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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은 통했다. 취임 당시 ‘정직한 진료’를 기치로 내걸었을 때만 해도 주변은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저수가로 점철된 의료환경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소신이란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남들은 지키지 못하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기관장으로서 경영에 대한 압박은 당연했다. 하지만 ‘착한적자’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대찬(?) 의지로 버텼다. 소신과 현실의 힘겨운 줄다리기 3년. 이제 주변은 그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의 용단(勇斷)에 아쉬운 탄식을 피력하는 이들도 ‘정직한 진료’의 힘을 체감한 주변이었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일 과감히 감투를 내려놓는 충북대학교병원 최재운 병원장의 퇴임 일성은 여전히 ‘환자’였다.
최선의 노력 통해 최상의 결과 도출
‘정직한 진료’를 신조로 지난 3년 간 충북대병원을 진두지휘했던 최재운 병원장. 자신의 의료철학에 최선을 다했기에 그에게 서운함은 없다.
충북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자 국립대병원, 도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역 거점병원이라는 자부심에 최 원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병원과 도민의 건강에만 몰두했다.
지난 2012년 1월 취임 당시 “주민과 환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의료행정을 펼쳐 중부권 대표 병원으로 성장하겠다”던 공언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충북대병원은 보건복지부로터 공공보건의료 부분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위암‧대장암‧유방암‧췌장암 분야 평가에서 1등급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암은 물론 급성심근경색증, 급성기뇌졸중 등 촌각을 다투는 질환에서도 수도권 대형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을 거두며 충북대병원의 위상을 높였다.
이러한 성과를 얻기까지 적잖은 노력이 있었다. 환자 중심의 의료질 향상을 위해 QI팀을 병원장 직속으로 개편했고,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사무국장 직속에 고객지원실을 설치했다.
또 환자 안전에 중점을 둔 진료체계 확보와 지역 의료기관 협진체계 보완, 해외환자 유치 도모 등을 위해 대외협력실을 신설했다.
이 외에도 노후화 시설 개선공사 일환으로 2억3000만원을 들여 외래 천장을 유리블록으로 교체했고, 각 진료실 리모델링과 수술실 확장으로 환자편의를 제고했다.
최재운 병원장은 “지역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충북대병원은 앞으로도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에 충실해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당히 감수한 ‘착한적자’
정직한 진료의 결과일까? 충북대병원은 수술을 가장 싸게 잘하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의 유방암 수술 관련 평균 입원일수는 7.6일로, 전국평균 보다는 2.4일, 상급종합병원 보다는 0.7일이 짧다.
또 평균 진료비는 전국평균 321만6000원 대비 무려 1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대장암 진료비 역시 451만원으로 전국 대학병원 중 가장 낮았다.
입원일수는 짧고 진료비는 저렴한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진료형태는 분명 환자에게는 이상적이지만 병원은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충북대병원은 지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전국 국립대병원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적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30억원 적자였다.
서울대병원 252억원, 충남대병원 184억원, 경상대병원 142억원, 부산대병원 117억원, 경북대병원 109억원, 전남대병원 93억원 등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치다.
여기에도 최재운 병원장의 공헌이 숨어 있다. 최 원장은 취임 후 불필요한 재원 손실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매년 100억원에 육박하던 진료손실을 큰 폭으로 줄였다.
“착한적자라면 감수해야 한다”는 자신감이 나온 이유다. 그는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흔하디 흔한 부대사업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환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은 얼마든지 신설해야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한 시설이라면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는 소신의 발로다.
최재운 병원장은 “충북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 가장 낮은 진료비를 받으면서도 의료서비스 질은 상위권을 기록했다”며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면서 초래된 착한적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쉬움 있기에 발전도 기대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 온 그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최근 발표된 권역중증외상센터 유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고배를 마신 후 심기일전 했지만 재도전은 또 실패했다.
충북대병원은 의정부성모병원, 안동병원 등과 마지막까지 근소한 점수 차로 접전을 벌였고, 막판에 석패하고 말았다.
다만 올해 평가에서 충북대병원의 인프라와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최 원장은 내년에는 꼭 권역중증외상센터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확신했다.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역시 큰 아쉬움이다. 환자 질병군 분석결과 도내 호흡기 환자 비율이 높다는 점에 착안, 야심차게 준비한 센터가 시공업체의 공사 지연으로 오픈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 달 20일 성대한 준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는 기계음이 한창이다.
최재운 병원장은 “임기 내 마침표를 찍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맘처럼 되지 않아 아쉽다”며 “호흡기센터가 오픈하면 충북대병원은 또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전공의들의 수도권 쏠림현상 역시 그의 가슴 한 켠에 응어리로 남아있다.
소위 ‘호텔 라면과 여관 뷔페’에 비유하며 환자 이탈에 안타까움이 컸던 그였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오롯이 충북대병원으로 돌려 놓지는 못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전공의들도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교육 여건과 의료진 수준은 남부럽지 않지만 무작정 서울로 향하는 후학들이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다.
최재운 병원장은 “무조건 서울 소재 병원이 더 좋다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며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한 3년이었다”고 술회하며 “앞으로도 충북대병원에 각별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