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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로 탈세하고 있는 것 다 알고 있다. 국세청에 신고하려는데 돈을 주면 봐주겠다.”
전국 병원과 한의원을 상대로 돈을 뜯어온 신고포상금 사냥꾼, 이른바 ‘세(稅)파라치’가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모(41)씨를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4개월간 전국 병원과 한의원 등에 손님을 가장하고 찾아가 차명계좌 사용사실을 적발한 뒤 의사와 한의사를 협박했다.
그는 이렇게 69회에 걸쳐 2080만원을 받아냈다. 협박에 불응한 병원들은 국세청에 신고해 포상금 3100만원도 챙겼다.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차명계좌를 사용해 영업하는 사업장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한 이후 병원과 한의원을 대상으로 금품을 노리고 협박하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참여 탈세감시제도 시행 첫 해인 지난해 탈세 제보 추징세액은 전년도 대비 152% 증가했다. 고소득 자영사업자 등의 차명계좌 8795건을 확보해 1159억 원을 추징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성형외과, 걸려도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 만연"
파파라치 전문 기업을 15년 째 운영 중인 문성옥 리얼픽션 원장은 “전문교육을 통해 양성된 시민감시단, 즉 세파라치의 경우 탈세를 빌미로 절대 협박하지 않는다”며 "전문 파파라치는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세파라치'는 주로 일반 손님 및 환자로 위장해 동행자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다. 상담을 받은 뒤 ‘현금으로 낼 테니 가격을 깎아달라’고 해 병원 측이 지인 명의 차명계좌를 알려 줄 경우 이 사실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문 원장은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해 서울 소재 B성형외과 등 유명 대형 성형외과들이 7000억원을 탈세한 사실을 적발해 탈세 포상금 27억원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병원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세파라치’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이 1건당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문 원장은 “병원과 한의원은 고소득 자영업자 80개 업종에 포함돼 탈세 금액이 클 뿐만 아니라 탈세 건수도 많아 주요 대상”이라며 “소위 ‘지하경제 활성화’ 바람이 불면서 파파라치도 늘고 있고, 현재 회원 수만 1만2000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파라치의 활동만으로 탈세 등 불법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 원장은 “작년 수천억원을 탈세한 대형 성형외과 병원이 최근 또 탈세를 하고 있더라. 이들 병원은 ‘걸려도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세는 엄연히 불법이다. 탈세를 근절되기 위해서는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