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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부대에 가보면 의료시설이 초등학교 양호실 수준이다. 장군은 물론 장교도 안찾는 의료시설을 병사들에게 가라고 하면 어느 누가 신뢰하겠는가. 이미 민간병원과의 격차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군 의료 특성을 고려한 대안책 마련이 절실하다.”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회의실에 모인 군 의료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은 신랄했다. 낙후된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군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남인순 의원은 ‘군 성폭력대책 및 군 의료체계 개선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4월 중 군의료체계 관련 보완내용 상정"…청원휴가 내고 동네의원 찾는 병사들
남인순 의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기반으로 3월 말까지 대책안을 도출하겠다”며 “4월 중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까지 군 병원은 민간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 들여온 치료재료가 더욱 빨리 공급되는 경우도 있었다.
국군수도병원 김종순 기획경영부장은 “어릴 적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군 병원에 근무하던 의료진과 그 때 당시 국내에 공급된 최신 의약품으로 목숨을 건진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단기복무 군의관에 의존하는 등 군 의료체계를 잘못 육성함으로써 지난 30년 동안 민간병원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종순 기획경영부장은 “각종 총기사고로 인해 군 의료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예산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군수도병원의 경우 우수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교육 도입을 대안책으로 마련했지만 결국 ‘내부 교육 시스템 붕괴’라는 부메랑이 돌아왔다.
김종순 기획경영부장은 “100병상당 의사 및 간호사 수가 크게 부족하다”며 “민간병원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이어왔지만, 군 병원은 제대로 된 예산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김종순 기획경영부장은 “병사들이 청원휴가를 내고 동네의원을 방문하는 사례가 80% 이상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중증외상센터 2017년 완공 예정…서울대병원과 협력 방안 ‘안개 속’
국방부는 지난 2012년 4월 분당서울대병원과 중증외상센터 설립에 관한 협력을 맺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국군수도병원에 중증외상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운영연구센터 전성진 박사는 “중증외상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관리 이원화로 인한 인력·시설 운용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분당서울대병원 브랜드 가치를 이용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만약 의료진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군수도병원의 독자적인 센터 운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성진 박사는 “또한 진료과 특성상 매년 적자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비용·고효율 예산 활용 방안을 국방부와 기획재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박영환 교수(흉부외과)은 민간병원과의 차별성을 기획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군 의료의 기본 개념은 ‘장병 건강 향상’이지만, 전시와 평시를 구분한 내부 인력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박영환 교수는 “일부에서는 군 병원 수익 및 임상능력 향상을 위해 민간인 진료 확충을 제시하고 있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민간인 치료는 결코 쉽게 접근할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진의학과 마찬가지로 중증외상센터는 군대 특성을 십분 고려한 전문성을 갖춰 나가야 한다”며 “예를 들어, 전쟁 발발 시 국군수도병원은 민간병원 의료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영환 교수는 “SWOT 분석을 통해 ‘잘 할 수 있는 전문과목’을 키워야 한다”며 “의료진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병원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분야를 육성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박영환 교수는 “중증외상센터가 국민들로부터 ‘총상 치료 으뜸’이라는 평가만 받아도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교통사고 등 민간에서 발생한 중환자도 중증외산센터를 찾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