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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 인하대학교병원 진료센터에는 직장암 4기 환자 A씨와 외과 최선근 교수, 소화기내과 김형길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김헌정 조교수,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조교수 등 전문의 4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의료진은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통해 환자의 CT·MRI 자료 등 진료 기록들을 보면서 복강경 수술 가능여부 및 수술 시점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이후 그 자리에서 바로 환자와의 대면진료가 이어졌다.
요즘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도입, 시행하고 있는 '다학제 통합진료'가 진행된 것이다, 환자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여러 임상과 전문의 4~5명이 한 자리에 모여 대면 진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종합 진료시스템이다.
다학제 통합진료는 지난 8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가가 인정돼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학제 통합진료 장점은 각 과의 세부 지식과 최첨단 기술을 한 자리에서 논의,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좀 더 빠르게 찾고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이날 최선근 교수가 수술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자 참석 의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조교수가 환자의 약물치료 반응을 설명했고, 이를 통해 환자 A씨에 대한 항암 치료에서 특정 약물을 쓸 경우 합병증 등 부작용 우려가 있어 수술 날짜를 늦춰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수술과 더불어 개복이 어려운 부분에는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소화기내과에서는 수술 전 PET-CT 검사를 통해 간 전이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겠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러한 시스템은 환자 만족도는 물론 의료진의 효율성도 높인다.
최선근 교수는 “과거에는 여러 번으로 나눠 각각 논의해 수술이 지연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한꺼번에 모여 의료진 간 조율이 가능해졌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 A씨는 “의사 여러명이 모여 각 과의 측면에서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줘서 앞으로의 치료에 대해 더욱 믿을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형길 교수는 “의료현장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져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4~5명의 의사가 심사숙고해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의논하고 설명해주는 것 자체가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를 중시한다는 신뢰감을 주는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다학제 통합진료 활성화 위해서는 저평가된 수가 재책정돼야"
“전문의 4~5명이 만나서 다학제 통합진료를 하는 것에 대한 수가가 저평가돼있다. 의료환경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다학제 통합진료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보건복지부는 다학제 통합 진료료에 대한 수가를 인정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다학제 통합진료에 대한 세부기준’에 따르면 그 대상은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 특례 대상 중 등록 암환자와 미등록 암환자의 외래 진료로 국한돼있다.
산정 횟수는 원 발암 기준으로 환자 당 3회 이내로 제한했으며, 재발 암의 경우 소견서를 참조해 2회 이내만 추가 인정된다.
수가 인정에 대해 최선근 교수[사진 左]와 소화기내과 김형길 교수[사진 右]는 환영을 표했다.
이들은 “몇년 전부터 다학제 통합진료를 해왔지만, 5명 이상의 의사가 한 번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고 통합진료에 대한 수가도 책정돼있지 않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 현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는 모습이다. 특히, 수가 세부 기준을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로 따로 구분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입원환자, 외래환자 구분 근거가 없다고 본다. 환자 치료에 통합진료가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면서 “입원 환자가 수술적 치료로 전환하고자 할 경우 다학제진료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수가는 적용이 안돼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도 “입원환자의 암 재발 및 수술 이후 합병증 발생 등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세부적인 현실은 배제돼있다. 입원 환자에 대한 인정 기준 폭을 좀 더 확대한다면 더욱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병원에 대한 반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합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국립암센터, 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지역암센터, 한국원자력의학원 등이다.
최 교수는 “인원, 시설에 대한 충분한 여유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진료 패턴 등을 만들었기 때문에 중소 규모의 경우 통합진료 시행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학제 통합 진료에 대한 홍보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최 교수는 "생각보다 환자들이 다학제 통합진료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 다학제 통합 진료를 하려고 한다고 환자들에게 말했을 때, 일부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꽤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