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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관피아라는 비난 속에서 배척받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장이 된 김종대 이사장[사진]이 오는 14일을 마지막으로 공단을 뒤로하고 강원도 영월로 농사를 지으러 떠난다.
취임을 반대하던 임직원들은 이제 그의 퇴임에 대한 아쉬움을 서슴없이 피력한다. 4일 김 이사장을 만났다.
마지막 당부 그리고 귀농
"오동 한 잎 날리자 천하가 가을이라, 가을바람 가을비만 외론 누각 가득하다. 아직 서울 미련 있음을 내 알지만, 그저 근심뿐이려니 머물 생각 감히 마소(一葉梧飛天下秋, 秋風秋雨滿孤樓. 知君更有門閭戀, 未敢相留秪自愁)"
김 이사장은 직접 조선 철종 시절 유명했던 심암(心庵) 조두순 선생의 시조 '일엽지추(一葉知秋)'를 읊으며 "떠날 때이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행복함을 간직한 채 떠나려 한다. 상황 때문인지 얼마 전 우연히 본 심암 선생의 시조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실제 심암선생이 친척의 낙향 소식에 도성에서의 근심, 걱정을 떨치고 미련 없이 편안한 삶을 살라고 위안하며 건넨 시조 내용과 퇴임 후 주말이면 찾던 자신의 밭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그의 상황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시조의 내용처럼 김 이사장은 떠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지 마지막까지 남겨진 이들에게 "부과체계 개편처럼 제도와 법을 고쳐야하는 부분들이 많다. 전직원이 합심하고 소통해며 이뤄내길 바란다"면서 "모든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애사심을 바탕으로 건보제도의 원칙과 사상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참담한 자살로 사회에 충격을 줬던 송파동 세모녀와 자신을 비교하며 "송파 세모녀는 보증금 500만원짜리 월세를 살며 건보료를 냈는데 나는 퇴임을 하면 공무원연금을 연 3900여만원 받는데도 아내의 피부양자로 올라가 건보료를 안 낸다. 무엇이 형평한 것인지 생각해보라"면서 부과체계 개편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남겨진 이들에게 과제를 던지며 마음을 털어서인지 그는 평소 주말이면 찾아 생각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해왔던 영월 자신의 밭에서 농사일을 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고추며 가지, 상추, 호박 등 각종 농작물을 수확했다"면서 "올 해에는 배추와 무 400여포기를 심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편히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 짧았지만 행복했던 시간"
마지막까지 과제를 던지며 떠나려는 그의 어떤 점이 임직원들에겐 아쉬움의 대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했을까. 함께 자리한 강희권 법무지원실장은 "강한 추진력과 의지로 이사장이 아니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이뤄냈다"면서 "힘 있게 사안들을 해결하면서도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이 임직원들의 마음에 박힌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 김 이사장은 취임 후 3년간 수많은 이슈를 생산하며 대외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체계 구축, 담배소송을 비롯해 해외 협력 및 홍보 강화, 만성질환 및 장기요양 관리체계 보강, 포괄간호서비스 개시 등 건강보험의 영역을 강화하고 확대해왔다.
더 나아가 보장성 강화나 부과체계 개편 등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특유의 뚝심과 카리스마, 통계와 수치를 동반해 반박하기조차 어려운 언변을 구사하며 '이치(理致)'를 따져 스스로 '합당하다' 생각하는 일들을 추진해왔다.
그는 언제나 '직진(直進)'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소통'을 강조하며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해 서울에서 완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지사의 생각을 하나로 관통시켰다. '현장에 답이 있다'며 128곳의 지사를 방문하는가 하면, 형식이 아닌 실질적 소통을 부르짖으며 회의와 각종 모임을 개편했다.
그래서일지 대표적으로 취임을 반대했던 노조조차 뜻에 공감해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며 3년간 파업일수 1일이라는 기록을 세워 2011년까지 연평균 파업일수 32일이라는 역사를 무색하게 했다.
최근에는 '신뢰'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만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며 방만경영 개선과제 수행이 포함된 단체협상을 비교적 원만히 끝내기까지 했다.
김 이사장은 그간의 일들을 회상하며 "자본주의의 병폐를 막고자 사회주의적 요소를 들여와 만든 건강보험체계의 철학과 사상, 이론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제도의 원칙을 세우고자 노력해왔다"면서 "그동안 공단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다"고 아쉬움 섞인 뿌듯함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김 이사장은 차기 이사장에게 "방향성은 이제 제시됐다"면서 임직원을 믿고 공단의 소명과 과제들을 잘 이끌어 가주기를 마지막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