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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 VPS 헬스케어 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를 수출한다. 이번 계약은 중동권 국가에 진출한 첫 민간의료 사례로 꼽히며, 국내 의료산업 수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가게 됐다.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2개 검진센터 설립뿐만 아니라 추후 암센터 건립을 위한 MOU도 맺었다. 중동 국가에는 현재 종합건강검진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혈액검사를 위주로 한 검진 수준의 상품 정도만이 존재해 향후 센터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본 계약 체결로 검진센터 설립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지금, 서울성모병원의 성사 배경과 향후 운영 계획을 승기배 원장으로부터 들어봤다.[편집주자]
지난 9월 22일 의료계에는 깜짝 낭보가 전해졌다. 문형표 장관을 단장으로 한 보건복지부 대표단이 UAE 출장에서 국내 의료산업 수출의 씨앗이 될 결과물을 손에 쥐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UAE 왕립병원 위탁 운영 수주에 이어 서울성모병원-VPS 헬스케어 그룹(회장 삼시르 바얄릴)간 계약은 민간분야 병원급 진출의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VPS 헬스케어 그룹은 검진센터를 위해 설비 투자 250억, 인건비 500억, 운영비 250억 등 5년간 1개소당 1000억원을 투자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유형자산 투자 없이 온전히 의료기술만을 가지고 열사의 땅 중동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병원 핵심인력 현지 파견 준비…“특급대우 약속”
서울성모병원과 VPS 헬스케어 그룹이 처음 만난 건 불과 5개월 전인 금년 4월이다.
승기배 원장은 “지난 4월 VPS 측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동사업센터를 통해 처음으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며 “현지에 한국형 암센터와 건강검진센터를 열고 싶다는 확고한 목적을 가진 방문이었다”고 떠올렸다.
서울성모병원은 그동안 골수이식 등 20여명의 중동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으며 올 초 UAE 왕세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하면서 신뢰가 높아져 있던 상태다.
승 원장은 “VPS는 한국의 뛰어난 의술과 성과를 주목했고 그 중에서도 서울성모병원을 예의주시했다”면서 “병원 팸투어와 동영상 관람 등을 통해 꼼꼼히 병원 사항을 체크한 VPS 측은 공항 가는 길에 이미 MOU 체결의 의향을 피력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MOU와 본 계약이 잇따라 급물살을 타면서 서울성모병원은 아부다비 건강검진센터를 내년 1월 개소한다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설립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한국 의료진과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례적인 특급대우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병원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의사 면허 문제가 해결됐을뿐만 아니라 의료전문 인력 파견에 따른 처우가 파격적이다.
센터에 운용되는 총 인원은 74명이며, 이 중 한국 국적은 센터 전체 인력의 약 1/3인 25명으로 확정됐다.
그는 “병원에서 보내오는 의료 전문인력들의 처우를 미국 수준으로 약속받았다”며 “연간 약 200억의 운영 수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매출의 10%를 수수료로 배분받게 되며, 인건비는 운영 수익과 별도로 5년간 약 300억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는 연봉을 비롯해 자녀교육비 등 복지 처우가 모두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은 현지 건강검진센터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병원 내 핵심 인력을 선발해 파견할 예정이다. 아직 정식으로 모집 공고를 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병원 안팎에서는 인력 공채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승기배 원장은 “한국형 검진이란 콘셉트를 현지에 심기 위해서는 당연히 핵심 요원들이 가야 한다”며 “의사, 간호사, 병리사, 엑스레이 테크니션 등 핵심 인력을 추려 현지에 나갈 것이다. 미국에서도 연락이 오는 등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UAE 정부에서 한국으로 송출하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12년 아부다비보건청에서 보낸 환자 수는 총 89명으로 이들로부터 약 36억원의 진료수익이 났다.
2013년의 경우 351명으로 늘었고 진료수익 역시 464.9%가 증가된 약 2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8월까지만 이미 528명의 환자가 10개 국내 주요 유치 의료기관에 송출되면서 그 기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UAE에는 기본적으로 의과대학·간호대학이 없어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 이로 인해 중증환자의 경우 대부분 의료 선진국으로 보내지는 등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하물며 건강검진은 더욱 생소한 개념이다.
그는 “1차 방문 당시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설명을 듣더니 ‘지금 당장 배가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한다는 말이냐, 검진센터에 가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해왔다. 그만큼 검진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얘기”라며 “중동에 없는 한국형 검진이 히트칠 수 있는 이유이자 애플사의 아이폰처럼 상품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진센터 넘어 BMT·암센터 기대감 높아져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최초로 조혈모세포이식 5000례를 돌파한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를 보유, 중동 혈액암 환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건강검진이라는 교두보를 바탕으로 BMT센터나 암센터 설립의 가능성까지 타진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아부다비 혈액 질환자 대다수가 서울성모병원으로 오고 있다. VPS 측은 병원 BMT센터의 수준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건강검진센터를 교두보로 BMT 및 암센터 설립이란 미래 포석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UAE 환자 검진 의뢰 및 추후 관리 등 효율적인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Pre-Post Care Center’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 수술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전을 통해 현지에서도 지속적인 관리를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아부다비의 경우 환자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필요한 사전 검사를 현지에서 수행할 수 있으며, 한국 입장에서는 환자 치료 여부 및 방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사전 획득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치료 후 관리까지 PPCC를 통해 가능하므로 한국 의료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승기배 원장은 “골수이식을 한국에서 받는다 해도 그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암이다 보니 계속적으로 체크를 하고 재발 시 수술 및 약 복용 등이 수반된다”며 “그럴 때마다 한국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골수이식은 못하더라도 케어 시스템을 기술이전 하면 현지에서도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익만 취하고 돈만 버는 것이 아닌 가톨릭 정신 실현”
한국의료는 지금껏 유수의 대형병원부터 시작해 개인 병·의원급까지 다각도로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으나 뚜렷한 성공 모델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현지에서 클리닉을 철수하거나 파견 인력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등 실패 사례가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서울성모병원은 UAE에서의 첫 민간병원급 진출이란 깃발을 꽂는 만큼 후발 주자들을 위해 하나하나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승 원장은 “첫 진출이다 보니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유형 자산이 없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자칫 본 계약 내용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어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며 “일종의 보험처럼 제3국법에 의해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를 해 놨다”고 귀띔했다.
이어 “운영 중 갈등이 생길 경우 정부에서도 UAE와의 국가 간 협력사업(G2G)의 일환으로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며 “서울성모병원만이 아닌 한국 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이번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진 중동 붐을 통해 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력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열사의 땅으로 몰려갔고, 그들이 사막에서 피땀 흘리며 벌어들인 달러는 국가 경제의 큰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유형의 건설업이 아닌 무형의 고급기술이 수출되는 시대가 왔다. 국가가 지목한 미래 먹거리이자 탈출구가 절실한 한국의료가 병원산업 수출을 통해 ‘제2 중동 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그 출발대에 선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 정신과 뛰어난 의료기술, 근면 성실한 의료진의 장점을 살려 또 다른 의료의 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승기배 원장은 “서울성모병원의 이번 중동 진출은 이익만 취하고 돈만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며 “전세계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가톨릭 정신으로 감싸고 그 안에서 자체 의료기술로 치료해준다는 의미가 녹아든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UAE 간 보건의료의 포괄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앞으로 이어질 중동의 한국의료 진출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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