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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덩어리만 떼면 안돼요?" "반절제만 하면 안돼요?"
요즘 외래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무슨 TV프로에서 그렇게 수술해도 재발률 차이도 없고 수술 합병증도 잘 안생겨 환자의 삶의 질이 좋다고 했단다.
세상에. 그렇게만 된다면야 무슨 문제가 있겠노. 무슨 포도알 따듯이 암만 똒똑 따내어서 재발없이 치료가 잘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
정상 갑상선 조직을 많이 남겨두면 수술 후 목소리 변화나 손발저림 같은 합병증도 적게 생기고 또 수술후에 약도 필요 없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좋은 수술법을 놔 두고 왜 갑상선 전문외과 의사들은 그렇게 복잡한 수술로 환자고생 시키고 의사들 자신도 고생을 사서 하노.
그러나 암이 퍼져 가는 경로를 생각하면 이 같은 의문은 풀린다. 일단 암이 생기면 암세포는 생긴 그 자리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1)나무뿌리가 자라나가듯 암세포가 주위로 직접 퍼지고(direct spread or invasion),
(2)림프관이니 림프절을 따라 퍼지고(lymphatic metastasis), (3)혈관(혈행)을 따라 퍼지고(hematogenous metastasis), (4)암덩어리에서 암세포가 탈락되어 주위장기에 안착(cancer seeding)해서 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암이 생긴 포도 한알만 똑딱 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포도 한송이를 다 떼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갑상선암이 이와 똑 같은 방법으로 퍼지는 것은 아니고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른 코스를 취하기도 한다.예컨데 갑상선 유두암은 (1),(2)방법으로 잘 퍼지는데 때로는 (3)의 방법으로 퍼지기도 한다.
여포암은 (1), (3)의 방법으로 잘 퍼지지만 드물게 (2)의 방법으로 퍼지기도 한다. 수질암과 미분화암은 (1),(2),(3),(4) 모든 방법으로 퍼진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은 갑상선 여포세포가 아주 작은 벌집모양의 여포(follicle) 를 수없이 만들어 이루어진 장기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두암은 바로 이 여포세포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 여포와 여포사이에는 풍부한 림프조직과 혈관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림프조직은 수없이 많은 림프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혈행은 부신(adrenal glands) 다음으로 많이 흐르고 있다.
또 갑상선 주위에는 갑상선으로 부터 나오는 림프액을 받아들이는 중앙 림프절들과 옆목 림프절들이 자리 잡고 있다. 목은 우리 몸에서 림프절이 가장 많이 분포하여 좌우 150개씩 총 300개나 된다.
갑상선에 암이 생기면 갑상선 안에 있는 수없이 많이 얽혀 있는 림프관을 따라 이곳 저곳에 퍼지고, 그 다음에 갑상선 밖에 있는 중앙 림프절들과 옆목 림프절 순으로 퍼진다.
유두암인 경우 일단 암이 갑상선 한쪽 날개에 있다고 진단되면 육안이나 영상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미 다른 쪽 갑상선에 미세한 암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이 50%이상 되고, 20~50% 환자는 이미 경부림프절에 전이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크기 2mm이하의 미세 전이까지 포함한다면 90%까지 된다(Thyroid 2009;19:1167~214).
그래서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갑상선암이라고 진단되면 이론적으로 갑상선 전절제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Thyroid 2009;19:1167~214). 전절제가 재발과 생존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인다는 배경에서 그렇게 한다.
눈에 보이는 암덩어리만 떼면 50%이상의 환자는 암세포를 계속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발률이 높아진다.
미국에서 갑상선암 치료로 가장 유명한 메이요클리닉의 연구결과를 보자. 전절제를 한 환자그룹과 반절제를 한 그룹의 20년 재발율과 사망율을 보면 전자가 9%와 4%이고, 후자가 30%와 10%다 (World J Surg 2002;26:879~885). 전절제와 반절제의 치료성적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러나 2009년 미국 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은 크기가 1.0cm이하이고 피막 침범이 없고, 림프절 전이가 없고, 여러개가 아닌 경우에는 반절제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최근에는 작은 미세림프절전이는 재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Thyroid 2012:22:1144~52).
이와같이 갑상선암이라고 임상적으로 진단됐다면 일부 1cm미만의 미세암과 2mm이하의 림프절 전이를 제외하고는 전절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모 TV에서 전절제를 하든 반절제를 하든 재발율에 차이가 없다고 한 것은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모르겠다.
나아가 작은 암은 암덩어리만 떼는 적출술(enucleation) 만 해도 된다는 주장은 갑상선암의 병태생리를 알고나 한 발언인지 모르겠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수술한다면 암수술 원칙을 벗어난 명백한 의료과오(malpractice)인 것이다.
그렇다면 암덩어리만 떼는 수술은 아니지만 재발율도 사망율도 낮으면서 수술범위를 작게 하고 수술후 갑상선 홀몬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 수술법은 과연 없는가? 있다. 한쪽 갑상선날개절제술+한쪽 중앙경부림프절 절제술이 그것이다.
피막침범 없고, 림프절 전이 없고, 다발성이 아닌 1.0cm 이하의 미세암(papillary thyroid microcarcinoma)이라면 이런 수술을 해도 암수술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럴려면 역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8인 의사연대나 그 이상한 기인의 주장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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