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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계 최초로 1조 매출을 달성한 유한양행이 을미년 새해 경영슬로건을 '혁신 유한, 새로운 가치 창조'로 확정, 공표했다.
하지만 정작 제시된 경영지표들은 지난 해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진 것으로 보여 1조 매출 성과와 함께 기대됐던 글로벌 신약 개발 등의 집중적인 투자는 다소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유한양행(대표 김윤섭)은 지난 2일 시무식을 통해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강조한 경영 슬로건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4대 경영지표로 ▲사업목표 책임경영 ▲시장지향 R&D ▲미래사업 발굴육성 ▲열린 사고와 창조적 변화를 천명했다. 이는 제네릭 복합제와 같이 시장성이 보장된 R&D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전체 분석 등의 신사업과 신공장 건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으로 새로운 '도전'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국내 제약계를 선도하는 유한양행에 따라붙는 비판적인 수식어, 즉 자체 신약 없는 오리지널 등 타사 제품 제휴로 인한 매출 증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개선하는데는 미진하지 않냐는 견해가 제기된다.
작년 외자사 제휴 상품(품목) 비중 61%…"제조사 아닌 유통회사" 비아냥 제기
지난 해 유한양행의 1조 매출을 이끈 주역은 제품(자사 제조 의약품)이 아닌 상품이다. 유한양행이 판매한 해외 유명 제약사들의 상품 매출이 지난 3년간 급성장한 것이다.
특히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와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 길리어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처방액 증가가 유한의 1조원 달성을 직접적으로 견인했다.
비록 유한의 강점인 영업력이 바탕이 됐기에 외자사 제품 3인방의 선전이 가능하겠지만 이 같은 의존도는 오히려 국내 최고 제약사를 지향하는 유한양행의 매출 균형을 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유비스트에 기록된 유한양행의 원외처방조제액은 3,749억원으로 이중 상품 매출은 1,879억원으로 50%이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2014년에는 그 비중이 더 높아져 61% 이상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증대 측면에서는 반길 사안이지만 남의 회사 제품 갖다 판다는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상위 A제약사 관계자는 "몇 천억운 규모 차이는 제대로된 신약 하나에 따라 금새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이다. 때문에 상품 판매는 각 제약사의 전략적 선택 문제이지만 자칫 여기에 집중하다 보면 제약사 본연의 목표인 신약 개발에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 B사 CEO도 비판적 시각을 던졌다. 그는 "유한양행이 주인이 없다보니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외자사와 상호 이익이 맞아 제품 공동판매를 하지만 유한의 브랜드나 국내 제약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잃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R&D 투자비율 타사 대비 저조…성과 저조 레바넥스 이후 신약 사실상 전무
실제로 유한양행의 자기제품 개발을 통한 신약 성과는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현재 처방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S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레바넥스는 적응증 등 측면에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이 심혈을 기울여서 내놨는데 치료 효과 등이 타회사 제품들에 비해 뛰어나지 않아 국산 신약임에도 의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한양행은 레바넥스 후속타로 역류성식도염 신약인 'YH4808'에 대한 임상시험을 2상까지 완료한 상태이지만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3상 임상을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A대병원 교수는 "이 제품도 현재 유한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전망이 장밋빛만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말해 그 추이가 주목된다.
만약 이 제품에서도 유한양행이 레바넥스 전철을 밟게 되면 국내 제약계 최초 1조 매출 달성이라는 성과와 이미지는 빛이 바랠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 해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유한양행의 R&D 투자 비중은 매출액 대비 5% 수준이다. 한미약품(25%), LG생명과학(20%), 대웅제약(12%) 등 경쟁사들의 R&D 비율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낮다.
더욱이 R&D 투자를 늘리기에는 유한양행의 상품 매출 등 영업이익 상승폭이 아직까지 안정적이지 못한 것도 앞으로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 영업이익률은 2011년 7.5%에서 외자사 품목이 도입된 2012년 4.5%로 3%P 하락했다. 이어 2013년에는 6.6%로 이익이 늘어나는 듯 했으나 지난 2014년 3분기 기준 5.9%로 다시 떨어졌다.
이 같은 판매 대비 영업이익 개선 저조현상은 상품이익 실현율이 신약 등 자체 개발 약을 판매하는 것보다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공동 마케팅 품목 도입에 따른 관련 마케팅 비용 등이 단기적으로는 안정되겠지만 해외신약 보유 회사의 요구조건에 따라 향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현재의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신약 판권을 지속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연장해야 한다는 점이 계약 관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영업력 토대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 구축"
결국, 유한양행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어떻게 매출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는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때문에 2015년 경영지표인 시장지향 R&D와 미래사업 발굴육성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B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유한양행의 1조 매출 달성은 영업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올해도 1조 매출이 보장된 만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함정에 빠지지 말고 이젠 보다 적극적으로 자체 신약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도매업계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유한의 사회적 환원 등 그 기여는 인정한다. 영업력도 평가할만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R&D를 포함해서 연구 의지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국내 제약계의 맏형이자 선도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한 모습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해 저성장 국면에서 1조 매출 등의 성과를 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회사의 사활을 걸고 R&D 투자를 하기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점진적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업력도 회사가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강점으로 제약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