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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자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평위원 급여 로비 진통을 극복하고 지난 1월16일 환급형 위험분담계약(RAS)제를 통한 급여 관문을 통과했다. 2012년 1월 국내 출시 후 3년여만이다. 출시 직후부터 잴코리의 보험급여 적용을 주장해왔던 화이자이지만, 두 번의 급여 탈락 끝에 추가 비용효과성 입증을 근거로 잴코리 급여 진입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환자들의 급여화 외침 속에 일명 '급여 삼수생'이라는 별칭마저 얻게 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화이자 잴코리의 급여등재사(史)를 데일리메디가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내 이름은 잴코리. 폐암 치료제다. 나는 국내 300여명으로 추산되는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국소 진행성·전이성 폐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항암제다.
극소수 케이스인 ALK 양성 판정된 환자들의 종양 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나는 초기 개발·임상 단계부터 긍정적 프로파일을 입증, FDA 신속승인을 받으며 'ALK 양성 타깃 최초 항암신약'이라는 찬사 속에 탄생했다.
나는 비소세포폐암 중 3~5%에 해당하는 ALK 양성 환자들에게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다. 임상시험에서 50~61% 환자의 종양을 축소시켰고 1년여 간 암이 전이되거나 진행하는 것을 저지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2012년 진행된 랜드마크 임상인 PROFILE 1007 3상에서 21개국 347명 환자를 대상으로 종양 무진행 생존기간(PFS) 7.7개월을 연장시키는데 성공했다. 폐암 표준치료법인 탁소텔(도세탁셀), 알림타(페메트렉시드) 대비 2배를 넘는 뛰어난 치료 능력이 입증됐다.
하지만 나는 치명적인 태생적 콤플렉스가 있다. 유전자 변이 타깃 표적치료제라는 최신 항암제인데다 환자 풀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몸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잴코리 한 알 약 값만 무려 16만7500원이다. 한달 처방액은 약 1000만원, 1년으로 따지면 약값만 1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환자 치료 역량을 높이 산 세계 다수 국가들은 나의 탄생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미국, 영국 등 다수 유럽국가들은 물론, 일본에서부터 남미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ALK 양성 폐암환자 치료를 위해 내가 방문한 국가들은 모두 손을 내밀며 열렬히 환영했다.
이탈리아는 법령 지정으로 나와 암환자 간 접근성을 높였고, 영국도 항암제 기금(Cancer Drug Fund)을 통해 환자와 친해질 수 있는 자리 마련에 열심히다.
그러나 한국만 달랐다. 암 치료 능력 대비 비싼 몸값을 쉽사리 이해해주지 않았다. 2011년 12월, 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2012년 1월 공식적으로 한국 땅을 밟는데 성공했다.
나는 처음부터 한국 내 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만을 치료하기 위해 '진료상 필수약제'로 보험급여를 지원해 줄 것을 심평원에 요청했다. 하루빨리 환자를 치료하고 싶었고 ALK 양성 암환자들에게 나의 급여화는 한시 바삐 이뤄져야 할 숙원이었다.
2012년 11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적정성 평가결과 발표를 통해 "잴코리의 비용대비 효과성 불분명"을 이유로 비급여 판정을 내렸다. 첫 번째 급여 탈락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나와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없는데도 심평원은 해당 적응증에 '페메트렉시드 또는 도세탁셀'이 사용된다는 이유로 나를 필수 약제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탈락의 쓴 잔을 마셨지만, 과거에 얽매여 좌절할 수는 없었다. 나만을 바라보며, 내 몸값이 낮아지기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생의 의지를 굳건히 다지는 300여명 환자들과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몸값과 암 치료 효과 능력을 입증한 새로운 경제성평가 모델을 개발해 약 22% 인하된 약가와 함께 심평원 보험급여 신청에 재차 도전했다.
두 번째 탈락이었다. 급평위는 "잴코리의 효과 및 사회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여전히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며 비급여를 결정했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ALK 양성 환자들의 깊은 한숨이 내 귓가에 전해지는 듯 했다. 환자들은 암과의 전쟁보다, 질환의 고통보다 약값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며 울상지었다.
300여명 국내 ALK 양성 환자들 중 약 60여명은 1년 약값 1억2000만원을 내며 나를 처방받고 있었고, 나머지 200여명은 나를 복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슬픈 상황이 또 한번 재현됐다.
삼수째 도전. 나는 전략을 바꿨다. 위험분담계약제(RAS) 환급형을 통한 환자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내 필요성을 드디어 인정한 걸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회의를 통해 나와 환자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급여 절차를 신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암 환자들의 절실함과 내 치료 역량이 결합돼 드디어 빛을 발하는 듯 내 가슴은 두근거렸다.
두 번의 탈락 끝에 세 번째 도전에서 '환급형 위험분담계약(RAS)'으로 급여 초기 관문을 통과하는 첫 발을 내딛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폐암을 앓던 유명 여배우는 암을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병이다"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나는 이번 급여권 진입에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으면서 일단 미소지을 수 있게 됐다. 이젠 공식 급여에 최공 성공해 내가 환자들의 얼굴을 미소 짓게 할 때다.
나는 ALK 양성 폐암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약이다. 나는 환자들이 꿈꾸는 생명연장을 현실로 만들고 설혹 맞게 될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늘려 줄 능력이 있다. 효과가 있는데도 값이 비싸 환자들이 투약하지 못하는 비운의 치료제로 남고 싶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