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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임상계열 의학 석·박사 학위 제도’의 개선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그 첫 단계로 유럽의 평가기준을 토대로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9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상계열 의학 석·박사 학위 개선방안 연구 워크숍’을 열고,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유럽의 평가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됐다.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일종의 기초 자료 조사 과정인 셈이었다.
'유럽'을 모델로 삼은 배경에는 일본식과 미국식이 혼재돼있는 우리나라의 의학교육 체계가 문제가 많다는 비판과 함께, 각 방면에서 제도적으로 통합을 이루고 있는 유럽의 제도가 세계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와 유럽의과대학협의회 등에서는 특정 국가의 박사 학위가 ‘엉터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바로 동아시아 국가, 인도의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PhD라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3년 동안 실험실에서 실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있는 PhD 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유럽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왔기 때문에 이런 계기를 통해 개선해야한다"며 "레지던트 껍질 벗겨 먹는 이런 학위제도를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아주의대 채수진 교수는 “우리나라 의학과 대학원의 경우 일본식 대학원 의학과와 미국식 전문의 과정이 병행되는 특이한 의학교육 체제인데 두 과정을 동시에 이수하면서 양쪽의 장점이 발휘되기 보다는 결과가 부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기준에 대한 연구 진행을 맡은 계명의대 박원균 교수는 “유럽의 의생명계열 PhD 과정 평가기준이 과연 국내 실정에도 적합한지, 발전 방향은 타당한지 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은 평가기준을 각 영역별로 세분화, 다양화하고 있다.
가령, △유럽 국가들은 지도교수를 선임하면서 공동지도 교수를 1명이상으로 두도록 하고 있는지 △지도교수가 책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지 △임상업무와 겹치지 않도록 수업을 위한 휴가와 휴직을 제공하는지 △학생지도 등에 관련한 비밀보장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지 등의 내용들로 구성돼있다.
의평원은 이러한 유럽형 평가 기준이 △현재 임상계열 박사학위 과정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개선해야 할 항목으로 적절한지 △임상계열 박사학위 교육과정에 대한 국제교류와 세계 수준의 질 관리를 위해 앞으로 도입·개선해야 할 항목으로 적절한지 등을 연구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 '유럽의 임상계열 박사학위과정 평가기준' 중 일부 내용 |
한편, 이 자리에서는 대학과 전공의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다, 제도와 문화 등이 유럽국가와 다른 만큼 국내 실정에 맞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덕선 원장은 대학이 전공의 수련 교육에 관여할 필요성도 주장했다.
안 원장은 "전공의 수련을 병원에서 전적으로 맡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기술교육만 강조하다 보니 연구, 교육 등 공통역량이 전혀 안 들어가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대학이 전공의 수련교육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대학이 충분한 기간에 공통역량 교육을 시킨 후, 전문의를 따는 시점에서 석사학위를 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세의대 양은배 교수는 “전문학위와 학술학위에 대한 표기와 개념도 혼동돼 있는 실정”이라며 “개념에 대한 정돈돼야 하며, 교육부와 복지부가 각자 설계한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주의대 임기영 교수는 “전공의를 하면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말 연구하려는 사람이 PhD를 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연구 인재를 양성하고, 비전과 진로를 어느정도라도 제시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PhD 자격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미래의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국가의 부담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