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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2년차를 맞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은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서울시치과의사회장을 역임할 때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일부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 척결’ 활동이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뜻밖의 결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판결은 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자칫 치과계에 대한 대국민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남섭 회장은 “한 치의 부끄럼도 없다”며 “검찰 조사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Q. 검찰 압수수색 배경 어떻게 보는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창립된 이래 이번과 같이 검찰 압수수색라는 초유의 시련을 겪었던 적은 없었다. 그동안 국민과 치과계 발전을 위해 무수히 많은 법안을 국회에 요청했다. 어느 것은 성과를 이뤘고, 어느 것은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것도 많았다.
이번에 불법입법 로비로 의혹을 받았던 개정된 의료법 ‘1인 1개소법’ 역시 치협의 정당한 입법활동 중 하나였다. 검찰은 치협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적으로 로비를 제공함으로써 법 개정을 이뤄냈다고 보고 있다. 치협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 1인 1개소법은 치과계에 국한된 법이 아니라 의료계 전체에 해당하는 법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법이다. 굳이 법의 영역에서 어긋난 행동을 동원해 개정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검찰이 이러한 전후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치협과 법안 발의 당사자인 국회의원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온 어버이연합이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1인 1개소법과 전혀 무관한 단체인 것 같아 보인다. 왜 이런 고발을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혹시나 1인 1개소법에 저촉이 되는 어떤 불순한 세력과 연결돼 고발한 것은 아닌지 그저 추측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 어떤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지, 또 다른 힘의 논리에 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
Q. ‘1인 1개소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준다면
개정된 ‘1인 1개소법’은 새로 만든 법이 아니다. 기존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법으로써 말 그대로 한 명의 의료인이 한 개의 의료기관만 개설 운영하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법령을 왜 개정해야 했냐면 기존 법령 문구의 허점을 이용한 상업화된 의료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2003년 대법원 판례가 원인이 됐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인 1인이 한 군데의 의료기관에서만 진료하면서 동시에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이와 같은 판례가 나오자 그동안 숨죽여 세를 불려왔던 1인 기업의 상업화된 네트워크 의료기관들이 의료계에 만연해 지기 시작했다. 건전한 의료시장이 상업주의에 물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이들의 주장만 보면 마치 서민을 위한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기업인으로 변신한 1명의 의료인이 자신의 배만 불리우기 위해 과잉진료, 조세포탈 등 불법 의료행위를 서슴치 않았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를 바로 잡고자 법 개정에 나서게 됐다. 그 결과, ‘한 명의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즉, 1인 1개소법 본연의 취지에 맞게 보강된 것이다. 현재 불법화된 상업적 네트워크들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서히 의료시장 자체도 건전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Q. 아직 검찰의 최종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치과계도 답답한 심정이다. 현재 치과계 내부는 검찰수사 초기와는 다르게 차분한 편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뜻하지 않게 불려 들어가 고생을 했지만, 모두가 의연하게 수사에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치협은 검찰의 요구에 협조해 나갈 예정이다. 단지 한 가지 바라고 싶은 점은 검찰에서 의혹을 갖고 수사를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편견을 갖지 말고, 드러난 사실만으로 판단해 주길 바랄 뿐이다.
Q. 보건의약단체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각 의료인 단체들이 여러 이해관계에 얽히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여타 단체들과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적은 치협이 회장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여러 의료인 단체장들이 내려주었다. 향후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 관련 협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다. 어떤 큰 역할을 해 나가기 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대화의 기회를 적극 마련할 계획이다. 대화의 장을 극대화해 ‘의료영리화 반대’라는 주제를 놓고, 보건의료계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정부와 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부에 바라고 싶은 점은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자 할 때 반드시 전문가 단체들과 충분한 소통을 한 이후 결정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려는 박근혜 정부가 과연 관련 정책의 폐해에 대해 얼마만큼 고민해 왔는지 알 길이 없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를 단순히 집단 이기주의 정도로 파악했다면 그동안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이 집단 이기주의를 도와주었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왜 과거 정부들이 의료영리화를 추진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살펴보길 바란다.
과연 의료계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돈벌이에 눈이 멀어 의료영리화 정책을 반대하겠는가. 의료인의 양심적인 외침을 그런 식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 모든 외침은 바로 이 땅에 사는 국민을 위한 외침이고, 그동안 우리가 일궈온 의료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다. 의료영리화 정책 뿐만 아니라 정부는 다른 여러 정책을 추진하면서 너무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경향이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의료계가 내는 목소리를 반드시 경청해 주길 바란다.
또한 의료계는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스스로 사회윤리적인 면에서 보다 도덕적인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나가는 의료인 모습이 보일 때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의료인 모두가 올 한해 뼈를 깎는 각오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올바른 진료 철학을 고수하려는 태도를 지향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