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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에 노인성질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요양병원’, 현재 우리나라 요양병원은 총 1300여 곳, 요양시설까지 모두 합치면 6000여개다. 그러나 국내 요양병원 서비스 등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월 환자 21명이 사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 서울역 노숙자 등 사회취약 계층을 불법 유인해 입원시키는 사례, 사무장병원을 개설해서 운영하는 불법행위 등 '요양병원'이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제 복지부가 지난 8월 전체 요양병원 1265개소를 대상으로 안전점검 등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방법 위반 971건, 건축법 위반 276건, 의료법 위반 198건 등이 적발됐다.
"요양병원, 이대로는 안 된다"
이에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과 건강세상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요양병원 간담회에서는 참석자 대다수가 "요양병원에 대한 인증 및 평가를 더욱 투명하고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활동가는 “요양병원의 불법행위,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증원 평가에 대한 강제력이 필요하고, 허위 인증평가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적정성 평가 결과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인증결과를 공개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요양병원에 대한 종합적 정보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남윤인숙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통해 요양병원 실태와 제도적 허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특히 논란이 불거진 청주 요양병원 문제가 올해 안에는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양병원의 인력기준 및 노동조건, 안전점검, 서비스 질 관리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더불어 그 결과를 공개해 기준 미달일 경우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요양병원 개선책 미비"
지난 8월 복지부는 야간휴일 등 취약시간대 환자 안전 강화 등을 위해 요양보호사 채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안전관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현종 교수는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인 만큼 24시간 의료인이 상주해야 한다. 취약시간대 환자안전을 위해 요양보호사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기관의 정체성을 더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요양보호사가 아니라 의료인이 상주토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인증결과에 따라 수가를 반영하겠다는 복지부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송 교수는 “정작 인증에서 의료의 질에 대한 평가항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인센티브는 실질적인 질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양승욱 변호사(양승욱 법률사무소)는 “관리감독 체계와 요양보호사 채용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 측 대안으로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보다 포괄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민간 중심 공급체계, 많은 부작용 야기"
공공요양병원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올해 6월 기준, 요양병원은 총 1298개소인데, 이 중 공공요양병원은 단 72개소(5.55%)다.
문제는 과도한 민간 중심의 공급체계와 치열한 경쟁이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 및 안전관리 부실, 의료비 부당청구 증가, 유인 및 알선 행위 증가, 사회적 약자 차별, 노동자 탄압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은 "요양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진료비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요양병원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요양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정의료 기준'을 만들어낼 주체가 없다는 점"이라며 "현재는 적정의료기준을 만들어 줄 공공적 성격을 지닌 집단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부분의 공공요양병원이 민간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가 정책을 수립해도 이를 즉각 반영 가능한 주체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민간 위탁 운영을 공공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요양병원이 오늘날 공공어린이집의 역할처럼 돼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적절한 요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이 제대로 수행돼야한다”고 밝혔다.
"다중이용업소법 적용 등 요양병원 관련 법 강화해야"
관련 법망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양승욱 변호사(양승욱 법률사무소)는 다중이용업소에 관한 법률, 즉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곳의 안전관리는 보다 강화된 법적 규율이 있는데, 이를 요양병원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법 및 위임입법 개정을 통해 요양병원 간호사 인력기준 등 요건을 강화하고, 인력기준 미충족 병원에 대한 제재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의료법 등 관련 조항에 ▲사무장병원의 허위부당청구 시 의료인의 명단 공개와 함께 사무장 명단도 공개하는 방안 ▲허위부당청구로 인한 환수처분 시, 사무장에게도 일차적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 ▲유인 알선행위로 인해 얻은 요양급여비용 환수 방안 등이 반영돼야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복지부 "사무장병원 등 단속, 경찰과 협조 더욱 강화"
보건복지부도 요양병원 규제 강화 및 인증 결과 공개 방향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양정석 사무관은 "환자안전과 요양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전제라면 요양병원 규제 강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8월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복지부는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양 사무관은 "인증 한번 받았다고 해서 관리가 다 됐다고 보고 있지 않다. 결과 공개 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사무장병원' 적발을 위해 경찰청과의 헙업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양 사무관은 '요양병원으로 둔갑한 사무장병원을 척결하는 일은 일반 요양병원들에게도 숙원사업"이라며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데 실질적인 수사권이 없는 데서 오는 한계가 있다. 경찰청과 협업체계를 구축해야한다. 앞으로 협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