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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6월, 의약품 안전에 대한 국가적 요구와 의약품 병용 등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의약품 안전사용 관리를 위한 범국가적 처방・조제 실시간 지원시스템 'DUR(Drug Utilization Review)'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2007년 시스템 구축 후 2008년 4월, 의사가 처방전 내 금기의약품 등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1단계 DUR사업을 시작, 2009년 5월 처방전 간 병용금기 및 중복의약품을 점검할 수 있는 2단계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 12월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3년 9개월여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DUR 사업 주체로 요양기관과 정부 간 의견을 조율하고 서비스를 관장하며 안착에 힘써왔다.
그럼에도 청구건수 대비 점검건수가 40% 미만인 기관이 매월 1500여 곳이나 발생하고 있다. 병용금기 등 부적절한 처방은 3만여 건이 넘는다. 이에 미진한 부분에 대한 국회의 지적이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 9월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이 다시금 DUR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외형적 시스템은 완비됐으나 의무규정 미비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의원의 의료법 및 약사법 일부 개정안 발의에 의・약계는 강제화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DUR 의무화 법안 발의를 두고 "처벌 규정을 포함한 강제조항은 자율적 참여 분위기를 헤치고 요양기관 부담만 가중시킨다"면서 "DUR 수가 등 정부가 약속한 보상책이 구체화되지 않는 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일선 의사들은 "약 처방할 때마다 심평원 허락받고 쓰라는 것 같아 의사면허를 딴 것이 아니다"면서 강한 반감을 표하고 있다.
DUR 법제화, 어떨 수 없는 선택?
"DUR은 환자가 여러 명의 의사에게 진료받았을 경우 의사와 약사에게 환자가 먹고 있는 약과 관련된 실시간 안전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발생 가능한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는 서비스입니다."
최근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면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DUR 의무화에 대해 심평원 박인범 DUR관리실장[사진]은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처방・조제 도우미'라는 정의로 설명했다.
국내 모든 병・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처방・조제 내용을 실시간 점검, 약물 부작용을 사전 방지하고 국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이자 도구로 봐달라는 의미다.
실제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만8,727개 요양기관이 DUR을 이용해 사전안전 점검을 실시했으며, 10억 9000여만 건의 처방전을 대상으로 540만 여건의 부적절한 의약품 사용을 감지해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박 실장은 "이처럼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일부지만 DUR 점검을 아직 하지 않는 기관이 있어 의약품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취지에서 김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법제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DUR 점검을 위한 개인정보처리 근거마련 차원에서의 법 개정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그는 "DUR 관련 일선 의료계 현장에서의 불만과 요구가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개선 및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DUR 정착 위해서는 상호 협력과 이해 절실'
현재 심평원은 내부적으로는 실시간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의・약사가 원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꾸준히 정보를 발굴하고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월1일부터 치료 용량 등 DUR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향후 효능군별 중복처방 등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예정이다.
대외적으로는 DUR 점검 및 처방변경 미흡기관 개선을 위해 개발한 12개 지표를 수정・보완해가며 2012년 9월부터 매월 4000~500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 50% 이상 개선 효과를 거둔 맞춤형 안내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사용자가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DUR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DUR 도입 당시 많은 논란과 다툼이 있었지만 함께 대안을 모색해가며 작금의 성과를 일궜다. 의약계의 많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가자"고 당부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