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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파워블로거 일성(一聲) "공감·소통"
[ 2015년 04월 14일 20시 09분 ]

미국 뉴욕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줄리파웰. 그녀가 요리를 실습하며 시작한 블로그는 그녀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무료했던 삶에는 활기가 생겼고, 이후 그녀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의대생, 전공의들 중에도 인터넷 상에서 꽤 알려진 ‘파워 블로거’가 있습니다. 이들은 ‘나는 의대생’이라고 당당히 밝히며 자신의 일상과 생각들을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공유·소통하고 있습니다. 의대생 블로그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까요. 또 이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은 어떨까요.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보여드릴게요! ‘파란만장 의대생 라이프’

블로그 제목부터 파격이다. ‘파란만장 의대생 라이프’ 적나라한 의학사 내부, 각과 인턴을 돌며 느꼈던 후기, 쉽지않은 공부과정과 오르락 내리락하는 시험 성적 등 다 공개돼있다.


필명 한마음, 이동현(연세원주의대 본과 3학년)씨가 바로 이 블로그의 주인이다.


이 씨가 쓴 글들이 타인에게는 유용한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희망을 주는 ‘꿈의 노트’가 되기도 한다. 그는 재수생 시절 공부 팁부터 시작해 의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기록해뒀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정말 많은 쪽지를 받는다”며 “글을 올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대 지망생 뿐만 아니라 임용고시,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본과 1학년 때 쓴 ‘스스로 한계를 짓는 사람에게 바치는 글’을 잠시 보겠다.


“2011년 3월, 제게는 과분한 의대라는 곳에 입학했습니다. 아마 꼴등으로 입학했을 거에요. 입학 당시 열등감이 컸습니다. 시험공부를 해도 내가 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겨내지, 유급당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의대공부는 ‘누가 머리가 좋으냐’가 아니라 ‘더 많이 공부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올해 2월, 별 탈 없이 본과에 진입했고 본과에 올라오니 처음 입학 때 느꼈던 열등감이 또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동기 중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과탑’이 있습니다. 그를 이기는 건 전혀 엄두가 안 나더군요. 특히 스스로에게 한계를 가장 많이 느낀 과목이 생리학입니다. 생리학 1차 결과는 75등. 그래도 억지로라도 열심히 했고, 2차 시험 성적 결과 26등이 됐습니다.”


“이후 3차 결과는 1등. 이 학교에서 1등을 하다니. 그동안의 고생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삶의 재미를 포기하고 공부만 했는데 보상 받는 기분이랄까요.”


“스스로 한계 짓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혹시 스스로 한계를 짓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지금 그 한계를 무너뜨리세요. 그리고 달려나가세요.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겁니다. 파이팅.”


이 씨가 쓴 글들 중에는 산부인과 실습 과정 중 겪은 신생아 사망에 대한 글도 있다. 의대생으로서 느끼는 무거운 감정들이 나열돼있다.


그는 “훗날 대학 시절 쓴 이 글을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블로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기록한 글들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타인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는 “블로그를 하면서 되려 타인의 관심도 즐기게 됐다”고 한다.


소위 ‘이웃’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블로그’를 매개로 의대 밖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블로그가 알려지면서 EBS 방송 출연, 중앙일보 인터뷰 참여 등 자신을 PR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블로그는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하는 그는 “재수 시절, 다른 대학생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힘을 냈습니다. 저 역시 타인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지만, 제 글이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


■일기장 공개하는 의대생들…“타인의 시선, 기분 좋은 압박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으로 ‘블로그’를 택한 의대생들도 있다.
필명 파비안느로 활동 중인 박지현(계명의대 본과 4학년)씨도 대구에서 의대 생활을 하면서 보내는 일상들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박 씨는 “특히 실습 과정은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실습에 대한 글들을 블로그에 쓰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이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제게 블로그에 글 쓰려고 수업듣는다는 농담을 한 적도 있다. 매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기록하다보니 그런 얘기도 듣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만인이 볼 수 있는 일기장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다. 필명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지만 그가 올린 게시물들을 통해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박 씨는 ‘소속 기관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함께 올리고 있다.


그는 “수업을 하면서 반성하는 글, 학교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쓰기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학장님이 개인적으로 팬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실제 내 글을 보신 후 이를 수업에 반영하신 교수님도 있었다”며 웃음졌다.

 

백지원(연세원주의대 본과 3학년 사진 우측상단)씨는 본과 생활과 함께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는 “본과에 들어가면서 현재의 시간이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들을 기억에 남기고 싶었고, 또 의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지원 씨는 나름 글의 공개 수위를 나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오래 터온 이들과는 더 깊이 소통하고 있다.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개인적인 일상을 공개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혼자서 매일을 기록한다는 것은 소홀해지기 쉽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기다리는 압박감이 작용해 글을 더 쓰게 된다”며 “기분좋은 압박감이다. 이 덕분에 의대에서 하루하루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더욱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팍팍한 전공의 삶, 블로그는 오아시스

가톨릭중앙의료원 외과 전공의 3년차 김진주씨는 본과 3학년 때부터 ‘치킨타올 vs 모빌국수’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그에게 블로그는 더 없이 자유로운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창(窓)이다.

 

김 씨는 “의대는 인간관계가 한정돼 있는데, 블로그에는 직업과 관련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며 “블로그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글 쓰는 재미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학 또는 병원에서 꺼내지 못했던 일들에 관한 담론의 장이기도 하다.
김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 아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 ‘어느 노숙자의 죽음’,‘의사 국가시험 유출 사건’ 등에 대한 견해들을 썼고 게시물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그는 “병원 내에서 얘기 나누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다른 의대생, 의사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의 의견들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빡빡한 병원 일정 속에서 밤에 잠깐 한가한 짬을 내 쓰거나 점심시간 식사 대신 글을 쓰고 있다는 김 씨는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의과대학이나 병원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대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 블로그 책으로 출판, “인생의 발자취를 남기는 방법”

대학생활 일기형식으로 쓴 블로그가 알려지면서 이를 책으로 출판한 전공의도 있다. 

 

‘Refuse to be typical’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 중인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4년차 박성우씨가 주인공이다.


본과 4학년 시절, 시험을 앞두고 자료 수집을 위해 시작했던 블로그는 점차 유명세를 탔다. 전공의 2학년 때는 한 출판사로부터 제의를 받아 ‘청춘의사’라는 책으로 만들어지졌다.


박 씨는 “처음에는 말그대로 ‘자료 수집용’이었다. 이후 인턴 시기 2`~3일에 한번씩 생활후기를 썼는데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찾게 됐다”고 했다.


그가 블로그에 쓴 글들은 의대생과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수험생들로부터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수험생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 답해주려고 했다. 유명해지거나 인기를 얻기 위해 했던 게 아닌데, 학생들에게 블로그가 어필을 했던 것 같다”고 점쳤다.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쉽게 블로그에 들어갈 수 있다 보니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꽤 있다. 중고등학생 환자들은 쉽게 그를 알아본다.


그렇다보니 박씨는 나름의 블로그 사용 원칙을 두고 있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느낌을 블로그에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진중하게 ‘기록’하는 편에 가깝다.


그는 당일 일어난 에피소드를 바로 쓰지 않고 적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쓴다. 물론 의국에 들어간 후부터 글 쓸 짬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박 씨는 “환자와의 갈등이 있기도 했는데, 그때의 일을 바로 쓴게 아니다. 시간을 두고 쓰니 환자는 왜 그렇게 반응했고, 난 왜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며 “기록을 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의 블로그에 병원 이야기, 의사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영화, 문학, 미술 등에 대한 게시물들이 더 많다.


박 씨는 “원래 난 문과형 인간에 더 가깝다. 문학, 예술을 사랑한다. 어렸을 때 외국에서 생활했다. 그때 부모님과 미술관, 박물관을 많이 갔었는데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감상이나 생각들을 글로 옮기면서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대생활을 하면서 가치관에 혼란이 오는 경우가 있다. 또 사회경험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인턴과 전공의 시기를 마주하게 됐을 때, 워낙 바쁘다보니 정신없이 스쳐지나갈 수 있고, 무뎌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글로 쓰다보면 매순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블로그는 인생에 자취를 남기는 방법 중 하나다. 6년 넘게 하다보니 습관이 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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