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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파열로 입원한 당뇨병 환자가 사망한 데는 의사가 제 때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환자 A씨 유가족이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한 1심 판결 일부를 취소하고 "의사가 유가족에게 총 5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가 입원한 지 하루 지나지 않아 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는 것이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하더라도,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이 없었다면 환자가 상급병원으로 옮겨져 괴사성 근막염에 대한 광범위한 치료와 처치를 받아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피할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2년 당뇨병 환자 A씨(당시 만 43세)는 가족들과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한 후 왼쪽 허벅지 안쪽 부위에 통증이 계속되자, B신경외과의원에 내원했다. 원장 B씨는 다리 안쪽 근육이 파열된 것으로 진단내렸다. 그런데 내원 당시 A씨의 혈당 수치는 428mg/dl로 기준치인 80~110mg/dl를 훨씬 초과한 상태였다. 이 환자는 10년 전부터 당뇨 증세가 있어 당뇨약을 복용해왔으나 병원에 잘 가지 않고 약을 거르는 경우도 있었다. 의사는 A씨에게 진통제와 소염제를 주사하고, 전기치료와 저주파 물리치료를 시행한 뒤 환부를 테이핑해 귀가시켰다. 그러나 A씨는 귀가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고 피가 나 다시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환자의 좌측 허벅지 안쪽 피부 일부가 청색으로 변하고 수포가 터져 피부 표피층이 손상된 것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한 뒤 환자를 입원하도록 해 항생제 치료와 혈액 검사를 시행했다. 혈당검사 결과, 혈당수치는 무려 586mg/dl로 측정돼 여전히 정상 범주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의사는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A씨가 평소 복용 중인 당뇨약을 처방받아 오라고 조치한 후 A씨에게 혈당강하제인 글리민 2정을 처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환부는 더 악화됐다. 피부 일부가 청색으로 변하고 수포가 터져 피부 표피층이 손상된 상태였고 부종이 더욱 심해져 괴사가 진행됐다. 환자를 전원 조치하려 했던 의사는 환자의 혈당수치가 369mg/dl로 다소 낮아지면서 당시로서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다음 날 A씨를 인천 소재 병원으로 옮기기로 하고 글리민 1정을 추가로 투약할 것 지시한 뒤 퇴근했다. 그러나 새벽 1시 갑자기 환자 A씨는 통증을 호소했고, 당직간호사는 유선 상으로 의사 B씨의 지시를 받아 진통제를 주사했다. 이후 환자는 홀로 주차장으로 가 흡연을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A씨의 직장동료는 병원을 방문했다가 A씨가 병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 발견했고, 119 구급대가 도착한 당시 환자는 이미 사망한 지 오래 지난 상태였다. A씨 부검 결과, 사인은 괴사성 근막염과 그에 따른 패혈증으로 판단됐다. 이후 유가족은 의사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며 환자 측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은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의 혈당수치가 다소 낮아졌다는 이유로 다음 날 환자를 전원시켜도 무방하리라고 판단한 나머지 환자에 대해 기본 처치와 검사만을 시행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는 A씨가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환자 증세가 어떠한 질환에서 기인한 것인지 진단하기 위해 추가검사를 시행하고 적합한 처치와 치료방법을 강구해야했으며 개인병원 특성 상 정밀검사가 여의치 않은 경우 환자를 즉시 상급병원으로 전원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직 간호사가 야간근무를 하면서 환자의 신체활력징후를 측정하거나 병변 부위 상태를 관찰하지 않았고, 의사가 퇴근을 하면서도 간호사에게 유의할 것을 제대로 지시하지 않아 제때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 A씨가 평소 당뇨병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혈당수치가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내원했고 ▲부검 소견상 비교적 중한 심장질환이 있었으며 ▲환자가 의사 지시를 무시하고 입원 기간 동안 흡연한 점 ▲통상적인 괴사성 근막염 및 패혈증 경과보다 급격하게 병세가 악화됐으므로 적극적인 처치가 쉽지 않으리라고 여겨지는 점 등을 참작해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