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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장이 아닌 교수 혹은 박사로 칭해지는 의사들조차 경영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필수가 됐다. '최적의 의료'를 위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은 경영마인드에 눌렸고 저수가에 외면당했다."
한 내과전문의는 "병원에 근무하며 경영마인드라는 미명 아래 검진항목을 긁어 넣어야 살아남는다"면서 "소신껏 취사선택하던 의사들은 멸종단계"라며 한탄했다.
이 같은 적정의료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한 이들이 '우리나라 의료의 적정화 방안과 현명한 선택'을 주제로 최근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안형식 교수는 '한국의료의 적정성과 과잉의료 문제'를 주제로 세계적인 진료 추이와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 확산 움직임을 전했다.
안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의료 이용률은 가장 높다. 건강보험재정지출은 15년새 3배 이상 늘었고 각종 과잉진료와 과다치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등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를 중심으로 변화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의사들을 설득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캠페인이 일고 있다"며 '적정의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2주간의 생명을 위해 6개월간 2000만원을 쓰는 한국적 상황 어떻게 볼 것인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허대석 교수는 안 교수가 던진 화두를 받아 적정의료 정의와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과잉진료를 정의하려면 적정의료에 대한 개념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의료의 표준화가 돼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망 한 달 전 항암제를 쓰면 안 좋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 1달 전 30%가 고가의 항암제를 쓰고 있다. 반면 말기 암 자 통증조절을 위한 몰핀은 상대적으로 적게 쓴다. 무엇이 적정한가"라며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명의라고 소문난 서울대병원 의사는 하루 6시간 동안 1분에 1명꼴로 338명을 진료하고, 식약처는 효과가 조금이라도 개선되거나 확인되면 의약품 품목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환자 건강과 의료 질에 대한 근거와 가치 사이에서의 적절한 판단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방법은 적정 아니면 과잉 혹은 과소로 분류하는 이분법을 벗어나 의학적 근거와 사회적 가치를 축으로 한 차원적 접근이다.
허 교수는 각 항목별 수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져야겠지만 개괄적으로 높은 사회적 가치와 근거를 확보한 행위를 '적정의료'로, 낮은 가치와 근거는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여수준이나 활용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주간의 생명을 위해 6개월간 2000만원을 쓰는 상황은 의학적 유용성도 크지 않고 사회적 가치도 상대적으로 낮기에 적절하지 못한 행위라는 설명이다.
1000명 중 1명에게 욕먹을 각오로 필요한 진료만 보면 옳은 것인가?
반면 허 교수와는 관점이 다른 의견도 제기됐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방어진료의 개념을 들어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를 했으나 1000명 중 1명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사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진료와 수가, 봉급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이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의료진의 노력과 양심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서 박사는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하며 특히 국민운동 등을 통해 의식개선이 요구된다고 뜻을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정책연구소장 또한 골수이식을 받은 아들과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아들과 아내, 자신 모두 의사지만 건강보험 외에 1억원을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의사가 주도하고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되 정치적, 정책적 요인과 연관 지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급여 또는 심사・평가 기준 등으로 쓰이는 경우 행위에 따른 비용과 효과를 고려하게 되고 최적의 치료가 아닌 과잉・방어적 치료가 시행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병주 대한보건협회장은 "적정의료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기가 됐다"면서 "보건의료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존경받는 시대가 올 수 있도록 다양한 직종의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