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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환자 치료 새 길 내는 길병원
권역외상센터 개소 100일 역할 확대, "지속 운영 위한 정부 지원 확대 절실"
[ 2014년 07월 10일 10시 16분 ]

#. 지난 5월 13일 새벽 1시 45분 경 가천대길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가슴을 칼에 찔린 여성(32세)이 쇼크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왔다. 심장 부분에 두 세군데 자상(刺傷)을 입은 터라 출혈이 심했다. 흉부외과 전문의를 비롯한 중증외상팀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수혈, 수술을 실시했다. 환자가 사고 후 15~20분 만에 병원에 도착, 지혈 및 수술이 1시간 내 이뤄진 덕분에 여성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정부와 가천대길병원(원장 이근)이 손을 잡고 금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인 권역외상센터가 예전 같으면 치료가 불가능해서 생명을 구하기 힘든 환자를 살리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외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일반응급실의 경우 중증외상환자를 즉각적으로 치료, 수술하는 것이 어렵다. 응급실 전공의들이 환자를 경증, 중증으로 분류하고 담당 교수에게 연락을 돌리다 보면 치료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주말에 수술 가능한 전문의가 병원에 없을 경우 소생의 적기(適期)를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준비는 물론 시스템도 체계화했다.


외상전문의 11명이 4시간 마다 교대해 가며 ‘스텐바이(stand by)' 중이기 때문이다. 간호 인력까지 포함하면 전체 외상진료 인력은 60여명에 달한다.


전문의 지휘 하에 중증외상환자 전용 소생실, CT 촬영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을 갖춰 환자 처치부터 수술, 퇴원까지 ‘원스탑'(One stop)으로 이뤄진다.  


양혁준 응급의료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를 살릴 수 있는 핵심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환자가, 적절한 장소에서 치료받는 것”이라며 “우리 센터는 적절한 장소를 완벽에 가깝게 구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제 때 안오면 외상센터 사실상 무용지물"


응급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시간이다. 교통사고나 낙상으로 인해 출혈이 심하거나 다발성외상환자인 경우 보통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1시간 이내다. 주변에 외상센터가 없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의료기관에서 CT, MRI 등을 찍다가 2~3시간만 지체해도 환자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유병철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119가 환자를 데리고 오기는 하는데, 이송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서 중간에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간 절차 거치지 않고 바로 중증외상센터로 환자를 옮길 수 있도록 소방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충청남도 당진, 서산 등 농촌지역에서는 경운기 사고로 외상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외상센터가 없어 사고가 난 뒤 4~5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병원으로 오다 보니 환자를 살릴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길병원은 '에어엠뷸런스'(air ambulance)로 불리는 ‘닥터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헬기가 병원 주변 반경 70km~80km밖에 커버하지 못한다.


특히 외상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방 및 군부대 주둔 지역의 경우 입출항 절차가 복잡해 이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양혁준 응급의료센터장은 “아무리 양질의 외상센터가 갖춰져 있어도 적절한 시간 내에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으면 외상환자를 살릴 수 없다”며 “닥터헬기 운행 범위 확대는 물론 다른 의료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 하에 신속 정확한 소방이송시스템 등이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1~2명 환자에 60명 의료진 붙박이→수술 할수록 병원 손해"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는 현재 11명인 전문의 인력을 2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여기서 병원의 고민이 깊어진다.


보건복지부가 전문의 인건비 명목으로 연간 20억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간호사, 운전 기사 등 나머지 50여 명의 인건비는 오롯이 병원 부담이기 때문이다.


센터 측은 책정 기준이 잡혀 있지 않은 외상수술 단가도 외상센터의 지속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토로한다.
 
유병철 외상외과 교수는 “중증외상 수술의 경우 3~4명 이상의 전문의들이 들어가서 상태가 심한 경우 하루 몇 번씩 수술한다”며 “정부가 보전해주는 수가가 낮아 수술 할 때마다 병원에는 마이너스”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어 “드레싱료 같은 경우 하루 1~2번 정도만 수가 보전되는데 이후 모두 병원 부담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환자를 살릴 수 있으니 가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적정 수가가 유지되지 않으면 센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양혁준 센터장은 “복지부가 80억원을 지원해줘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했고, 또 인건비로 병원 당 20억 원씩 지원해준다고는 하는데 이게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센터 지으면 손해인 지금의 중증외상시스템 구조를 바꿔야 다른 병원들도 외상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센터장은 “초기 단계인 중증외상센터가 튼튼하게 뿌리 내리려면 정부의 적정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지원 하에 현재의 이송, 처치, 수송 시스템을 더욱 잘 갖추고 보완한다면 10년 후에는 예방가능 사망률을 1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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