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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환자단체에 세 번 놀란 이유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장
[ 2015년 01월 20일 20시 00분 ]

▲사진 설명: 국제골수종재단(IMF) 수지 노비스 회장과 함께
[특별기고]세계 최대의 규모의 환자단체는 어떤 질환을 가진 환자들 모임일까? 독자 여러분들도 선뜻 생각이 안 날 것 같다.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국제골수종재단(International Myeloma Foundation, IMF)’으로 다발골수종 환우회다.

 

25년 전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설립된 이후 지금은 전 세계 140개국 35만 명의 회원이 가입돼있다. 필자는 수 년 간 IMF와 돈독한 관계 속에서 네트워킹을 하며 크게 3번 놀랐다.

 

첫 번째, 환우회에 의사 선생님들도 함께 한다는 점이다. IMF는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회원으로서 함께 활동한다. 의사와 환자가 한 단체에서 만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IMF 관계자에게 의사와 환자가 함께 단체를 설립하여 활동을 하는 것이 종종 있는 경우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뜻밖에도 'No'였다. 미국도 과거에는 의사와 환자 관계가 무척이나 경직돼 있었기 때문에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를 만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 결과 ‘더 나은 다발골수종 치료’라는 공통 목표 아래,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이끌어 주는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 환우회 활동 범위 어디까지 가능할까? 놀랍게도 IMF에서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 직접 기여하는 단계까지 나아가 있었다. 흔히 환우회 활동이라고 하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치료 정보를 공유하는 친목 모임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IMF는 의료진과 함께 하는 환자 교육,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옹호활동(Advocacy)은 물론 치료제 개발, 즉 연구 역할까지 갖고 있었다.

 

필자는 2013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국제골수종 워크샵’에 IMF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당초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인데, 환우회를 위한 세션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환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학술 심포지엄은 다소 낯설었지만 선진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최선의 치료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IMF의 접근 방식 덕분에 환자와 가족들이 주축이 돼 치료제 개발과정까지 가능해 보였다.

 

세 번째, 자신들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눈다는 점이다. IMF는 우리나라와 같이 골수종 치료 환경이 척박한 나라의 환자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최신 치료 정보, 환자 옹호 활동의 노하우를 나눠주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그 동안 신약이 보험등재 되지 못해 많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었다. 환우회에서는 발로 뛰며 환자들의 목소리를 정책 관계자에게 전하는 활동을 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병을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다. 치료할 때 어려운 점, 부족한 점을 환자가 스스로 얘기해줘야 하는데 막상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줄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었다.

 

이때 격려를 해준 곳이 IMF다. IMF 관계자가 한국에 방문해 환자들에게 스스로를 더 드러내 자신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더 나은 치료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줬다.

 

이에 용기를 내 치료 경험을 나누고 목소리를 내준 환자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환자들의 생생한 목소리 덕분에 2014년부터 치료제가 보험급여 됐고, 현재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 6년 간 한국다발성골수종 환우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IMF를 통해 환우회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의료진에게도 환자에게도 ‘더 나은 환자 치료’가 최상의 목표다. 상호 존중을 기반한 동반자적 관계가 구축될 때, 환자들도 치료 과정에 참여해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필자가 소개한 IMF를 좋은 롤 모델 삼아 의료진과 환우회가 함께 노력한다면 10년 뒤에는 우리나라 치료환경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적인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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