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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하신년(謹賀新年): 삼가(조심스럽게) 새해를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가정사·사업 등으로 새해 맞이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친지 및 지인들의 사정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우리나라의 속 깊은 신년 축하 인사다. 신년 새 달력은 근하신년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오는 새해를 미리 내다보며 정을 나누는 연말연시 선물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동네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보내 온 새해 달력 서너 개가 집안 한 켠에 놓였다. 세밑 인쇄소는 달력 특수 시즌에 맞춰 달력을 찍어내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불경기에 따른 예산 감소로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 비용이 드는 달력 제작이 줄고 있다. 스마트폰 보편화도 이를 거들었다. 의료계는 매해 신년 달력을 통해 임직원 및 유관기관, 정부와 한해를 되새기고, 환자와 함께 소통하는데 힘쓰고 있다. 의료서비스를 통한 삶의 질을 높이는 사명감 속 병·의원들이 가진 달력의 면면을 살펴보고 사연이 깃든 달력 제작 히스토리를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달력 산업이 쇄락하고 있다. '달력은 무료'라는 인식에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발달과 원활한 보급이 더해져 비용대비 기대효과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과 함께 대표적인 달력 배부처로 꼽히는 의료기관들도 고민에 휩싸였다. 진료과, 연구실 등 내부 수요나 대외 이미지를 위해서는 달력이 필요하지만 막상 제작을 하려니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 간 분위기도 극명히 갈리고 있다.우선 홍보에 크게 기댈 필요가 없는 대형병원들은 비용을 최소화한 내부 수급용 달력을 제작하는 추세다.
반면 성형외과나 피부과, 한의원 등 소문과 인지도에 따라 매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원급들은 제작을 하되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은 '비용'… 제작 포기하거나 내부용으로만 활용
데일리메디가 전국 의료기관 30여 곳을 확인한 결과, 달력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병원을 제외하면 맘 편하게 제작했다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병원은 발행부수나 디자인을, 다른 곳은 탁상·벽걸이 등 제작유형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고민은 '비용'으로 귀결됐다. 각종 정책과 보건의료 환경변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1년에 한 번, 개당 5000원에서부터 2만원까지 하는 달력을 찍는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달력을 제작하고 있는 병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달력 제작에 따른 비용부담이 컸다.
기관의 성격과 형태, 목적에 따라 제작부수와 유형 등 편차가 크거나 달랐지만 전문병원급 이상 대형병원들의 달력제작부수는 최소 200부에서 최대 4만부이며 1개 병원당 약 3000 ~ 5000부 정도를 내부용으로만 제작했다.
특히 5000부 이상 제작하는 전문병원 및 종합병원들은 대부분 다단 달력을 기본적으로 만들었다. 산하 8개 병원을 운영중인 가톨릭의료원은 모든 유형의 달력을 만들었으며, 제일병원, 세종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등은 3단 혹은 4단만을 제작했다.
3단 달력을 제작한 상급종병 관계자는 "다단 달력이 진료예약을 위해 2~3달 이후 일정을 확인하기 쉬워 외래 등 내부직원들 호응도가 높다"면서 "특별한 홍보 필요성이 없는 만큼 내부에서 최대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달력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탁상용 달력이 대세?"… 고민하는 병원들
1만부 이상을 제작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비용대비 홍보효과를 높여야하는 일부 병・의원들은 다단 달력을 제작하지 않거나 탁상용 달력 비중을 높이는 등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강구하는 곳도 있었다.
제작된 달력들을 살펴보면 단순 행정비품으로 취급해 사진조차 들어가지 않고 날짜만 명기한 병원달력이 있는가 하면, 지속적인 홍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까다로운 기준으로 자체제작 혹은 제작의뢰 하기도 했다.
디자인비용을 줄이며 병원 홍보나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병원 조감도, 설립자 사진 등을 활용한 달력을 제작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길병원의 경우에는 올해 처음으로 '미니홍보책자' 형태의 탁상달력을 벽걸이용 3단 달력 대신 5000부를 찍어냈다. 달력 뒷면을 활용한 다양한 건강정보 및 메시지를 넣어 홍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반면 질을 높이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부 형태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대의료원의 경우 아프리카 의료봉사활동에 동행하며 인연을 맺은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작품을 달력에 싣고 있었다. 인제의료원 또한 우리나라의 것을 강조하며 올해 식물을 주제로 한 송훈 화백의 세밀화를 저렴한 비용에 달력에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도 병원 이미지나 자체적으로 촬영한 사진, 기부 등을 활용해 탁상용 달력을 벽걸이용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성형외과 혹은 한의원 등 홍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출력이 가능한 달력을 디자인해 올리는가 하면 다양한 건강상식이나 복약상식 등 의료정보를 삽입한 탁상달력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한 달력제작업체 관계자는 "주로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한의원 등에서 100부에서 많게는 500부까지 제작 의뢰가 들어온다"면서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주문이 까다로운 편이다. 요즘은 단순한 이미지보다 병원과 관련된 건강정보를 담아 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추이를 전했다.
이와 관련, 홍보업계 관계자는 "달력 제작의 목적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달력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광고효과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가정에서의 달력 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타겟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파악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