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사이에 또 다시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협회가 국내 제조사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추진 중인 ‘1:1 매칭 프로그램’이 갈등의 핵심이다.
국내 제조사 위주 사업을 전개해 온 조합 입장에서 이번 협회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조합은 지난 24일 이사장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간 국산 의료기기 발전에 기여한 공을 공개하는 등 존재감을 피력하고 나섰다.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을 종식하고, 갈 길 바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위해 양 단체별 특화된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기산업협회 '1:1 매칭', 조합 영역 침범 우려
협회 황휘 회장은 지난 16일 취임 후 가진 첫 간담회에서 외국투자법인과 국내 제조사 간 상생을 촉진할 핵심 사업으로 ‘1:1 매칭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외투법인과 제조사 희망 사항을 분석해 상호 매칭하고, 외투법인이 가진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국내 제조사에게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조합과의 공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프로젝트 추진 주체는 협회 산하 ‘미래융복합육성위원회’(위원장 박현구 지멘스 사장)다. 매칭을 원하는 국내 제조사는 협회에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
메드트로닉, 세인트쥬드메디컬, 존슨앤존슨, GE헬스케어, 지멘스 등 굴지의 외투법인을 회원사로 둔 협회가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제조사의 협회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제조사를 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조합 입장에서 고유 사업 영역 침해에 대한 불쾌함을 일정 부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합은 이미 협회에 몇 가지 정부 수임 사업을 내 준 아픈 기억이 있다. 협회가 현재 수행 중인 수입 요건 확인 업무, 생산 및 수입 실적 보고, 의료광고 사전심의업무 등은 과거 조합의 업무였다.
또한 조합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해외 전시회 사업 영역에 협회가 최근 발을 뻗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모스크바, 일본 베리어 프리 전시회 한국관 수행 기관으로 협회를 지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뿐 아니라 국내 의료기기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조합에서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조사 상생과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조합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협회 간 역할 구분돼야 협력 가능
이재화 이사장은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1 매칭프로젝트에 대해 “황휘 회장에게 어떤 취지의 사업인지에 대한 설명만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추진될 지도 모르고 그 사업을 우리랑 같이 해야 맞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조합과 협회 역할의 명확한 구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각 단체의 고유 영역이 있다. 과거 MOU를 체결했는데 여러 이유에서 사실상 결렬됐다”며 “산업 발전이라는 목표가 같은데 소모적인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각 단체의 목적 및 역할이 뚜렷이 구분되고 이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상호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단체가 역할 분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언론에서도 지도 편달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화 이사장은 해외 전시회 사업, R&D 지원, 산업원천융합 지원, 체계적인 직무 교육 등을 조합의 비교우위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러나 업계는 두 단체 모두 제조사 경쟁력 강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역량을 한 데 모으지 못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중소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코트라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기기산업 발전 이끌겠다고 아웅다웅하는 것과 매한가지”라며 “두 단체가 힘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서로 반목하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국내 영세업체가 해외 기업을 따라잡는데 하세월이 걸린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사업을 함께 신중하게 고민하고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