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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 이대론 안돼" 위기감 팽배
보사연·공단 개최 학술대회서 제기…환자쏠림·적정의료 등 문제점 재확인
[ 2014년 12월 12일 20시 00분 ]

의료이용 빈부격차, 환자쏠림, 적정의료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의학계 전문가들의 고민은 깊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최병철)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이 지난 12일 개최한 '제6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는 한 마디로 종합고민세트였다.

 

연구자들은 과감히 도전했고, 토론자와 청중들은 지적과 질타, 공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7년간 축적된 국내 의료패널 데이터는 연구자들의 도구가 돼 쟁점들을 표면화시키는데 쓰였다.

 

거론된 문제들은 의료의 본질부터 목적과 범위, 한계는 물론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정책까지 다양했다. 대회장을 떠나는 이들은 풀기 어려운 숙제를 한 아름 안고 제 갈 길을 떠났다.

 

빈자리가 없어 수 시간을 선 채 논의에 참여했던 청중들이 떠안은 화두 중 쟁점 사안들은 ▲공공성 잃은 의료의 상품화 ▲적정의료와 과잉・과소진료 논란 ▲환자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아는 이 없는 의료정책 등이었다.

 

 

"의료서비스, 상품 전락… 빈부격차 심화"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황연희・김지혜・서남규 연구원은 '의료이용 및 본인부담의료비 지출의 형평성'에 대한 공동연구결과를 공개하며 의료서비스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의료의 양적 측면인 이용횟수는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지만 의료의 질적 측면인 본인부담의료비 지출 특히 외래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며 의료이용의 빈부격차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공급이나 재원조달의 공공성이 취약해졌으며 의료서비스가 일반 상품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면서 "의료이용의 질과 강도 측면에서 고소득층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보건과학과 BK21플러스 인간생명-사회환경상호작용융합사업단 조규희・목형균・이준협 연구원 또한 '미충족의료 현황 및 유형분석' 연구를 소개하며 "저부담-저급여 정책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한 높은 본인부담률은 보건의료서비스 이용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미충족의료 경험자가 전체의 15.4%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연령이 높거나 이혼 혹은 별거 중인 경우, 교육수준이나 가구소득이 낮은 경우, 우울감이나 통증이 있거나 주관적 건강상태가 나쁠 경우 등이 미충족의료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음을 시사하며 "미충족의료 등 의료서비스의 적절한 분류와 해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정의료, 기준도 없이 이대로 갈순 없다"

 

이처럼 정확한 개념화와 공감대 형성 문제는 적정의료관련 연구가 발표되면서 다시금 거론됐다.

 

보험연구원 강성호 연구위원은 '적정의료비 추정과 민영건강보험의 의료비지출 파급효과'연구를 발표하며 적정의료비를 '지출의료비 - 과잉의료비 + 과소의료비'로 개념화했다.

 

이후 의료패널 데이터 상 과잉 및 과소의료비를 대입, 현재 지출하고 있는 의료비의 90% 수준으로 적정의료비를 도출했다. 또 공적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들며 부족분에 대한 자구책으로 민영보험가입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이 같은 강 연구위원의 발표에 학술대회장 내 의료계 인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적정의료비는 예민한 문제"라며 "사회적, 국민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데다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반대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위원은 추 회장의 말에 더해 "소비자에게 과잉이 의료진에겐 적절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적절하다고 느끼는 것을 의료진은 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이런 결론들이 정책으로 적용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외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고, 강 연구위원은 "아무도 적정진료비, 적정의료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무모하지만 과감하게 화두를 던져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했을 뿐"이라고 의도를 설명다.

 

"여타 종별 대비 상급 환자회복률 높다"

 

뜨거웠던 논쟁과 달리 답답함을 학술회장에 불러온 주제도 있었다.

 

신호성 원광대 치의학과 교수를 필두로 이태진 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등 여러 연구자들이 거론한 문제는 '환자들의 상급종병 쏠림현상'이었다.

 

신 교수는 '이동거리가 건강증진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 "이동거리가 10㎞ 이상인 경우 근거리 집단에 비해 회복할 비율이 16% 낮고, 만족도 또한 줄어든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기타병원에 비해 17% 가량 환자 회복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상급종병의 평균 수납금액이 종병이나 병원에 비해 1.76배, 3.7배씩 높았으나 서울, 경기-인천 소재 의료기관에서 전체 입원이용량의 40%에 육박하는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평균 이동거리 20㎞를 훌쩍 넘는 37.4㎞를 이동해 서울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 또한 60개월 간의 추적연구를 통해 보건의료정책이 의료기관 유형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정책과 상관없이 쏠림현상이 유지되거나 심화되는 현상이 존재함을 증명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을 계속해서 이용하는 이유는 의료 질 등의 영향으로 외부 요인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추가적인 논의와 연구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연구자들과 토론자, 청중들은 하나 돼 해묵은 하지만 해결하기 힘든 난제로 수도권 또는 상급종병 쏠림현상을 꼽으며 뚜렷한 의견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의료패널로 본 의료현실과 정책 한계

 

당연하지만 이와 같은 쏠림현상 문제는 보건의료정책의 효과 논란으로 번졌다.

 

학술대회에 참석하고자 경상남도 김해에서 올라왔다는 한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상급종병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 인상이나 약제비 환자 본인부담률 차등적용 같은 정책들을 제대로 인식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정책도 알려야 효과도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좌장으로 자리한 박재용 경북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단지 '물가가 올라 조금 비싸졌구나'할 것"이라며 국민 인식도 제고를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이 외에도 만성질환자와 일차의료 활성화, 추지의 제도의 필요성과 효과, 노동자 및 노령인구의 의료이용현황, 재난적 의료비와 정책적 합의 등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접근들이 이뤄졌다.

 

다만 의료패널 데이터의 특성과 패널분석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연구의 완성도에 대한 일부 불만들도 제기되는 등 논의의 다양성과 함께 깊이 또한 높아져야 할 것이란 혹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준엽기자 oz@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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