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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항암제 패권 경쟁' 치열
로슈·노바티스·화이자, 항암분야 개발 전력
[ 2015년 01월 08일 16시 29분 ]

 

전세계 제약산업 내 케미칼(화학합성의약품) 발전 단계가 안정기는 넘었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다. 환자 완치 및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룩함과 동시에 산업으로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의약품 분야로의 활로 모색이 거대 제약사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두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최신 항암제 개발력은 분초를 다투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화이자, 로슈, 릴리, 노바티스, 다케다, BMS,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바이엘 등 공룡급 기업들은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새먹거리로 항암 분야를 채택, 미래 제약계 패권 장악에 초석을 다져왔다.


여기에 아직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갖추지 못한 제약사들도 항암제의 미래 시장 가능성을 보고 제품 개발 및 출시를 위한 R&D 비중 제고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제약사들이 이미 얼어 붙어 더 이상 진출하기 어려운 합성의약품이라는 항구(港邱)를 쇄빙선(碎氷船)으로 깨부수려 힘겹게 전진하는 것을 택하기 보다는, 아직 얼지 않은 부동항(不凍港)을 새로 찾아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항암제는 개발에 성공할 시, 소수 환자풀 만으로도 고수익 창출이 어느정도 보장되는데다,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인 만큼 시장성이 높아 미래 시장을 이끌 신동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항암치료제는 종양학, 약물유전체학,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다. 기존 세포 독성 항암제에서 내성을 줄인 항암제에 이어 암 세포만을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로의 진화를 거쳐 현재는 항체와 독성항암제를 접합하는 최신 기전의 ADC(Antibody Drug Conjugate) 치료제가 출시,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또 세계적 화두가 고령화 실버사회 속 삶의 질 향상으로 합치되면서 제약사들의 항암제 개발 열기는 앞으로도 쉽사리 식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한 패권을 차지하려 제약사들은 전반적인 항암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동시에 제각기 다른 특화질환 분야를 구축,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항암제 전쟁에서 승리를 목표로 강력한 약효 및 부작용 최소화 약물 개발이라는 최신 무기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로슈, 유방암 치료제 개발 혁신 순항


로슈는 항암파이프라인 혁신에 성공하면서 세계 1위 항암제 강자 위치에 군림하고 있다. 항암제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한 로슈는 유방암, 림프종 폐암, 유방암, 피부암, 위암 등 거의 모든 장기를 적응증으로 한 항암제 출시에 성공하며 종양 분야 두터운 성벽을 쌓아왔다.


특히 로슈는 유방암 전체 환자의 15~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전이성 표적항암제 허셉틴(트라스트주맙) 출시로 혁신적 유방암 치료의 새 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역대 유방암 생존율 최장 연장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퍼제타(퍼투주맙)를 공개하며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다시금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퍼제타 투여 환자 전체 생존율은 약 5년인 56.5개월로 허셉틴-도세탁셀 병용투여군 40.8개월 대비 15.7개월이 연장됐다.


퍼제타는 허셉틴이 약효를 보이는 HER2 수용체와는 다른 부분에서 항암 효과를 나타내, 도세탁셀에 퍼제타와 허셉틴 두 약제를 병용하면 시너지 효과에 따른 보다 뛰어난 유방암 치료 결과를 내는 강점마저 지녔다.


로슈는 유방암 분야 최초로 항제-항암제 접합제(ADC)인 캐싸일라(트라스트주맙+엠탄신)를 출시하며 항암제 리딩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캐싸일라의 장점은 표적치료제 허셉틴과 강력한 세포독성 항암제 T-DM1을 튼튼한 링커(연결고리)로 묶어 정확하게 종양만을 파괴하는 효과를 지녔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핵탄두(T-DM1)에 고성능 추적 레이더(허셉틴)를 장착한 격으로, 독성 항암 약물을 암세포까지 오차없이 전달해 정확히 종양 내부에서만 약물을 터트려 암을 사멸시킨다.


특히 두 약물을 접합해 2차 치료 시 단독요법으로 투여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진다.


캐싸일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26개국이 참여한 대규모 랜드마크 임상 EMILIA 연구에서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군 대비 전체생존율(OS)을 5.8개월 연장시키는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했다.


무진행 생존율(PFS)도 50% 개선했으며 기존 치료제 대비 사망위험을 32% 감소시켰다.


허셉틴-퍼제타-캐싸일라로 이어지는 유방암 삼각편대 구축은 로슈의 항암제 개발력을 여실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로슈 크라익턴 대표는 “로슈는 30년 동안 HER2 연구를 주도해 초기 및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및 생존율, 생존기간 향상은 물론 직접적인 삶의 질 개선에 전력했다”고 밝혔다.

 

GSK 항암파트 품고 글로벌 점유율 1위 꿈꾸는 노바티스


노바티스는 종양이 아닌 정상세포마저 공격해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했던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탈피해 종양만을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제약사다.


노바티스는 최초이자 가장 성공적인 표적항암제로 불리는 만성공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을 1999년 출시해 항암제 진화를 견인했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 모두를 파괴해 머리가 빠지고 백혈구를 감소시키는 혹독한 부작용을 개선한 글리벡 출시로 노바티스는 자사 매출 극대화라는 성과도 맛봤다. 지난해 노바티스는 글리벡만으로 매출 47억불을 기록했다.


노바티스는 백혈병에 집중했다. 1세대 글리벡에 이어 2세대 포스트 글리벡으로 불리는 타시그나(닐로티닙)를 개발하며 글리벡 내성 환자들을 커버하는 전주기 전략을 채택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백혈병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노바티스만의 특화 분야를 정립한 것이다.


이런 노바티스가 또 한 번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GSK와 항암-백신 사업부 맞트레이드를 결정했다. 불필요한 지방(백신 파트)을 덜어내고 강점을 지닌 항암 사업부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4월 노바티스는 GSK 항암 사업부를 160억불에 인수하는 빅딜을 발표했다. 영국산 최신 무기 개발기술을 사들여 고부가가치 항암신약을 만들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세계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는 로슈. 노바티스는 로슈 뒤를 바짝 쫓아 2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GSK 항암파트 인수로 향후 신약 개발에 잇단 성과를 낼 경우 노바티스와 로슈 간 항암제 시장 승자는 누가 될지 예측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SK가 개발에 힘써 온 AKT 억제제 계열의 항암제(afuresertib)와 앞으로 개발할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가 노바티스에게 넘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노바티스는 BMS제약의 PD-1억제제 옵디보(니볼루맙)의 폐암치료제 병용 임상 제휴를 통해 약점으로 평가되는 면역항암제 분야 보완에도 나섰다.


PD-1억제제는 치명적 피부암인 흑색종을 포함해 악성 종양과 싸우는 인간의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이 약물은 특히 흑색종 암세포를 급격히 줄이고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탁월한 효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내 최초로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받은 니볼루맙은 환자 1명의 1년 치료제 비용이 약 14만3000달러(1억4500만원)로 책정, 노바티스가 니볼루맙을 폐암치료제로 개발하는데 성공하면 높은 기업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화이자, 新트렌드 ‘면역조절항암제’ 도전


세계 최대 제약사 화이자는 항암제 분야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 중인 면역조절항암제 투자를 통해 항암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신체 면역계를 이용하는 면역조절항암제는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대비 최대 2~3배나 높은 장기생존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높은 항암효과를 토대로 약효 지속성, 부작용 및 내성 최소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면역조절항암제는 향후 10년 안에 35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아직 경영 생산성이 확보되지 않은 분야지만 앞으로 높은 시장성이 기대되는 만큼 과감한 조기 투자를 통해 장기 비전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화이자는 지난 6월 프랑스 면역치료제 개발사 셀렉티스와 2억달러 규모 R&D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자는 셀렉티스에 계약금 800만 달러와 연구비를 지원한다. 향후 의약품 개발에 따라 최대 1억8500만불을 추가 투입한다.


셀렉티스는 초기단계인 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CAR-T)을 개발 중인데, 2015년 임상을 통해 출시를 위한 첫 발을 뗀다.


화이자 R&D 책임자 미카엘 돌스텐은 “셀렉티스와의 계약을 통해 화이자의 최첨단 바이오 항암치료 플랫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협력으로 CAR-T 면역요법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1월에는 독일 머크와의 글로벌 제휴를 통해 면역항암분야 확장에 나섰다. 화이자는 머크의 PD-L1 약물인 MSB0010718C의 공동개발, 상업화로 이 분야 내 입지 구축을 노린다.


이 물질은 다수 종양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단독요법은 물론 화이자와 머크가 보유한 약물과의 병용요법제로 개발 될 계획이다.


양사는 추가적으로 화이자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잴코리와의 공동 프로모션도 진행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다. 특히 화이자와 머크의 항암분야 글로벌 제휴는 국내에서도 적용될 예정이다.


앨버트 부얼라 화이자 백신항암제 부문 사장은 “이번 글로벌 제휴로 다수 종양 분야에서 환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이자와 머크가 상호 보완적으로 양사의 장점에 집중 협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앞서 항암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수 차례에 걸쳐 시도했으나 실패해 이를 보완키 위한 대책으로 면역항암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쉴새 없이 진화 및 혁신이 지속중인 항암제 분야는 다수 제약사들이 치료제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또 화학항암제-표적항암제-항체, 약물접합항암제-면역조절항암제 등 항암제가 뻗어나갈 발전 방향 역시 제약산업과 의료계의 이목을 지속 집중시킬 전망이다.

이정환기자 junghwanss@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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