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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인력 개편과 구태적인 흥정"
홍옥녀 위원장(간호인력개편 원칙관철 임상간호조무사 대책회의)
[ 2015년 03월 15일 20시 00분 ]

2013년 2월 보건복지부가 간호인력 개편 기본방향을 발표한 때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2차에 걸쳐 협의체 회의가 진행됐고,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뚜렷하게 진척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간호사단체는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확정된 전문대 실무간호학과 설립까지 반대하고 있고, 중심을 잡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간호협회 눈치를 보느라 “명칭도, 면허도, 상승체계도 모두 안된다”면서 간호인력 개편의 본래 취지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간호인력 개편에 기대를 모았던 간호조무사들은 “이러다 껍데기만 남고 실제로는 달라지는 게 없는 거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간호인력개편은 직종간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다. 보건복지부도 직종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반세기 이전의 후진적 체계를 선진국형 체계로 개편하고자 하는 것이 간호인력 개편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간호사-간호조무사’로 된 현행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체계는 1960년대에 기초가 설계되고, 1970년대에 틀이 갖춰진 후진적 체계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경제 8위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고, 의료분야도 눈부시게 발전해 국민건강이 크게 향상했다.

 

하지만 간호인력체계는 여전히 반세기 전의 후진적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간호사 양성과정은 전문대에서 4년제 학사과정으로 일원화됐으나, 유독 간호조무사만 양성교육의 질이 오히려 부실해졌으며 차별대우가 고착화돼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한 만큼의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간호인력체계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세기 전의 후진적 체계에서 선진국과 같은 간호인력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간호조무사들의 사회적 대우와 자존감을 회복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간호의 질을 향상하는 핵심과제의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간호사-간호조무사’의 2단계 체계를 ‘간호사-1급실무간호인력-2급실무간호인력’의 3단계 체계로 개편해야 하며, 1급실무간호인력은 전문대에서 양성교육을 하고, 2급실무간호인력 양성교육도 교육과정 표준화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간호사뿐 아니라 1급 및 2급 실무간호인력도 모두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를 하는 만큼, 모두 차별없이 면허를 부여함으로써 간호인력체계를 하나로 일원화해야 한다.

 

명칭도 실무간호인력의 해외진출 등을 포함해 글로벌시대 국제공용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간호사의 영문명칭을 ‘nurse’라고 하듯, 실무간호인력의 영문명칭도 ‘Licensed Practical Nurses (LPN)’로 해야 하며, 따라서 한국어 표기로 ‘실무간호사’라고 명명해야 한다.
 
특히, 대학입시를 거치지 않더라도 일하면서 배우는 평생교육체계를 통해 ‘2급⇒1급⇒간호사’가 될 수 있는 상승체계는 선진국형 간호인력 개편의 꽃으로, 학벌주의 병폐를 해소하고 능력중심의 선진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는 물론, 일본도 상승체계가 있고, 우리나라도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는 물론이고 보건의료계 직종인 보건교육사와 응급구조사도 상승체계가 있다. 간호인력만 안될 마땅한 이유가 없다.

 

그뿐 아니라 현재 간호조무사 중에서도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전문학사학위소지자는 수만명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학입시 공부를 다시 해야 하고, 일자리를 그만두고 가방을 메고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간호협회의 눈치를 보느라 “‘1급⇒간호사’ 상승은 간호대 편입, ‘2급⇒1급’ 상승은 전문대 입학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건 하나마나한 얘기다. 상승체계랑 관계없이 이미 시행되는 제도이고, 오히려 전문대 실무간호학과 학생들과 간호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왜곡된 입시병을 조장할 뿐이다.

 

현행 교육체계 안에서도 대학입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하면서 배우는 평생교육과정을 통해 취업경력이 있는 실무간호인력이 ‘2급⇒1급⇒간호사’로 상승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정책 추진의지이다.

 

“‘간호사-간호조무사’로 나누어진 간호인력을 하나의 체계 내에서 ‘간호사-1급실무간호인력-2급실무간호인력’의 3단계로 개편하되, 전문적 교육수준에 따라 면허(자격)를 부여하고 경력과 추가 교육에 따라 경력 상승을 촉진한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2월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 기본방향이다. 간호인력 개편을 추진하고자 했던 처음의 이 원칙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이게 전제된다면 세부적인 방법이야 얼마든지 유연하게 협의하고 검토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개편을 흥정의 대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반세기 전의 후진적 간호인력체계를 정비해서 향후 100년의 미래를 만드는 국가정책을 국가 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 스스로 특정 직종의 입김에 따라 중심도 없이 이리저리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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