향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임시대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지난 4월 13일 진행된 정책토론회에서는 ‘젊은 의사, 의료의 미래를 말하다 : 원격의료와 영리자법인 그리고 의사의 앞날’이란 주제 하에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전공의들이 행동을 보여야 한다” 등의 단호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이날 토론회는 예정돼 있던 행사가 아니라 전공의들 사이에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개최됐다는데 의미가 깊다.

 

대전협 장성인 회장은 “의협이 어수선한 가운데 대전협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 파업 이후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아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책토론회 2주 뒤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역시 파업 이후를 논의해야 한다는 전공의들의 요구로 개최됐다.

그 동안 각 수련병원에 소속돼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 전공의들이 결집하고, 단체행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여겨졌지만, 스스로들 단체행동 움직임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호남 이어 영남·수도권까지 결집

실제 이 같은 전공의들의 변화는 지역협의체 출범 등을 통해 표면화됐다. 먼저 전공의지역협의회를 발족한 것은 ‘광주·전남 지역 전공의협의회’로 파업 돌입 직전인 2월 말 출범했다.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광주보훈병원·광주기독병원 등 4개 수련병원 전공의들로 구성된  광주·전남 지역 전공의협의회는 서울 및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전협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모임이다.


광주·전남 지역 전공의협의회 대표인 서준원 전공의는 당시 “3월 10일 예정된 대한의사협회 투쟁 및 주당 80시간 수련시간 제한 등에 주력할 생각”이라며 “각 수련병원에서 해당 이슈가 제대로 전공의들에게 전달되고 잘 추진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에 이어 4월 5일 부산·울산·경상 지역 전공의들은 소통의 장(場) 역할을 할 ‘부울경전공의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총파업 한 달 이후 발족된 부울경전공의협의회에는 지난 대정부 투쟁에서 부산지역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고 싶어도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서 답답했다는 지역 전공의들의 아쉬움이 담겨있다.


부울경전공의협의회 김철수 대표는 “협의회 자체가 의료정책에 대한 투쟁을 염두에 두고 출범한 것은 아니지만, 투쟁에서 보여준 전공의들의 결집력을 통해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지역협의회를 통해 의료제도는 물론 수련환경 등에 대한 전공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개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부울경전공의협의회 입장이다.


이 같이 호남에서 첫걸음 뗀 전공의지역협의회는 파업 이후 영남지역 및 수도권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5월 24일 발대식을 가진 ‘서울·인천·경기 전공의협의회’는 대전협 산하 협의회로 출범한 호남, 영남과는 달리 의료제도에 대한 전공의들의 생각을 개진하는 데 집중된 기구다.


서울·인천·경기지역 전공의협의회 임대성 대표는 “수련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원격진료, 의료영리화 반대 등의 투쟁 아젠다도 젊은 의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아직 해결된 사안들이 아닌데도 전공의들은 관심은 있지만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며 협의회 발족 배경을 밝혔다.


의료영리화 반대 모임도 조직…전공의 지속 참여 한계


이 같이 전국적으로 전공의지역협의회가 활성화됨에 따라 의료정책에 대한 전공의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서울에서는 ‘의료민영화·영리화를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이 발족돼 의료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개진하고 있다.


해당 모임의 대표인 세브란스병원 윤정원 전공의는 앞선 정책토론회와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의료영리화 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힌 대전협 장성인 회장을 향해 “회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그동안 대전협 이외에 대외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던 분위기를 뒤집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최근에는 전공의, 공중보건의, 의대생 등이 참여하는 '젊은의사협의체'가 발족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대전협을 비롯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등이 주축으로 구성된 젊은의사협의회는 앞으로 의료계 이슈에 대해 젊은의사들이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협의회 및 모임 등이 구성원인 전공의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단체행동 등을 보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전협은 지난 5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투쟁에 대한 전공의 입장 및 대응 방안에 관한 안건 등을 다루기로 했지만 참석자가 정족수에 못 미쳐 회의가 개최되지 못했다.

 

이 날뿐만 아니라 앞서 진행된 임시총회 등의 경우에도 전공의들의 참석이 늦어져 예정된 시간보다 회의가 늦게 시작되는 일이 이어진 바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수련병원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난제”라며 “해당 모임들이 친목도모로 끝날지, 아니면 투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전공의들의 참여율에 달려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성인 회장은 “투쟁 이후 의료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직접 의견을 개진하는 전공의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수련환경 개선 등과 더불어 현 의료제도 등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자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애란기자 aer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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