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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치우치지 않은 사법부의 판결로 세브란스병원 박 교수가 실형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여전히 유죄로 남은 일부 허위진단 부분이 아쉽다. 상고심을 통해 완전무죄 입증하겠다."
30일 오전, 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 윤씨의 형집행정지 진단서를 작성한 세브란스 박 교수가 항소심을 통해 1심 실형을 깨고 벌금 500만원이라는 큰 폭의 감형을 선고 받았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박 교수의 기소 내역인 배임수재 및 허위진단서 3건에 대해 배임수재와 2장의 진단서는 무죄를, 나머지 진단서 1장은 일부 허위에 따른 유죄를 판결했다.
실형을 벌금형으로 뒤집은 극적 항소심 결과에도 박 교수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제이앤씨 구충서 변호사는 "일부 유죄 선고 부분이 대단히 아쉽다. 허위라고 볼 수 없는 진단서다"라고 밝혔다.
허위진단이라고 판단할 만한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등법원이 박 교수의 유죄를 판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구충서 변호사는 2심 고법이 박 교수를 심리하는 데 있어 ▲의사의 사실 판단을 '기재한 표현상 문제'를 허위로 볼 수 있는지와 ▲허위진단서 작성 시 고의성 여부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표했다.
의사가 환자 진료 후 느낀 수감생활 가능 여부 판단을 진단서에 쓴 것을 허위로 볼 수 없고, 박 교수가 고의적으로 허위진단을 내렸다고 판단한 부분 역시 어떤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구충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이번 판결에 대해 부연할 사항이 있다면
A. 고법 재판부가 박 교수에게 선고한 유죄 내역을 살펴보면, 2012년에 작성됐던 진단서 중 "수감생활은 윤씨에게 극심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됨"이라는 의견 기재 부분과 요추부 골절에 대한 사실 진단 부분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검찰이 박 교수에게 형집행정지를 위해 사모님 윤씨의 진단서 작성을 요청한 것은 의료 전문가로서의 환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이다. 박 교수는 67세 고령 환자를 진료하고 그에 따른 의사로서의 전문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다. 이 같은 의사 고유 영역 및 의견 표현 부분을 법적 유죄로 판단한 것은 아무 근거 없는 판결이다.
요추부 골절 기재를 허위진단으로 본 부분 역시 사실과 다르다. 수감 당시 윤씨가 골절로 인해 거동이 불편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판결문을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거동 불편'이라고 기재한 것을 허위로 판단했다면 이 역시 사실에 대한 표현에 대해 사법부 및 검찰이 자의적으로 유죄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Q 박 교수 허위진단서 감형 판결 의미는
A. 기존 허위진단서 사건의 경우 의사-환자가 짜고 보험금을 타내는 등 사기성이 짙어 명확히 범죄가 인정되는 케이스였다. 하지만 박 교수 사건의 경우 대한민국 의료인이 어느 범위까지 환자의 진단을 내릴 수 있고 어떨 때 허위 진단으로 간주되는지 기준이 될 수 있는 최초이자 중요한 판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판결이 나서 향후 다수 허위진단서 소송 발생 시 이정표로 작용할 수 있는 리딩 케이스가 돼야 한다.
Q 약 6개월간 구속됐던 박교수는 벌금형으로 감형되면서 수감생활이 억울할 것 같은데
A. 맞다. 박 교수는 구속돼 명예를 실추당하고 녹색 죄수복을 입고 재판에 임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이번 항소심에서 완전 무죄를 얻어 냈다면 박 교수는 형사보상법에 따라 억울하게 감방생활을 한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유죄를 모두 벗지 못해 형사보상을 신청할 수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박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금전적 보상보다 유명 상급종합병원 소속 교수로서 자신이 입게 된 씻을 수 없는 명예적 타격과 누명을 벗는 것이다. 2심을 통해 실형을 뒤집으면서 많은 부분 상실했던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생각한다. 향후 추가 소송에서 완전 무죄를 선고 받아야 억울한 누명을 던져버릴 수 있을 것이다.
Q 사법부는 박 교수 뿐 아니라 검찰 과실도 지적했다
A. 검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박 교수 변호 과정에서 누차 강조했던 부분이다. 사모님 윤씨의 형집행정지 최종 결정자는 검찰이고 박 교수는 의사로서 진단을 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기재했을 뿐이다. 또 허위진단서 작성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수감생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의사에게 어느 정도의 진단서를 작성해야 법적으로 저촉이 안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 검찰이 애시당초 덮어놓고 박 교수의 허위진단을 주장하며 기소한 면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