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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뇌수술 후 환자상태를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미리 처방해둔 진통제를 투여케 한 대학병원이 7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해당 진통제는 PRN(pro re nata) 처방, 즉 필요할 경우 간호사가 판단해 투여하라고 의사가 미리 처방해둔 것이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혈관세포종 제거 수술 후 사망에 이른 이 모씨 유가족이 서울 모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이 유가족에게 총 7억1364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2012년 환자 이 씨는 뇌에 종양(혈관모세포종)이 재발해 이 병원에서 뇌수술(후두하 개두술과 종양 완전 절제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이틀이 지나 이 씨가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했다. 진통제 케로민 투약 후에도 증세가 완화되지 않자 간호사는 이 씨에게 PRN처방으로 마약성 진통제 ‘페치딘’을 투약했다.
페치딘은 중증 호흡억제 효과가 있으므로 두개내압 상승 관련 장애 및 손상이 있는 환자, 뇌혈관계 출혈이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 뇌수술 후 출혈 위험이 있거나 지혈이 불완전할 경우 투여가 금지돼있다.
이 씨 상태는 호전되는 듯 했으나 그날 새벽 호흡과 맥박이 멈췄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취했고 뇌 정밀검사 결과 부종이 심해진 상태였고 수술 부위보다 약간 위쪽에 출혈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뇌압 상승을 막기 위해 2차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은 잘 진행됐으나 이 씨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측은 “의료진이 지혈을 불완전하게 하는 등 1차 수술 과정에 과실이 있으며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제를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수술 후 환자의 뇌출혈 위험을 증가시키고 두부 손상 및 두개강 내병변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제인 ‘케로민’과 ‘페치딘’을 투여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씨가 수술 후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했는데도 불구하고 활력징후 측정, 추가 검진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뇌종양 제거술 후 뇌출혈 등 합병증은 불가항력적 상황이므로 병원 과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의료진이 진통제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투여한 것이 아니고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약제 투여 및 경과 관찰 과정에서 의료 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 상태가 나빠졌고 진통제 케로민 투약 후에도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했다면 간호사는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의사로 하여금 직접 진찰할 수 있도록 보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페치딘 투여금기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뇌수술 환자에게는 가급적 투약을 자제하고 의사 판단 하에 신중히 투약 필요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PRN 처방을 미리 내려둬 간호사가 케로민 투약 후에도 두통과 불편감을 호소한다는 이유만으로 고려 없이 페치딘을 투약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1차수술 당일과 수술 다음날 의료진 회진 시에도 두통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던 점 △수술 후 출혈이 발생한 부위는 다른 위치인 점 등에 비춰보면 1차 수술 과정에서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출혈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씨 사망에 대한 병원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