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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제기준 조화에 발맞춰 의료기기 관련 각종 기준이 재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 국내 업계가 무더기 행정처분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바로 전자의료기기 국제기준규격 ‘IEC 60601-1 3판’이 3등급 제품에 전면 도입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제전기표준회의(IEC) 기준규격 3판 개정안 적용을 추진해왔다. 미국, 유럽 등과의 국제기준 조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IEC 60601-1 3판은 지난 2005년에 만들어졌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후 유럽은 2012년, 미국은 2013년부터 적용됐다. 이전까지는 2판이 적용됐으며, 전기 사용 의료기기 관련 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국내 도입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식약처는 수차례 민원설명회를 비롯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업계는 시간적·비용적 지출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계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영세한 상황이기 때문에 IEC 60601-1 3판 도입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특히 기존 2판에서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의료현장에서 사용해 온 제품을 ‘국제기준 조화’라는 명목 하에 또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A사 관계자는 “2판 평가비용이 수백만원 수준이었다면 3판은 항목수가 더욱 늘었기 때문에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업계에 추가적인 지출을 요구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2판 기준이 문제가 있다면 이번 식약처 조치를 십분 공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런 전기 관련 안전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무리하게 외국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4등급 제품은 올해 1월부터 IEC 60601-1 3판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식약처는 6개월 단위로 등급별 제품을 관련 기준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7월 1일부터 3등급 제품이 적용된다.
문제는 전체 의료기기 중 등급별 제품 비율이다. 식약처가 발표한 의료기기 등급별 생산 현황을 보면 2, 3등급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기준 생산액을 보자면 4등급은 고작 3.7%였다. 3등급 44.2%, 2등급 35.6%, 1등급 16.5% 순이었다. 2, 3등급이 전체 의료기기 제품군에서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7월부터 IEC 60601-1 3판 기준을 3등급 제품이 전면 적용하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 업체들은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제 고작 3달도 채 남지 않았다. 솔직히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식약처는 업계가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판단내리고 있다”며 “그러나 IEC 60601-1 3판 기준을 평가할 수 있는 국내 기관이 전무하다. 실제로 평가신청 서류를 제출했더니 반려조치 당했다. 과연 업계가 미적거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C사 관계자 역시 “청와대 규제개혁 정책 기조와도 상반된다”며 “이번 IEC 60601-1 3판 적용으로 수출 경쟁력 제고가 아니라 무더기 행정 처분으로 업계 발목만 잡히게 될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현황 파악·대책 마련 고심 식약처
식약처는 아직 이와 같은 업계 동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민 보건 안전성을 위해 IEC 60601-1 3판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도입할 수 밖에 없는 제도”라며 “시험항목이 늘고, 비용이 발생하니까 업계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민원설명회를 수차례 개최했지만, 업계가 워낙 영세해서 그런지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며 “7월부터 3등급 적용은 변함없다. 미국에서도 이미 시행한 제도”라고 단언했다.
그는 “언제까지 업체 상황만을 봐줄 수 없다. 이미 의료기기 품목별로 시행하려는 것을 등급별로 바꾸면서 한 차례 늦춰준 것이 현재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만 국제적으로 도태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업계 수준이 아직 열악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법령 개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IEC 60601-1 3판 적용에 대한 업계의 불만과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최대한 행정처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언급했다.
A사 관계자는 “국내 업계 현실이 영세하다고 하면서 관련 기준은 선진국 수준으로만 도입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식약처 부서별 의견 조율을 통해 IEC 60601-1 3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